김동욱 박사

김동욱 박사 정책제언


“3차 물정책혁명 핵심은 충분한 수량 확보”

                   
현행 총량관리 방식, 모든 수역 대상으로 BOD만 고려해 실효성 부족
국가적 수자원네트워크 구축 통해 전국 곳곳에 최상 수질 물공급 가능


▲김 동 욱 박사
•한국환경평가전략연구소장
•본지 논설위원
•전 강원대 환경공학부 교수
•환경부 기획관리실장·상하수도국장·수질보전국장 역임
 4차 물정책혁명

기술융합의 4차 산업혁명 시대 도래

1차 산업혁명은 농업과 수공업 위주의 경제에서 공업과 기계를 사용하는 제조업 위주의 경제체제로 변화한 산업혁명으로, 영국의 증기기관과 철도의 발명 이후 전개된 기계에 의한 생산체제를 말한다.

2차 산업혁명은 미국과 독일이 영국의 1차 산업혁명의 성과를 토대로 체계적인 과학기술의 발달과 교육을 통해 기술자, 숙련공들이 과학지식을 응용하여 새로운 생산기술을 개발함으로써 조립라인(flow system) 등에 의한 대량생산체제로의 이행을 말한다. 3차 산업혁명은 반도체와 대용량 컴퓨터, 개인용 컴퓨터, 인터넷 등으로 특징지어지는,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로 인한 생산체제의 혁명을 말한다.

2016년 1월 개최된 다보스 포럼은 4차 산업혁명을 주요 의제로 설정하면서 그 정의를 ‘디지털 혁명을 토대로 물리적·디지털적·생물학적 공간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기술융합의 시대’로 규정했다. 물리학 기술로는 무인운송수단, 3D프린팅, 첨단로봇공학, 신소재 등을, 디지털 기술로는 사물인터넷(IoT), 블록체인(Blockchain), 공유경제 등을, 생물학 기술로는 유전공학, 합성생물학, 바이오프린팅 등을 들고 있다.

이러한 기술을 기반으로 클라우드 컴퓨팅, 스마트 단말, 빅데이터, 딥러닝, 드론 등의 산업이 발전하고 있다. 무인경비시스템, 무인자동차 등이 4차 산업혁명의 소박한 예라고 할 수 있다.

수량문제보다 수질문제 해결이 시급

우리나라의 물문제는 3차 산업혁명의 초기라고 할 수 있는 1970년대 초반부터 발생하기 시작했다. 물문제는 크게 수량문제와 수질문제로 나눌 수 있다. 우리나라는 강우가 여름철에 집중되나 폭우로 인한 수자원의 바다유실이 많아, 자연상태의 수문(水門)으로는 가용 수자원의 양이 농사를 짓기에도 부족했다.

산업화에 필요한 수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1970년대부터 소양댐, 충주댐 등을 건설하여 현재 인공저수시설에 의해 공급되는 수자원의 양은 연간 약 150억㎥에 달한다. 이는 우리나라 연간 수자원 사용총량인 350억㎥의 43%에 해당하는 양이며, 나머지는 하천지표수와 지하수 등으로 충당된다. 즉 현재 물문제 중 수량 문제는 당장 시급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1970년대 이후 우리나라의 물문제는 수질이 문제가 되어 왔다. 1970년대 후반 급격히 산업화와 도시화가 이뤄지면서 인구 증가, 생활수준 향상 등으로 생산과 소비가 크게 늘었다. 이에 따라 하천과 호소의 물은 썩고 오염되기 시작했다.

봄철만 되면 도시하천에서는 수천 마리의 물고기가 폐사하는 사건이 연례행사처럼 발생했으며, 처리되지 않은 생활하수로 하천과 호소의 오염은 상시적인 일이 되었다. 또 공장폐수의 무단방류 등으로 수질오염사고가 빈번히 발생하는 등 하천은 독성물질이나 중금속 오염의 위험에 놓이게 되었다.

현재는 생활하수의 처리율이 93%에 이르고, 하수관거 정비 등 하수도 체제의 개선, 공장폐수 처리체제의 개선 등으로 원시적인 수질오염사고 발생 빈도는 크게 줄었으나, 하천과 호소의 수질오염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지금과 같은 물정책이 그대로 지속된다면 수역(水域)에 따라 수질문제가 영원히 풀리지 않는 숙제로 남을 수도 있다.

▲ 현재 생활하수 처리율이 93%에 이르고, 하수관거 정비 등 하수도 체제의 개선, 공장폐수 처리체제의 개선 등으로 원시적인 수질오염사고 발생 빈도는 크게 줄었으나 하천과 호소의 수질오염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하수처리 위해 환경기초시설 확충

우리나라의 1차 물정책혁명은 1970년대 후반에 일어났다. 197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환경문제는 ‘먹고살기 위한 필요악(必要惡)’으로 치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1962년 레이첼 카아슨(Rachel Carson)의 『침묵의 봄』, 1972년 로마클럽(The Club of Rome)의 미래 예측 보고서인 『성장의 한계』, 1972년 UN인간환경회의의 ‘스톡홀름선언(인간환경선언)’ 등에 의해 세계적으로 환경문제가 제기됐다.

우리나라는 3차에 걸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수행 결과, 하천과 호소의 수질이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사람들은 환경문제가 필요악이 아닌 인체의 건강 문제, 생존과 관련된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1차 물정책혁명의 주요 내용은 수질 보호를 위한 조직·인력·재원의 투입 및 법령 등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었다. 조직으로서는 환경보호를 전담하는 중앙행정기관으로 환경청을 설치했다. 주요 법령으로는 「환경보전법」, 「하수도법」 등이 제·개정되었다.

1차 물정책혁명의 주요 활동은 생활하수 처리를 위한 하수종말처리시설 설치 등 환경기초시설의 확충이었다. 그러나 재원과 전문인력·기술 등의 부족으로 초기의 수질보전 노력은 큰 성과를 거둘 수가 없었다. 생활하수 다음으로 수질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산업폐수였다. 산업폐수의 무단 방류를 방지하기 위해 많은 지도단속 인력이 투입되었다. 산업폐수 역시 기업의 재원과 기술능력의 한계 때문에 관리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이 시기 수질정책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배출허용기준제도’이다. 배출허용기준이란 배출량에 관계없이 배출수의 수질오염물질 농도만을 규제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러한 규제방식은 하천 등 유입 수역의 자정능력이 충분히 크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밖에 ‘상수원보호구역제도’, ‘수질보전특별대책지역제도’, ‘환경영향평가제도’ 등 수질오염의 대표적인 예방적 정책수단이 시행되기 시작한 시기였다. 

122개 지자체 오염총량관리제 실시

우리나라의 2차 물정책혁명은 2000년대 초 ‘수질오염총량관리제도’의 도입에서 시작된다. 총량관리란 대상 수역에 배출되는 단위시간당 수질오염물질의 총량을 제한하는 관리방법으로, 배출허용기준관리로는 수질목표를 달성할 수 없을 경우에 사용하는, 진일보(進一步)한 수질관리방법이다.

1998년 ‘팔당호 등 한강수계 상수원 수질관리 특별종합대책’을 수립하면서 ‘한강총량관리제’가 처음 도입된 이후 1999∼2000년 낙동강 등 3대강 종합대책을 통해 ‘3대강 오염총량관리제’가 도입되었다. 이후 「4대강특별법」 제정 등을 통해 제도적인 기반을 구축했으며, 2004년 8월 낙동강수계의 부산·대구광역시를 시작으로 2016년 6월 기준 전국 122개 지자체에서 ‘오염총량관리제’를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강 수계의 경우, 당초 경기도 내 7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임의제(2004∼2012년,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BOD))를 추진했다. 2013년 6월부터 서울·인천·경기지역에 대해 의무제(2013∼2020년, BOD·총인(T-P))를 실시하고 있으며, 2020년 6월부터 강원·충북·경북지역으로 의무제를 확대할 계획이다.

낙동강·금강·영산강·섬진강 수계에서는 2010년까지 1단계 오염총량관리제(BOD)를 시행했으며,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제2단계 오염총량관리제(BOD, T-P)를 실시했다. 2016년부터 실시하는 제3단계 오염총량관리제(BOD, T-P)를 위한 광역 시·도 목표수질 설정을 완료하여 시·도별 3단계 오염총량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했으며, 2016년 지자체·단위유역별 시행계획을 수립해 시행 중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총량관리는 그 범위가 너무 넓어 실효성에 많은 문제가 있다. 총량관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물의 용도를 먼저 지정하고 그 수역에 문제가 되는 오염물질을 조사하여 그에 대한 총량관리를 하는 것이 원칙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총량관리는 모든 수역에 대해 BOD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하천 건천화 방지 위해 수자원 개발 필요

우리나라의 3차 물정책혁명의 주요 내용은 고도수처리 기술의 개발, 수량 확보 및 전국 수자원네트워크가 구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수질오염은 사람의 생산과 소비활동으로 발생하는 생활하수, 산업폐수 등이 주요 원인이다. 이러한 생활하수와 산업폐수를 유입수역의 자정능력의 한도 내로 정화하여 배출하면 수질오염 문제는 해결된다.

하·폐수 고도처리기술 개발의 핵심적인 내용은 처리기술과 경제적 효율성이다. 현재 개발되어 있는 처리기술은 처리 수준에도 문제가 있지만 경제성의 문제도 크다. 예를 들어, 처리효율의 90% 이상 되는 정화조나 무(無)동력·무약품 합병정화조 기술의 개발과 같은 것이다. 합류식 하수관거가 큰 부분을 차지하는 서울시 등 대도시의 생활하수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정화조와 합병정화조의 기술개발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수자원은 세계의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는 풍부하다고 할 수 있으나, 절대적으로는 충분하다고 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하천의 나라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국가하천과 지방하천을 합쳐 총 3천833개의 하천이 있으며, 그 총 연장은 2만9천839㎞에 달한다.

이들 하천 중 상당 부분이 건기에는 건천화(乾川化) 되거나 건천에 가까운 하천이 된다. 이는 우리나라 하천의 높은 하상계수(河狀系數)에서 잘 나타난다. 한강 등 4대강의 하상계수는 300∼390으로 매우 높다. 외국의 경우 미시시피강 3, 템스강 8, 라인강 18, 양자강 22, 나일강 30 등으로 우리나라 하천에 비해 매우 낮다.

하천이 하천답기 위해서는 물이 흘러야 한다. 물이 흐르지 않는 하천은 이미 하천이 아니다. 하천에 물이 흐르되 연중 흘러야 하고 충만하게 흘러야 한다. 우리나라의 3차 물정책혁명은 우리나라의 모든 하천에 물이 충만하게 흐르도록 하는 것이다. 모든 하천에 연중 물이 가득 흐르게 하기 위해서는 수자원을 더 많이 개발해야 한다.

수자원네트워크 통한 양질의 물 배분

우리나라에서 수자원의 개발은 새로운 수자원의 개발과 물의 재활용 및 재이용이다. 새로운 수자원의 개발 방법 중의 하나로 상류 산간지역에 중·소규모의 저수시설을 설치하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산간지역에 설치된 저수시설의 물은 지하로 침투하여 그 하류 하천의 지표수가 되어 흐른다.

뿐만 아니라 산간지역에 설치된 저수시설의 물은 상류에 오염원이 없어 청정한 수질을 유지할 수 있으며, 그 수생태계가 주위의 산지생태계와 교류하면서 양서생물종 등 다양한 생물종의 서식처가 될 수 있다. 산간지역의 저수시설 설치는 우리나라의 산지와 같은 척박한 생태계를 윤택하게 하는 1석 2·3조의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전국 수자원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수자원은 편재되어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수자원이 지역적으로도 편재되어 있다. 이러한 편재성을 극복하는 방법은 전국의 수자원을 수로 등을 통해 여유가 있는 곳에서 부족한 곳으로 공급하는 것이다.

수질오염사고 등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수질이 나쁜 곳에 수질이 좋은 물을 공급할 수도 있다. 이러한 수자원네트워크가 완벽하게 구축되면 전국 어디에나 최상의 수질의 물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다.

인터넷 등의 발전으로 현재 4차 산업혁명이 회자(膾炙)되고 있다. 수자원네트워크로 3차 물정책혁명을 일으킬 수 있다. 4차 물정책혁명은 3차 물정책혁명이 일어난 다음에나 생각해 볼 일이다.

[『워터저널』 2017년 8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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