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 박사

김동욱 박사 정책제언


“수역별 물 용도지정 후, 수질기준 설정해야”


기존 ‘중권역별 수질목표기준체제’, 중권역 물 전체를 동일 용도로 간주
물 지정용도 방해하는 오염수역 목록 작성해 해당 오염물질 총량 관리해야

 

▲ 김 동 욱 박사
•한국물정책학회장
•본지 논설위원
•전 강원대 환경공학부 교수
•환경부 기획관리실장·상하수도국장·수질보전국장 역임
 수역별 물 용도지정 시급

물 용도를 지정하는 이유

물은 인간을 포함한 동물, 식물 등 지구상의 모든 생명들이 생육하는 데 필수적인 물질이다. 사람은 음식을 먹지 않고 한 달을 살 수 있지만, 물을 마시지 않으면 사흘을 살지 못한다. 물은 농작물의 경작, 공산품의 생산 등 인간의 생산 활동을 위해서 꼭 필요하며, 수영이나 심미적인 목적으로도 사용된다. 물은 인간이 그 생존을 의지하고 있는 자연 생태계의 건전성 유지와 보호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지구상의 생물체에 의해 사용되는 물은 사람이 사용하는 물(인간용수)과 인간 이외의 동식물이 사용하는 물(생태용수)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인간용수를 다시 생활용수, 공업용수, 농업용수, 수영용수 등으로 세분하고, 생태용수를 유지용수라고 부르기도 한다.

수역별로 물의 용도를 지정하는 이유는 물의 용도에 따라 수질오염물질과 수질기준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생활용수·공업용수·농업용수·수영용수·유지용수 등 용도별로 그 용도를 방해하는 수질오염물질이 다르고, 같은 수질오염물질이라고 하더라도 용도에 따라 그 기준이 달라진다. 여기서 수역(water body)이란 물의 용도에 영향을 미치는 하천과 호소의 특정부분을 말한다.

물 용도를 지정하지 않고 수질기준을 설정하는 것은 필요한 수질오염항목을 누락하거나 불필요한 수질오염항목을 포함하여, 너무 높은 수질기준 또는 너무 낮은 수질기준의 설정으로 물의 용도에 적합한 수질목표를 달성할 수 없거나 불필요한 재원의 낭비를 가져올 수 있다. 물 용도를 지정하지 않고 수질기준을 설정하는 것은 마치 교량의 용도를 지정하지 않고 교량을 건설하는 것과 같다. 교량은 그 사용목적에 따라 설계기준이 달라야 한다.

현행 수역별 수질환경기준 문제점

우리나라는 수역별 수질환경기준과 유사한 것으로 ‘중권역별 수질 및 수생태계 목표기준’을 설정하여 시행하고 있다. 이것은 한강, 낙동강, 금강 및 영산·섬진강의 4대강 유역을 118개 ‘중권역’으로 구분하고, 각 중권역에 대해 건강보호항목 17개와 생활환경기준항목을 설정하고 Ⅰa~Ⅳ등급 범위의 수질목표기준을 설정하여 시행하고 있다. 이와 같은 중권역별 수질목표기준체제는 몇 가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중권역의 범위는 하천의 경우 짧게는 수㎞에서 길게는 100㎞를 초과하는 곳이 있고, 동일 중권역에서도 구간 또는 하천에 따라 생활용수·공업용수·농업용수·수영용수·유지용수 등 물의 용도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중권역 물 전체가 동일 용도로 사용되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중권역 내의 실제 물 용도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건강보호항목과 동일한 생활기준항목, 그리고 항목별로 동일한 수질목표기준을 설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공업용수나 농업용수로 사용하는 물에도 생활용수의 건강보호항목과 해당 수질목표기준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이것은 명백히 과다한 수질 보호이고 자원의 낭비다.

셋째, 중권역에 대해 현재 설정된 수질목표기준은 대부분의 경우 경제적·사회적·기술적 이유로 인해 그 달성이 매우 곤란하거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동일한 성질의 고시로, 2007년 폐지된 ‘수역별 환경기준 적용등급 및 달성기간’(환경부고시 제91-35호)의 시행 실패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수역별 물 용도지정 추진방법

수역별 물 용도지정은 모든 수질관리의 기본이다. 수역별 물 용도의 지정은 수질관리의 기초와 같기 때문에 수역별 물 용도지정이 없는 수질관리정책은 사상누각이다. 수역별 물 용도를 지정하기 위해서는 전국 하천과 호소에 대한 현장조사가 실시되어야 한다. 그리고 수역별 물 용도를 생활용수·공업용수·농업용수·수영용수·심미용수·유지용수 등으로 가능한 한 세분하고, 수역의 규모도 가능한 한 세분하는 것이 좋다.

▲ 수역별 물 용도를 생활용수·공업용수·농업용수·수영용수·심미용수·유지용수 등으로 가능한 한 세분하고, 수역의 규모도 가능한 한 세분하는 것이 좋다.

다만 세분된 기초조사 결과를 적정한 수준에서 실현성 등을 고려하여 정책적으로 조정하는 것은 가능할 것이다. 수역별로 물 용도를 지정하는 일은 많은 예산과 인력을 소요할 수 있으므로 가칭 ‘물 용도조사단’을 설치하여 조사를 진행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도 있다.

다음은 전국의 하천과 호소의 전 수역에 대한 물 용도조사 결과를 토대로 용도별로 수질기준 항목과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물 용도가 생활용수인 경우에는 건강보호항목과 목표기준은 현행대로 할 수 있다. 그러나 생활기준항목과 목표기준은 현행과 같이 할 수는 있지만 반드시 그렇게 할 필요는 없다.

예를 들어, 생활환경기준 항목 중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BOD)의 경우 생활용수의 목표수질기준이 반드시 Ⅰa등급일 필요는 없다. Ⅰb등급은 물론이고 Ⅱ, Ⅲ등급 수질의 물도 생활용수로 사용할 수 있다. 현행 수질환경기준 중 생활환경기준 비고 1.나.에서 Ⅲ등급 수질을 “보통의 오염물질로 인하여 용존산소가 소모되는 일반 생태계로 여과, 침전, 활성탄 투입, 살균 등 고도의 정수처리 후 생활용수로 이용하거나 일반적 정수처리 후 공업용수로 사용할 수 있음”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것은 Ⅲ등급의 상수원수라도 고도정수처리만 하면 생활용수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생활용수 상수원수를 Ⅰa등급으로 개선하는 비용과 Ⅲ등급의 상수원수를 고도정수처리하여 생활용수로 사용하는 비용을 비교하여 상수원수의 BOD 수질목표기준을 정하면 된다.

물 용도별 항목·목표기준 설정방법

물 용도별 수질항목 및 목표기준의 설정이 물 용도지정의 마지막 단계다. 물 용도별 수질항목 및 목표기준 설정의 기본원칙은 물 용도별로 달리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물 용도별로 일부 또는 전부 수질항목과 목표기준이 겹칠 수 있다. 예를 들어 수생생물보호를 위한 유지용수의 수질항목과 목표기준은 생활용수의 상수원수 수질항목과 목표기준과 중복되거나 유사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

현행 생활용수의 상수원수 수질항목과 목표수질을 설정함에 있어 사람의 건강보호 항목과 목표기준은 그대로 하고, 생활환경 항목과 목표기준에 대해서는 BOD 3㎎/L 이하, 총 유기탄소량 4㎎/L 이하, 총 대장균군 50군수/100mL 이하 등으로 설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수영용수에 대해서는 미국의 예를 참고할 수 있다. 미국은 수영용수 수질항목(지표)으로 분원성대장균, 이콜라이, 엔테로콕사이 등을 사용하고 있다. 이콜라이의 목표기준은 기하평균 126군수/100mL이고, 담수에 대한 엔테로콕사이의 목표기준은 기하평균 33군수/100mL이며, 해수에 대해서는 35군수/100mL이다. 분원성대장균의 목표기준은 기하평균 200군수/100mL이다.

공업용수·농업용수·심미용수·유지용수 등에 대해서도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수질항목과 목표기준을 설정할 수 있다. 공업용수의 경우에는 공정용수, 제품용수 등으로 세분하여 수질항목과 목표기준을 설정할 수 있고, 농업용수의 경우에는 작물용수와 축산용수로 구분하여 수질항목과 목표기준을 설정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물 용도별 수질항목과 목표기준의 설정은 복잡해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간단할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현행 수질항목과 목표기준 체제는 허상을 대상으로 한 공허한 대책을 추진하고 있는 형상이다.

오염수역의 목록작성 및 총량관리

여기에 물 용도가 상수원수인 물의 수질항목과 수질기준 작성의 예를 제시한다. 다른 용도의 물에 대해서도 유사한 방식의 수질항목 및 기준을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표 1] 참조).

 
수질관리의 최종단계는 물 지정용도를 방해하는 오염수역을 파악하고 그 목록을 작성하여 해당 오염물질의 총량을 관리하는 것이다. 물 지정용도를 방해하는 오염수역이란 특정 수역의 특정 수질항목(들)의 농도가 그 지정용도를 방해할 수준 이상으로 높은 경우를 말한다. 오염수역의 목록은 전국의 모든 수역, 모든 용도에 대해 작성되어야 한다. 오염수역의 목록이 작성되면, 다음은 해당 오염물질에 대한 총량계획을 수립하여 추진해야 한다.

총량계획을 수립할 경우 유의할 점은 점오염원과 비점오염원의 지리적 범위와 규모의 범위를 가능하면 좁혀야 한다는 것이다. 지리적 범위가 너무 넓으면 과다 규제가 되기 쉽고, 규모의 범위가 너무 넓으면 비효율적인 낭비를 가져올 수 있다. 잘못된 규제는 환경보전목표 달성의 효과성과 효율성 모두를 해칠 수 있다. 

[『워터저널』 2018년 1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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