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 박사

김동욱 박사 정책제언


“수심 얕은 정체수역 제거해 녹조현상 해소해야”


고농도 총인, 높은 수온, 긴 일조시간 등 3요소 동시에 갖추면 강·호수서 녹조 발생
소양호 유속 0에 가까운 고인 물임에도 불구 녹조 발생 거의 없어…물 흐름과 무관
 
 

▲ 김 동 욱 박사
•한국물정책학회장
•본지 논설위원
•전 강원대 환경공학부 교수
•환경부 기획관리실장·상하수도국장·수질보전국장 역임
 우리나라 녹조는 막을 수 없다! 

녹조의 악영향

녹조란 강이나 호소 등 담수에 질소(N), 인(P) 등 영양염류가 과다하게 유입되어 남조류가 광합성에 의해 폭발적으로 증식하여 물이 녹색으로 변하는 현상을 말한다. 녹조가 발생하면 죽은 조류가 강이나 호소의 바닥으로 가라앉아 썩으면서 물속의 산소를 고갈시켜 물고기 등 수생생물이 죽으면서 수중생태계가 파괴된다.

녹조를 일으키는 조류 중 마이크로시스티스(Microcystis), 아나배나(Ana-baena), 오실라토리아(Oscillatoria), 아파니조메논(Aphanizomenon) 등과 같은 남조류는 냄새물질과 독소물질을 생산한다. 마이크로시스티스는 간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을 발생시키는데, 발진, 구토, 설사, 두통, 고열 등을 일으킨다. 아나배나와 아파니조메논은 신경을 마비시키는 독소를 배출한다. 그리고 남조류의 독소는 수중생물이나 그 물을 먹는 육지동물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

또한, 녹조가 발생하면 정수장의 정수비용이 많이 들어가고 여과지가 막히는 등 경제적인 손실과 기술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녹조는 수영 등 물놀이에도 방해가 된다. 녹조가 발생하면 물에 더께가 끼는 등 시각적으로 불쾌감을 유발하고, 악취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와 같이 녹조가 발생하면 강과 호소의 수중생태계가 교란, 파괴되어 전체 생태계와 사람의 물 사용에 매우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녹조 발생의 3요소 1조건

녹조 발생의 3요소는 높은 농도의 총질소(T-N), 총인(T-P)과 같은 영양염류, 높은 수온, 그리고 긴 일조시간의 강렬한 햇빛이고, 1조건은 이들 3요소가 동시에 발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강과 호소의 녹조 발생 3요소 중 영양염류는 그 제한물질이 총인이기 때문에 녹조 발생 3요소는 높은 농도의 총인, 높은 수온, 그리고 긴 시간의 강렬한 일조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5월 중하순부터 10월 초중순 사이에 강과 호소에 녹조가 많이 발생하는 것은 그 기간 동안 녹조 발생 3요소 1조건이 동시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녹조는 비가 많이 오거나 서늘한 바람이 부는 늦여름 초가을이 되면 자연적으로 사라진다.

그것은 수온이 내려가고 일조시간이 짧아지면서 일조강도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고인 물은 썩는다”라는 말은 고인물이 녹조 발생 3요소 1조건을 갖추는 경우와 가능성이 흐르는 물보다 많고 크기 때문이다.

녹조 발생과 총인 농도

영양염류인 총인(T-P)이 없으면 녹조가 발생할 수 없다. 총인은 녹조 발생의 필수요소다. 우리나라의 4대강 유역에는 대도시와 공업단지 등이 집중되어 있고, 그로부터 많은 양의 영양염류가 강이나 호소로 흘러들어 그 농도가 매우 높다.

소양호, 충주호, 대청호 등 대형 호소의 총인 농도는 월평균 0.01∼0.04㎎/L(ppm)의 범위이고, 연평균 0.02㎎/L 수준이다. 우리나라 4대강 중류의 총인 평균농도는 0.05㎎/L 수준이고, 하류의 총인 평균농도는 0.1㎎/L 수준이다.

그러나 총인이 녹조 발생의 필수요소이기는 하나 그 농도의 높낮이와 녹조 발생의 유무, 크기 및 빈도는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 연평균 총인 농도가 0.05㎎/L인 팔당호에는 녹조 발생 사례가 드문데 비해 연평균 총인 농도가 0.02㎎/L인 대청호에는 녹조가 연례행사처럼 자주 발생하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또한, 연평균 총인 농도가 대청호와 비슷한 소양호와 충주호에는 녹조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도 이를 증명한다고 할 수 있다([그림 1] 참조).

 
녹조와 수온

수온은 녹조 발생의 필수요소다. 남조류는 20∼30℃의 수온에서 그 성장속도가 최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수온이 10℃ 이하인 겨울∼봄철에는 규조류가, 10∼20℃인 봄과 초여름 철에는 녹조류가, 20℃ 이상이 되는 여름철에는 남조류가 주로 증식한다.

녹조가 높은 수온에서만 발생한다는 것은 녹조가 주로 여름철, 수온이 높은 계절에만 발생한다는 사실로도 증명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연평균 수온이 7∼8℃이고, 여름철 수온이 8∼9℃인 소양호에는 녹조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같은 강과 호소의 경우에도 중심부보다는 수온이 상대적으로 더 높은 가장자리 지역에서 훨씬 더 많은 녹조가 발생한다. 우리나라의 호소 중 녹조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호소의 하나인 대청호의 경우, 녹조의 대부분은 호소의 가장자리 지역에서 발생한다.

대청호의 가장자리 지역에 있는 대전시 동구 추동의 대전시 상수원수 취수탑과 청주시 문의면에 있는 청주시 상수원수 취수탑 지점의 연평균 수온은 중심부의 수온에 비해 5∼6℃가 더 높고, 특히, 녹조가 발생하는 6∼9월 기간 중에는 10∼12℃가 더 높다([그림 2] 참조).

 
대청호 물 전체의 연평균 수온은 11∼12℃이며, 녹조가 발생하는 6∼9월의 최고 수온은 18℃이고, 평균수온은 13∼14℃이다. 따라서 대청호의 중심부에서는 녹조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할 수 있다.

녹조와 일조시간·일조강도

일조시간과 일조강도는 녹조 발생의 필수요소다. 일조시간이 길다는 것은 그만큼 광합성 시간이 길어진다는 것을 말하고, 일조강도가 높다는 것은 단위시간당 광합성 양이 많다는 것을 말한다. 여름의 맑은 날은 일조시간이 길고 태양의 입사각이 커서 일조강도가 높다. 대청호와 소양호 및 충주호의 연간 일조시간은 각각 2천373시간, 1천983시간, 1천934시간이다. 이 호소들 중에서 연간 총 일조시간과 여름철 일조시간 모두 대청호가 제일 길고, 녹조도 제일 많이 발생한다([그림 3] 참조).

 
체류시간은 녹조 발생의 간접적 원인

‘고인 물은 썩는다’고 하면 ‘흐르는 물은 썩지 않는다’는 것은 당연한 말이 된다.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는 말도 비슷한 말이다. 이러한 말들은 ‘움직이지 않으면 죽는다’ 또는 ‘죽은 것은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동식물이나 인간사회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동식물이 자연의 변화에 대항 또는 적응하여 진화하지 않으면 멸종되고, 사람은 사회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뒤쳐지게 된다.

물이 썩는 것은 물속의 유기물이 분해될 때 물속에 녹아 있는 산소가 고갈되면 물속의 다른 생물들이 죽게 되어 수중생태계가 파괴되는 현상을 말한다. 녹조의 경우에도 죽은 녹조가 썩으면서 물속의 산소를 고갈시켜 수중생태계를 파괴하여 물이 썩게 된다.

물이 고인다는 것은 유속이 0이거나 0에 가깝다는 것을 말한다. 큰 호소는 유속이 0에 가깝거나 매우 작고, 강은 유속이 호소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다. ‘흐르는 물’과 ‘고인 물’의 구별은 유속이 그 기준이다. 녹조에 관한 한 ‘고인 물’과 ‘흐르는 물’의 구별이 쉽지 않다.

소양호의 유입수의 체류시간은 약 500일이다. 우리나라에서 체류시간이 가장 긴 호소다. 그것은 소양호의 유속이 0에 가깝고, ‘고인 물’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소양호에는 녹조가 발생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이것은 녹조의 발생이 물의 흐름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는 것을 말한다.

▲ 소양호에는 녹조가 발생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이것은 녹조의 발생이 물의 흐름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는 것을 말한다.

인위적 녹조 발생 방지대책의 한계

녹조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녹조 발생 3요소 중 일부 또는 전부의 발생을 방지하면 된다. 햇빛을 차단하면 광합성 방지와 함께 수온도 내려가기 때문에 녹조 발생 3요소 중 2가지 요소를 제거할 수 있다.

햇빛을 차단하기 위해 녹조가 발생한 수면에 황토를 뿌리는 방법, 녹조차단매트를 설치하는 방법 등이 있다. 호소의 수면에 수초 섬을 만들어 영양염류를 감소시키는 방법도 있다. 영양염류가 호소나 강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생활하수, 공장폐수, 축산분뇨 등을 정화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들은 대개의 경우 한계가 있다. 황토를 뿌리는 것은 임시방편일 뿐이고 넓은 면적에는 부적당하다. 녹조차단매트를 설치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강과 호소의 녹조 발생 3요소 중 높은 수온과 긴 일조시간은 자연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인위적인 대책이 있을 수 없다. 녹조 발생 3요소 중 영양염류의 농도를 낮추기 위한 수초 섬의 조성이나 하·폐수 등을 고도처리 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녹조는 강과 호소의 수심이 얕은 정체수역에서 주로 발생한다. 그것은 녹조 발생의 필요충분조건인 3요소 1조건을 그러한 정체수역이 가장 잘 충족시키기 때문이다. 따라서 녹조발생 방지대책은 정체수역을 없애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다. 정체수역을 없애지 않는 한 우리나라 녹조는 막을 수 없다. 

[『워터저널』 2018년 5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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