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 강원대 교수(본지 논설위원/환경부 기획관리실장, 상하수도국장, 수질보전국장 역임/서울대 공과대학 졸업)


분류식 하수관 설칟철저한 유지관리 필요


대장균·분원성대장균 농도, 거의 모든 도시하천에서 환경기준 훨씬 초과
“대도시의 경우 구조상 분류식 하수관거 설치 어려운 지역 많아”

▲ 김동욱 교수
하수도시설의 건설, 유지, 관리는 도시행정의 3대 과제 중 하나다. 인구가 밀집하여 생활하는 도시를 건강하고 깨끗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도시에서 발생하는 생활하수를 깨끗하게 처리하고 빗물로 인한 도시지역의 침수를 막아야 한다.

생활하수와 빗물을 처리하기 위한 하수도시설의 역사는 도시의 발생과 동시에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의 하수도 역사는 1394년 한양을 도읍지로 정한 조선조에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경주 황룡사지 발굴조사에서 밝혀진 경주시의 개방형 우수(雨水) 관로와 지하암거의 흔적은 우리나라의 하수도시설이 신라시대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을 말해 준다.

조선시대 한양의 하수도는 도성의 중심을 흐르는 청계천 관리가 전부였다. 태종조인 1410년부터 세종조인 1430년까지 청계천 보수 공사가 있었다는 기록이 있으며, 영조 연간인 1760년에는 청계천에 대한 대대적인 개수공사가 있었다는 기록도 있다. 조선조 말기에는 한양에 6천800m의 하수암거가 있었다는 기록도 있다.

도시 생활하수, 가장 큰 수질오염원

근대적 의미의 하수도는 1910년대 말경에 시작되어 1940년대 초에 완성된 약 225km의 서울 하수관거라고 할 수 있다. 1954년 6.25전쟁 복구사업으로 서울의 하수도 정비가 시작된 이래 1970년대 초반까지 하수도는 인구밀집지역으로부터 생활하수와 우수의 단순배제를 목적으로 건설되었다.

그러나 제1, 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추진으로 인한 인구의 도시집중과 생활수준의 향상으로 생활하수가 가장 큰 수질오염원이 됨에 따라 하수도시설의 개념이 종전의 생활하수 및 우수의 ‘배제’에서 생활하수의 ‘처리’로 바뀌었다. 우리나라 하수도 보급률은 1960년대 말 10% 전후의 수준에서 1992년 38.8%, 2005년 83.5% 수준으로 높아졌다. 하수관거 연장도 1992년 4만6천111㎞에서 2005년 8만5천755㎞로 길어졌다.

우리나라의 하수도 보급과 관련된 이러한 수치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선진국 수준에 가까운 것이다. 하지만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하수도시설선진국’이라고 하기에 우리나라는 아직 많은 문제점들을 가지고 있다.

하수도의 주요 구성요소는 하수관거와 하수처리장이다. 하수관거는 생활하수 등 도시에서 사람으로 인해 발생하는 액체상의 수질오염물질을 하수처리장까지 운반하는 통로를 말한다. 생활하수 등 수질오염물질만을 운반하는 하수관거를 분류식 하수관거라고 하고 생활하수 등과 우수, 지하수 등을 함께 운반하는 하수관거를 합류식 하수관거라고 한다. 생활하수 등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서는 분류식 하수관거를 설치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도시의 구조상 모든 지역에 분류식 하수관거를 설치하기가 어려운 경우도 있다.

▲ 단독정화조를 거친 생활하수 배수관이 합류식 하수관거가 아닌 우수관거에 연결되어 그대로 하천으로 방류되는 경우가 있다.
우리나라의 총 하수관거 연장 중 분류식 하수관거 연장이 차지하는 비율이 1992년 30.3%에서 2005년 43.3%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으나, 이것은 하수도 보급률이 같은 기간 2.2배 늘어난 데 비해 분류식 하수관거 보급률은 단지 1.4배 늘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수도 보급률이 지난 15년 간 2배 이상 증가하여 우리나라 전체적으로 하천과 호소의 수질오염방지에 크게 기여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서울시를 관통해서 흐르는 중랑천의 경우 1992년의 연평균 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BOD)이 38.9㎎/L이었으나 2006년에는 13.7㎎/L로 개선되었고, 금호강의 경우 1992년 연평균 BOD 농도가 17.8㎎/L이었으나 2006년에는 4㎎/L로 개선되었다. 이와 같은 사정은 전국 주요 도시를 관류하는 대부분의 도시하천에 그대로 적용된다.

광주천 하류나 안양천 하류와 같은 몇몇 하천구간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도시하천의 수질은 BOD 기준으로 3.0㎎/L 이하로 개선되었다. 예를 들어 전주천과 무심천, 그리고 대전천 하류구간이 2.4㎎/L로 같고, 유등천 하류구간은 2.5㎎/L다.

거의 모든 도시하천의 수질은 과거에 비해 BOD의 획기적인 개선 외에도 하천의 수중생태계 유지를 위한 용존산소(DO) 농도의 한계치인 5.0㎎/L를 모두 넘어서고 있어 자연하천으로서의 역할을 많이 회복한 상태다.

이러한 도시하천의 수질개선은 과거 15년간 하수도 보급률의 획기적인 증가 때문이다. 이는 하수관거 연장이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분류식 하수관거가 많이 설치되고 합류식 하수관거의 유지·관리도 크게 개선되고 강화되었다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도시하천의 수질 중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병원성 미생물의 지표인 대장균과 분원성 대장균의 농도가 거의 모든 도시하천에서 환경기준을 훨씬 초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2006년 기준 분원성 대장균의 농도(MPN/100mL)는 중랑천 6천656, 금호강 284, 광주천 3천707, 안양천 1만1천446, 무심천 5천783, 대전천 2천558, 그리고 유등천 2천875200MPN/100mL이었다. 이러한 농도는 외국의 수영용수 기준인 200MPN/100mL을 훨씬 넘는 수치다.

하수도시설 확장·개선 급선무

도시하천은 도시민들에게 가까운 곳에 있어 접촉 가능성이 높으므로 병원성 미생물에 의한 수질오염은 도시민들의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사람이 살지 않는 자연상태의 경우 총대장균군수에 대한 동물 분뇨의 분원성 대장균군수의 비율은 5%를 넘지 못한다.
도시하천의 총대장균군수에 대한 분원성 대장균군수의 비율은 낮게는 8%에서부터 높게는 37%까지다. 이것은 도시 관류 하천에 있는 분원성 대장균은 대부분 사람의 분변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도시하천의 병원성 미생물 오염을 막기 위해서는 하수도시설을 확장, 개선하는 방법 밖에 없다. 만약 모든 생활하수를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 하수처리장에 모아서 처리할 수 있다면 도시하천의 거의 모든 수질문제는 해결될 것이다.

이는 도시의 모든 하수관거를 분류식으로 설치하고 하수관거가 파손되거나 틈새가 생겨 생활하수가 누출되는 것을 방지해야 하며, 하수관거에 쌓인 찌꺼기를 주기적으로 청소하여 관이 막히지 않도록 하수관거의 철저한 유지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 도시의 모든 하수관거를 분류식으로 설치하고 하수관거가 파손되거나 틈새가 생겨 생활하수가 누출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그림은 분류식 하수관 모형도로 왼쪽 하수관은 우수만 흘러들오고, 오른쪽은 가정이나 빌딩에서 나오는 생활하수만 들어와 하수처리장으로 보낸다.
그러나 모든 하수관거를 분류식으로 설치하는 문제나 하수관거의 철저한 유지관리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거나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특히 대도시의 경우에는 도시 구조상 분류식 하수관거 설치가 어려운 지역이 많이 있다. 하수관거의 건설과 유지관리는 기술적으로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고, 돈도 많이 들어간다. 이와 같이 하수관거는 그 설치와 유지관리에 기술적인 어려움과 막대한 인력과 시간 그리고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하수도시설의 확장과 개선에는 점진적인 접근방법이 필요하다.

하수도시설이 설치된 도시하천의 수질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가 우수관거에 잘못 연결된 생활하수 배수관이다. 합류식 하수관거를 사용하는 지역에서는 각 가정이나 빌딩마다 단독정화조를 설치하도록 되어 있는데 단독정화조를 거친 생활하수 배수관이 합류식 하수관거가 아닌 우수관거에 연결되어 그대로 하천으로 방류되는 경우가 있다.

3인 가족 한 가구에 설치된 단독정화조에서 흘러나온 생활하수가 우수관거를 통해 그대로 하천으로 유입될 경우 물 약 100㎥의 BOD 농도를 1ppm 높일 수 있다. 예를 들어, 탄천 상류의 경우 400가구에서 발생되는 생활하수가 우수관거를 통해 하천으로 유입되면 BOD 농도는 1ppm 높아진다. 이러한 문제는 대장균 오염의 경우에는 더 심각해진다. 탄천 상류의 경우를 다시 예로 들면, 3인 가족 150가구에서 발생되는 생활하수가 단독정화조를 거쳐 우수관거에 유입될 경우 대장균의 농도를 1만 MPN/100mL로 높일 수 있다.

우수관거에 잘못 연결된 생활하수 배수관을 분류식 하수관거나 합류식 하수관거에 바르게 연결시키는 것도 쉬운 것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작은 노력과 비용으로 큰 수질개선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에서 하수도시설 개선을 위한 최우선 추진과제의 하나가 되어야 한다.

하수관거, 철저한 실태파악 시급

다음은 합류식 하수관거의 유지관리문제다. 합류식 하수관거는 대부분 ‘복개하천’의 형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단면적이 넓다. 평상시에는 생활하수 이외에 유량이 별로 없기 때문에 유속이 완만하여 생활하수에 포함된 오염물질 중 일부가 하수관거의 바닥에 침전된다.    이러한 침전물이 초기 강우 시 하천으로 일시에 대량으로 유입되면 물고기 폐사사건 등이 발생할 수 있다. 합류식 하수관거에 쌓인 침전물을 주기적으로 제거하는 것은 어렵고 돈이 드는 일이기는 하지만 초기 강우 전에 적당한 정도의 침전물 제거작업은 꼭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분류식 하수관거의 설치 및 유지관리문제다. 생활하수의 완벽한 처리를 위해서는 모든 하수관거가 분류식으로 설치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분류식 하수관거는 그 설치를 위한 기술상의 문제 외에도 유지관리상의 문제가 있다. 분류식 하수관거 내 침전물의 발생으로 인해 관이 막히는 문제도 있고, 자연유하가 되지 않는 지역에서는 인공적인 양수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하수도시설의 확장 및 개선문제도 다른 문제들처럼 여러 가지 복합적인 수단을 적정하게 조합하여 사용해야 최소의 노력과 경비로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하수도시설의 확장과 개선이 우리나라 하천의 수질, 특히 도시하천의 수질을 개선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중의 하나임에는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 상태에서 도시하천의 수질이 용수기준에 적합하다면 더 이상의 노력과 돈을 들여 귀중한 자원을 낭비하는 어리석음을 저질러서는 아니 된다.

하수도시설의 확장과 개선이 필요한 경우라도 우수관거에 잘못 연결된 생활하수 배수관을 찾아내어 바르게 연결하기와 같은, 노력과 돈이 적게 들면서 효과가 큰 과제부터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하수도시설의 확장과 개선사업을 위해서는 하수관거에 철저한 실태파악과 그로 인한 수질오염 원인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먼저 있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워터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