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 / 강원대 환경공학부 교수, 본지 논설위원, 환경부 기획관리실장·수질보전국장·상하수도국장 역임, 서울대 공과대학 졸업/(『워터저널』6월호에 게재)


병원성미생물, 심각한 수질오염문제 일으켜

3만5천종의 원생동물 중 1만종이 병원성미생물       
종류 늘리고, 물의 용도별 구체적 수질기준 설정 시급
 

“병원성미생물은 위락용수·생활용수·지하수·어패류의 생장과 번식, 그리고 야생생물에 대해 해로운 영향 미칠 수 있어”


   
▲ 김동욱 교수
미생물은 육상 및 수중생태계 어디에나 존재하며, 대부분 인간과 생태계에 이로운 역할을 한다.

미생물은 유기화학물질이나 합성화학물질을 분해하고 더 큰 동물의 먹이가 되기도 하며, 질소순환과 기타 생물지리화학적 순환의 기본적인 구성요소가 된다. 어떤 미생물은 고등동물의 체내에 기생하면서 음식물의 소화를 돕기도 하고, 다른 미생물은 항생제로서 의약품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미생물 중 일부는 사람의 몸 속에 들어왔을 때 질병을 일으키거나 심지어 사망에 이르게 하는 등 해로운 것도 존재한다. 우리는 사람에게 질병을 유발시키는 이러한 미생물군을 병원균 또는 병원성미생물이라고 부른다.

원생동물·세균·바이러스로 구분

물 속에 있으면서 수인성질병을 일으키는 병원성미생물은 원생동물, 세균 및 바이러스로 구분된다. 원생동물은 단일세포 생물체로서 세포분열에 의해 번식하며, 일차적으로 수중환경에서 발생한다. 지금까지 알려진 약 3만5천 종의 원생동물 중 거의 30%에 해당하는 1만 종의 원생동물이 병원성미생물이다.

   
▲ 공공상수도의 크립토스포리디움, 지아디아, 총대장균, 그리고 바이러스의 허용농도는 ‘0’이다. 그러나 음용수의 원수로 사용되는 지표수에 있는 모든 박테리아 및 바이러스는 정수과정에서 사용된 염소소독 등 살균처리에 의해 불활성화 된다.
병원성원생동물은 환경에서 포낭(cysts)으로 존재하다가 온혈동물의 소화기관에 들어가게 되면 부화, 성장, 번식하면서 관련 질병을 유발한다. 원생동물의 포낭 형성은 그 생존을 쉽게 하여 고온이나 염수와 같은 가혹한 조건에서도 살아남게 한다. 많은 병원성 원생동물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지아디아 램블리아(Giardia lamblia)와 크립토스포리디움(Cryptosporidium)이다. 전자는 설사를, 후자는 복통을 일으킨다.

박테리아는 단세포 미생물로 유기핵과 클로로필(엽록소)이 없다. 박테리아는 단선의 디옥시리보핵산(DNA)를 가지고 있으며 전형적으로 쌍체분열에 의해 번식한다. 온혈동물의 배설물에는 많은 종류의 박테리아가 발견되는 데, 그 중에는 스트렙토코커스(Streptococcus), 락토바실러스(Lactobacillus), 스테필로코커스(Staphylococcus), 클로스트리디아(Clostridia) 등이 포함되어 있다.

바이러스는 생존하기 위해 숙주를 필요로 하는 감염매체군을 말한다. 바이러스는 디옥시리보핵산 혹은 리보핵산(RNA)으로 된 고도로 조직화한 연속적인 핵산으로 구성된다. 모든 바이러스는 핵산을 둘러싸고 있는 단백질 막을 가지고 있다. 바이러스 중에는 단백질 막을 다시 덮고 있는 지방단백질 막을 가지고 있는 것도 있다.

수질과 인간건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바이러스군은 감염된 개체의 장관(腸管)에 있다가 하천에 유입된다. 장관에서 발생하는 바이러스로는 A형간염, 엔테로바이러스(enterovirus), 로타바이러스(rotavirus), 노워크바이러스(Norwalk virus), 아데노바이러스(adenovirus), 그리고 레오바이러스(Reo virus) 등이 있다.

병원성미생물은 물 속에 매우 낮은 농도로 존재할 뿐만 아니라 그 종류도 매우 많기 때문에 직접 측정한다는 것은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거의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이유로 우리는 병원성미생물 측정을 위해 지표생물종을 사용한다.

지표생물종은 병원성미생물은 아니지만 물 속에 있는 병원성미생물의 존재를 간접적으로 표시하는 생물종을 말한다.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지표생물종으로는 총대장균, 분원성대장균, 이콜라이(E.coli) 및 엔테로콕사이(Enterococci) 박테리아가 있다.

이들 박테리아는 주로 온혈동물의 장관에 기생한다. 주요 온혈동물로는 사슴, 거위, 너구리 등과 같은 야생동물과 소, 돼지와 같은 가축, 개나 고양이와 같은 애완동물 그리고 인간이 있다.

소독·여과기술, 미생물 완전제거 못해

병원성미생물은 수자원관리자에게 있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심각한 문제가 된다. 병원성미생물은 그 크기가 작기 때문에 강우 유출수 및 기타 유출수에 의해 쉽게 수역에 유입된다. 하천, 호소, 하구에 들어가면 병원성미생물은 오염된 어패류의 섭취, 피부접촉 또는 음용수의 음용을 통해 사람의 몸 속으로 들어간다. 병원성미생물은 위락용수, 생활용수, 지하수, 어패류의 생장과 번식, 그리고 야생생물에 대해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사람들이 분원성대장균으로 오염된 강이나 호소에서 수영할 경우 수인성전염병에 걸릴 확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병원균으로 오염된 위락용수로 인한 감염성 질병으로는 소화기, 호흡기, 눈, 귀, 코, 목 그리고 피부 관련 질병 등이 포함된다.

분원성 지표생물종의 존재는 그 물을 음용수로 사용하기에는 안전성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공공상수도의 크립토스포리디움, 지아디아, 총대장균, 그리고 바이러스의 허용농도는 ‘0’이다. 그러나 음용수의 원수로 사용되는 지표수에 있는 모든 박테리아 및 바이러스는 정수과정에서 사용된 염소소독 등 살균처리에 의해 불활성화 된다.
 
미생물에 따라서는 내성에 차이가 있다. 발암성의 소독부산물 생성을 줄이기 위해 염소소독 대신 오존소독이나 여과막 또는 자외선 조사를 할 경우 그 비용이 문제가 된다. 그러나 모든 소독과 여과기술이 미생물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아니며 일부만 제거할 수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 우리나라의 주요 수역이 “물고기 뛰놀고, 멱 감을 수 있는” 수질이 되기 위해서는 병원성미생물 오염관리체제의 정비·구축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2로그(log)인 경우 미생물의 99%를 제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원수의 미생물 농도가 높다는 것은 정수된 물의 미생물 농도도 높다는 것을 의미하며 공중보건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개 및 굴, 기타 갑각류와 같은 여과성 섭식 어패류는 그들의 근육조직에 병원성 미생물을 농축시켜 이를 사람이 날것으로 먹거나 덜 익혀 먹었을 때 질병에 걸릴 수 있다. 분원성대장균 및 총대장균 지표를 사용해 쌍각류 연체동물이 전파하는 비브리오(Vibrio) 박테리아, 노워크 유사바이러스, 소화기질환, A형간염 등의 발생을 막을 수 있다.

지표미생물의 종류·수질기준 미흡

원수 중 지표미생물의 종류와 수질기준은 나라에 따라 다르다. 미국은 주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총대장균, 분원성대장균, 이콜라이 및 엔테로콕사이 박테리아를 지표미생물로 사용하고 있다. 영국은 총대장균과 분원성대장균, 분원성스트랩토콕사이, 살모넬라(salmonella)를 지표미생물로 사용하고 있으며, 유럽공동체(EC)의 지표미생물도 이와 비슷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총대장균과 분원성대장균만을 지표미생물로 사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총대장균보다는 분원성대장균이, 분원성대장균보다는 이콜라이 박테리아나 엔테로콕사이 박테리아가 더 정확한 지표생물종으로 알려져 있다.

물 용도별 구체적 수질환경기준도 나라에 따라 다르다. 미국은 각 주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생활용수의 수질기준은 원수 100mL당 분원성대장균군수 20개이며, 수영용수 등 위락용수의 수질기준은 200개다.

영국은 수영용수의 수질기준으로 총대장균과 분원성대장균을 사용하고 있으며, 그 기준은 시료의 80%가 100mL당 총대장균군수 500개를 초과하지 않아야 하고, 분원성대장균군수는 100개를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 호주는 수영용수의 경우 분원성대장균군수는 100mL당 150개, 엔테로콕사이 박테리아는 35개로 정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원수의 사용목적별로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수질기준이 정해져 있지 않다. “…여과·살균 등 간단한 정수처리 후 생활용수로 사용할 수 있음”, “…여과·침전·살균 등 간단한 정수처리 후 생활용수 또는 수영용수로 사용할 수 있음” 등과 같이 되어있어 생활용수나 수영용수의 원수의 수질기준이 무엇인지 직접 정하지 않고 있다.

외국의 예를 보면, 수영용수로 사용되는 담수의 경우 일반적으로 30일 기간 중 동일간격으로 채취한 5개 이상 시료의 분석치의 기하학적 평균치가 100mL당 이콜라이의 경우 126개를, 엔테로콕사이의 경우 33개를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 바닷물의 경우에는 30일 기간 중 동일간격으로 채취한 5개 이상 시료의 분석치의 기하학적 평균치가 100mL당 엔테로콕사이의 경우 35개를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

수영용수 수질환경기준이란 “물 속에 있는 병원성 미생물 지표생물종의 농도와 위락용수 사용이 인간건강에 미치는 가능한 위험성간의 정량적 관계”라고 정의된다. 이러한 정의에 의해 우리는 인간건강의 보호를 위해 안전한 수영용수의 지표생물종 농도의 상한선을 정한 수영용수 수질환경기준을 정할 수 있다.

1972년에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생활하수로 인한 수질오염이 수영용수로서 인간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내기 위한 연구를 시작하였다. 연구목적은 수영용수 수질지표로서 가장 좋은 지표생물종을 결정하는 것과 지표생물종의 농도와 인간건강과의 관계를 알아내는 것이었다. 여름철 담수욕장과 해수욕장의 지표생물종의 기하평균농도와 같은 해 여름 해당 수영장에서 수영관련 소화기질병 발생률을 비교 분석한 것이다.

   
▲ 우리나라에서는 알게 모르게 물 사용에 따른 수인성 질병이 많이 발생하고 있으나 깊은 관심을 가지는 국민들은 많지 않다. 수인성 질병은 알려진 것보다는 알려지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을 수 있다.
미국 환경보호청은 이와 같은 박테리아 자료 분석결과에 의해 분원성대장균 지표생물종의 경우 수영용수 수질기준을 기하평균농도 100mL당 200개로 결정했다. 이 농도에서 담수욕장의 경우 수영인구 1천 명당 8명이 발병하고, 해수욕장의 경우 수영인구 1천 명당 19명이 발병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미국의 경우 식용어패류서식용수 수질환경기준은 30일 기간 중 동일간격으로 채취한 5개 이상 시료 분석치의 중위수가 100mL당 분원성대장균군수 경우 14개를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 또한, 이들 시료 중 분원성대장균 군수가 43개를 초과하는 것이 10% 미만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합의된 식용어패류서식용수의 미생물 수질기준은 100mL당 총대장균군수 70개이며, 시료 중 총대장균군수 230개를 넘는 것이 10%를 초과하지 않도록 되어있다.

상수원수의 미생물 수질환경기준은 총대장균군수는 100mL당 100CFU 이하, 분원성대장균은 20CFU 이하, 이콜라이는 호소와 저수지의 경우 연평균 농도 10CFU 이하이고 하천과 강의 경우 연평균 50CFU 이하이다. 크립토스포리디움의 접합자낭의 농도는 7.5개다.

오염관리체제 정비·구축 필요

우리나라 물의 병원성미생물 오염관리체제의 개선을 위해서는 첫째, 지표미생물의 종류를 늘리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개정된 수질환경기준에서 물의 지표미생물로 종전까지 사용해 오던 총대장균에 분원성대장균을 추가했으나, 좀 더 정확한 병원성미생물 측정을 위해서는 최소한 이콜라이와 엔테로콕사이 박테리아를 지표미생물로 추가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총대장균과 분원성대장균의 농도가 반드시 같은 크기로 비례하지 않고, 분원성대장균과 이콜라이 박테리아의 수가 서로 비례하지 않기 때문에 지표생물종은 가능하면 정확한 것을 직접 측정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둘째, 물의 용도별 및 지표생물종별로 원수의 구체적인 수질기준을 정해야 한다. 그 한 가지 방법은 앞에서 말한 다른 나라의 예와 같이 먼저 병원성미생물과 관련해 물의 용도를 생활용수, 수영용수, 식용어패류서식용수 등으로 구분하고, 각 용도별로 하나 또는 복수의 지표미생물을 선정해 그 수질기준을 정하는 것이다.

셋째, 지표미생물의 농도 측정과 관련해 중요한 것은 측정치의 정확성에 관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측정치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기간은 길게, 측정회수는 많게 하는 것이 좋으나 이에는 여러 가지 제약이 따름으로 필요한 최소한의 측정기간과 측정회수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외국의 예를 보면 수영용수 수질환경기준의 경우 하천과 호소에 대해서는 30일 기간 중 동일간격으로 채취한 5개 이상 시료의 분석치의 기하학적 평균치가 100mL당 이콜라이의 경우 126개를, 엔테로콕사이의 경우 33개를 초과하지 않아야 하고, 그 측정치 중 최대치가 엔테로콕사이의 경우 61개, 이콜라이의 경우 235개를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 해수욕장의 경우 지표생물종으로는 엔테로콕사이 박테리아를 사용하며 그 수치는 각각 35개, 104개이다.

식용 어패류 서식용수의 지표생물종 수질환경기준의 예를 보면, 30일 기간 중 동일간격으로 채취한 5개 이상 시료 분석치의 중위수(median)가 100mL당 분원성대장균군수 14개를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

또한, 이들 시료 중 분원성대장균 군수가 43개를 초과하는 것이 10% 미만이어야 한다. 국제적으로 합의된 식용어패류서식용수의 미생물 수질기준은 100mL당 총대장균군수 70개이며 시료 중 총대장균군수 230개를 넘는 것이 10%를 초과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의 주요 수역이 “물고기 뛰놀고, 멱 감을 수 있는” 수질이 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논의한 방향의 병원성미생물 오염관리체제의 정비·구축이 필요하다. 사람의 접근이 용이한 전국의 주요 하천구간과 호소, 해수욕장에 대해 여름철 기간 중 이콜라이와 엔테로콕사이 박테리아의 체계적인 수질검사가 필요하고, 하천과 호소 그리고 갯벌에서 잡히는 어패류의 식용 적합성을 결정하기 위해 분원성대장균 농도의 측정이 필요하다.

 

저작권자 © 워터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