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근 박사 칼럼
 

“봄철 지하수 고갈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 류 재 근 박사
·본지 회장
·국립한국교통대학교 명예석좌교수
·㈔한국환경학술단체연합회장
·㈔한국환경분석학회 명예회장
·(전)한국물환경학회장(현 고문)
·(전)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6,7대)
·(전)국립환경과학원장
·(전)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
우리나라는 예부터 눈이 많이 오는 겨울철 논에 물을 대기 때문에 지하수가 많이 함양되어 봄철 먹는 우물물이 고갈되지 않고 농사 지을 때 많은 혜택을 보아 왔다. 그런데 요사이 기후변화로 겨울철 눈을 찾아보기가 힘들어지면서 지하수 공급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영월과 평창지역에서 물부족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지하수는 지표수에 수자원으로서 참으로 많은 이점을 가지고 있다. 수온이 연중 크게 변화하지 않아 여름철에는 냉각용수로 사용되고 겨울철에는 지열로 난방을 사용하게 한다. 지하수는 강수라든가 지표수 또는 관개용수가 장시일에 걸쳐 삼투한 것으로 지표수에 비해 수질이 훨씬 양호하다. 따라서 상수원수로서 물맛이 좋으며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쉽고 안정적으로 쓸 수 있다.

그러나 지하수는 그 방대한 존재량에 비해 경신되는 양이 극단적으로 적다는 약점이 있다. 특정 지역에서 집중적이고 대규모로 지하수를 이용하기 때문에 이전부터 있었던 주위의 우물이 완전히 말라버린다든가, 수량이 줄어버려 필요량을 확보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몇 해 전부터 평창군이 봄철 물부족으로 많은 애로를 겪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봄철 물부족 현상은 평창군뿐만 아니라 섬 지역에서도 매년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이 같은 문제는 물순환 속 지하수의 특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따라서 개개 우물에 관하여 양수량의 한계를 조사할 뿐만 아니라 지하수역 전체적으로 지하수의 거동 또는 함양량(涵養量:수입)을 밝히는 일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앞으로는 가을철 논에 물을 대거나 무농 시설에 물을 저장하는 다변화 농사기법도 연구하여 지하수로써 온상시설도 유지하고 봄철 가뭄도 예방할 수 있는 물순환 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 가을철 벼 수확 후 물을 전국적으로 대면 11억㎥의 물이 저장되고, 그 저장된 물이 계속 지하로 침투하면 봄철 많은 양의 지하수를 함유하게 되어 봄철 농사 및 먹는물 부족 현상을 개선하는 데에도 큰 효과가 있다.

따라서 늦기 전에 봄철 가뭄을 위하여 벼 수확 후 논에 물을 대는 정책이 절실히 요구된다. 벼농사 후 논에 물을 대는 농가에 물 부담금으로 걷은 액수 중 일부를 투자하면 농촌 경제도 활성화될 수 있다. 특히 논의 생태계가 살아나면 미세먼지 저감은 물론 산불이 났을 때에도 산불이 더 넓은 지역으로 퍼지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일단 오염되어 버린 지하수를 원상태로 회복하는 데에는 그 지하수의 체류시간(연령)에 걸맞은 세월이 필요하다. 지하수의 수지가 온통 적자투성이가 되도록 과잉의 양수를 계속한 결과 임해지대에서는 해수의 침입을 초래했고, 수복이 거의 불가능한 지하수의 염수화를 야기했다. 종래의 지하수 오염은 비교적 국소적인 현상이다. 그런데 예를 들어 유기염소계 용제(트리클로 3물질)는 물보다 오히려 토양에 삼투하기 쉬운 특성이 있기 때문에 미량이라도 각지에서 광역적인 지하수 오염을 야기할 원인물질이다.

늦기 전에 지하수를 국토의 구성요소로 명확히 자리매김하고 지표수와 일체가 된 관리체계를 확립하여 올 가을부터 벼농사 후 물대기 사업을 전국적으로 시범지역을 정하여 실시할 것을 정책적으로 건의한다. 이를 통해 겨울철에도 논에 얼음과 눈을 볼 수 있고 봄철에 그 물이 녹아 농사짓는데 물이 부족하지 않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6개월 동안 무농으로 방치하지 말고, 봄철 벼를 심을 때까지 논에 물이 보이게 하여 물걱정 없는 농촌이 되기를 기대한다.

 [『워터저널』 2019년 5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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