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 박사

김동욱 박사 정책제언


“물 정책, 환경정의 고려해 재정비 필요”

먹는샘물 제조업자에게만 부과되는 수질개선부담금, 타당성 떨어져
하수처리시설, 배출원별로 방류수 수질기준 각기 다르게 설정해야


▲ 김 동 욱 박사
•한국물정책학회장
•본지 논설위원
•전 강원대 환경공학부 교수
•환경부 기획관리실장·상하수도국장·수질보전국장 역임
물정책과 환경정의

공평한 대우와 실질적 참여 보장

“‘환경정의’란 환경법령과 규칙 및 환경정책의 수립, 추진 및 집행과 관련하여 인종, 피부색, 국적 또는 빈부의 차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들에 대한 공평한 대우와 실질적 참여를 말한다.”(USEPA, 1970).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이러한 환경정의를 전국의 모든 지역사회와 모든 사람들을 위한 목표로 삼고 있다. 이러한 환경정의는 그들이 살고, 배우고, 일하는 건강한 환경을 지키기 위한 의사결정과정에 동등하게 참여할 수 있고, 환경과 건강에 대한 위험으로부터 누구나 동등한 수준의 보호를 받을 수 있을 때 성취된다.

환경정의의 다른 정의에는 △환경위험과 환경이익의 공평한 부담과 분배 △환경적 의사결정에 있어 공평하고 의미 있는 참여 △지역사회의 생활양식, 전통지식, 문화적 차이 존중 △기능과 역할을 가진 지역사회와 개인 능력의 존중 등이 포함된다.
사회과학에서 사용되는 다른 의미의 ‘정의’란 ‘사회적 재화의 공평한 분배’를 말한다. 요약하면, 환경정의란 환경 관련 법, 규칙, 정책 등의 수립과 추진이 모든 사람에게 공평한 재화의 분배가 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상수원관리지역 지정관리와 환경정의

상수원보호구역, 특별대책지역, 수변구역 등은 하류주민에게 깨끗한 생활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상류지역에 설정된 구역 또는 지역이다. 이 지역에서는 상수원수의 수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위가 제한된다. 이곳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여러 가지 행위제한으로 일상생활의 불편과 재산권 행사제한 등의 피해를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상류지역 주민은 하류지역 주민에게 깨끗한 물을 공급하기 위해 일방적인 부담을 지게 된다.

이러한 사회부정의(social injustice) 또는 환경부정의(environmental injustice)를 바로잡기 위해 현재 시행 중인 방법의 하나가 ‘물이용부담금’이다. 상수원 상류지역 자치단체의 환경기초시설 설치 및 운영비 지원, 상수원관리지역 주민들을 위한 소득증대사업 등의 일반지원사업 및 주택개량사업 등의 직접지원사업, 수변구역 매입 등 상·하류 주민의 환경비용과 혜택의 공평부담과 분배를 위해 물이용부담금으로 하류주민이 깨끗한 상수원수를 공급하고 상류주민에게는 그로 인한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다.

환경정의 반하는 수질개선부담금

“수질개선부담금은 공공의 지하수자원을 보호하고 먹는물의 수질개선을 위해 1995년 「먹는물관리법」의 시행으로 도입되었다. 부담금 부과 대상은 샘물을 개발하여 이를 원료로 제품을 제조·판매하는 먹는샘물 제조업자와 먹는샘물 수입판매업자, 기타 하루 300㎥ 이상의 샘물을 개발하여 원수의 일부를 음료류·주류 등의 원료로 사용하는 자이다.

2008년 「먹는물관리법」 개정에 따라 먹는샘물 제조 및 기타샘물 개발자는 취수량에, 수입판매업자는 수입량에 대하여 각각 부과하고 있다. 2011년도에는 먹는샘물 제조업자가 취수한 샘물과 수입판매업자가 수입한 먹는샘물에 2천800원/㎥을, 기타샘물 개발업자가 취수한 샘물에 1천900원/㎥을 부과하였고, 2012년부터는 먹는샘물과 기타샘물 모두에 2천200원/㎥을 부과하고 있다.”(2017 환경백서).

2007년 수질개선부담금 징수액은 178억 원이었고, 2016년의 징수액은 143억 원이었다([표 1] 참조). 수질개선부담금의 부과목적은 “환경침해를 일으키는 먹는샘물 제조업자 등에게 재정적 부담을 줌으로써 환경을 고갈시키고 침해하는 기업활동을 억제하도록 간접적으로 유도함과 더불어 먹는물, 특히 수돗물 수질개선이라는 환경정책의 실현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고자 하는 것으로 그 내용상 환경에 관한 부담금이고 기능상으로는 정책목표 달성을 유도하고 조정하는 성격을 가진 부담금이다”(2017 환경백서).

 
이러한 수질개선부담금의 부과목적에는 큰 잘못이 있다. 모든 종류의 기업활동은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환경을 고갈시키고 침해’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유독 먹는샘물 제조업자에게만 수질개선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은 타당성이 없다. 먹는샘물 제조업으로 인한 환경문제가 다른 기업 활동보다 매우 심각하다면 하나의 이유가 될 수도 있으나, 그 이유는 구체적이어야 한다. 

수돗물 수질개선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수질개선부담금을 부과한다는 것은 그 부과의 타당성이 더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수질개선부담금의 최우선 목적은 먹는샘물을 개발해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재원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먹는샘물의 개발로 인한 수질오염 등 환경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면 수질개선부담금을 부과해서는 안 된다. 불필요하고 타당성이 없는 부과는 그 규모가 작든 크든 국가경제와 환경정의를 왜곡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수돗물 수질개선을 위한 재원으로 사용하기 위해 먹는샘물에 수질개선부담금을 부과한다는 것이 문제다. 그리고  수입산 먹는샘물은 국내 환경 침해와 관련이 없는데 수질개선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은 타당한 이유가 없어 보인다.

방류수수질기준과 환경정의

물 환경정의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국민 모두가 모든 물을 양적·질적으로 공평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달리 말하면 모든 국민은 다른 사람의 이러한 물 사용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상수원 상류에서 수질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자는 상수원수의 목표수질에 영향을 주지 않을 정도로 수질오염물질을 정화하여 배출해야 한다. 이 같은 정화처리기준을 정한 것 중의 하나가 ‘수질오염물질처리시설의 방류수 수질기준’이다.

대표적인 수질오염물질처리시설로 공공하수처리시설과 개인하수처리시설이 있다. 현행 공공하수처리시설의 방류수 수질기준은 하수처리량의 크기와 배출수역에 따라 다르게 규정되어 있다.

예를 들어, 방류수 수질기준이 가장 엄격한 공공하수처리시설은 1일 하수처리량이 50㎥ 이상으로 Ⅰ지역에 방류수를 배출할 경우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BOD) 5㎎/L 이하, 화학적산소요구량(COD) 20㎎/L 이하, 그리고 부유물질(SS), 총질소(T-N) 및 총인(T-P)이 각각 10㎎/L 이하, 20㎎/L 이하 및 0.2㎎/L 이하이다([표 2] 참조).

 
공공하수처리시설의 처리용량별, 지역별 방류수수질기준에 차등을 두기는 했지만 하류수역의 목표수질을 달성하기 위한 적정한 부담인지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Ⅰ지역은 상수원보호구역, 수변구역, 특별대책지역 등 상수원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지역이다.

상수원수의 목표수질은 일반적으로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BOD) 1㎎/L 이하, 화학적산소요구량(COD) 2㎎/L 이하, 그리고 총인(T-P)이 0.02㎎/L 이하이다. 이것은 공공하수처리시설의 방류수 수질기준이 상수원수 목표수질의 5배 내지 10배에 이른다는 것을 말한다. 처리용량이 낮아지면 방류수 수질기준은 더욱 높아진다.

상수원수 취수지점과 수질오염물질 배출원과의 유하거리, 유하경로의 자정작용의 크기 등에 따라 배출원이 상수원수의 수질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기 때문에 배출원별로 방류수 수질기준을 정해야 한다. 물론 배출원별 수질기준을 설정하기 위해서는 유하거리, 유하구간의 자정작용의 크기 등 변수들에 대한 조사와 분석이 필요하다.

기술적·행정적으로 어려운 일이기는 하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해야 할 일이다. 그렇게 되었을 때 환경부담이 공평해지고, 물 환경정의가 성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일은 장기적으로 꾸준히 추진해야 할 일이다. 개인하수처리시설의 경우에도 같다.

총량규제와 환경정의

‘총량규제’란 특정수역의 목표수질을 달성하기 위해 수질에 영향을 주는 모든 수질오염물질 배출원을 대상으로 수질오염물질 배출허용량을 할당해주는 것을 말한다. 배출허용량의 할당기준은 유하거리, 자정능력등과 오염물질처리에 필요한 한계비용과 처리기술 등이다.

예를 들어, 특정수역의 목표수질을 달성하기 위한 오염물질 배출허용총량이 100이라고 하고, 영향을 미치는 5개의 수질오염물질 배출원의 크기가 각각 1천500, 1천, 700, 500 및 300이라고 할 경우, 배출허용량 할당은 5개 오염원에 대해 같은 비율로 배출허용량을 할당해 주는 것이다. 그 결과 각각 37.5, 25, 17.5, 12.5 및 7.5를 할당받게 된다.

여기에 각 오염원의 유하거리, 자정능력, 처리기술, 한계비용 등의 요소를 고려할 때 배출허용량의 할당은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자정능력을 고려할 때 오염원별 할당량은 36.5, 25.5, 17, 12.5 및 8.5가 된다.

한계비용을 고려할 경우에는 오염원별 배출허용량이 달라질 것이다. 한계비용 기준 배출허용량의 할당은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할 수도 있다. 배출허용량 할당은 오염물질 배출원간의 환경비용부담의 공평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총량규제의 환경정의를 성취하기 위한 것이다.

[『워터저널』 2019년 8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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