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

안전하고 깨끗한 물, 화학약품 없이 살균·소독한다

KIST 연구팀, 광전기 촉매 이용 약품사용 없이 정화·소독 가능한 기술 개발
자외선과 전원만 동시에 공급하면 수 분 내 박테리아·바이러스 99.9% 제거
20시간 이상 연속운전에도 높은 살균성능 유지…가습기·수영장 등에 활용 기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 이병권)은 물자원순환연구센터의 홍석원 센터장 연구팀이 포항공대(POSTECH, 총장 김도연) 환경공학부 조강우 교수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화학약품 없이도 자외선과 전원만 동시에 공급하면 물속의 박테리아와 바이러스를 완벽하게 살균할 수 있는 촉매와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지난 8월 13일 밝혔다.

몇 년 전 발생한 가습기 살균제 사고로 정수기와 가습기 등 가정에서 물을 사용하는 소형 가전제품에서 살균, 소독이 안전하게 되는지 관심이 커졌다. 수백 명의 사상자를 발생시킨 사건으로 가습기에 사고의 주원인물질인 ‘PHMG’를 더는 사용하지 않지만,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해소되지 않았다.

PHMG는 ‘Poly Hexa Methylen Guianidine’의 약어로, 다른 살균제에 비해 피부, 경구에 대한 독성이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가습기 살균제로 활용됐으나 최근 흡입에 의한 폐 손상이 가능함이 확인됐다.

기존에 사용되고 있는 화학약품 소독제는 소독과정에서 장기 손상과 암을 일으킬 수 있는 독성물질을 만들어 낸다. 이러한 문제점을 피하고자 자외선(UV)이나 광촉매를 이용하면 약품 없이도 미생물을 제어하고 독성 오염물질을 분해할 수 있어 화학약품 소독제의 대안으로 연구되고 있다. 하지만 위 방법은 상대적으로 처리속도가 느리고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한계점이 있었다. 광촉매는 일반적으로 반도체 금속 산화물로 빛을 받아 강력한 산화 소독제를 생성할 수 있는 촉매 물질이다.

KIST 연구진은 이 방법에 전기를 흐르게 하여 한계를 극복하고 화학약품 없이도 물을 효과적으로 살균·소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기존 연구들은 ‘티타니아(TiO2)’ 물질을 촉매로 사용하였는데 전기가 잘 흐르지 않아 이 시스템에 적용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티타늄의 산화수를 일부 조정하는 셀프(자가)도핑 기술을 통해 전기전도도를 비약적으로 향상시켜 나노구조의 촉매를 제작했다. 자가도핑 기술은 동일한 성분의 금속산화물에 대하여 금속의 산화수를 조절함으로써 변환된 금속이 일종의 불순물(도핑 원소)로 작용하게 하는 재료합성 기술이다.

이 촉매로 자외선을 이용한 살균을 하는 동시에 전기를 흐르게 하면 살균제를 대량으로 생산하고, 이를 통해 수 분 내에 박테리아와 바이러스를 99.99% 이상 완벽하게 제거할 수 있었다. 이렇게 개발된 시스템은 20시간 이상 긴 시간 동안 연속 가동해도 높은 살균성능을 유지했다.

KIST 홍석원 센터장은 “이번 연구를 통하여 개발된 무(無)약품, 친환경 정화 및 소독 기술은 소형 가전제품뿐 아니라 수영장에서도 활용될 수 있는 기술로써, 향후 기업과의 산학협력을 통한 실용화가 가능할 것이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 연구는 과기부 지원으로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실사업 및 환경부 하·폐수고도 처리사업으로 수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촉매 분야 최고 수준 과학전문지인 『어플라이드 캐털리시스 B(Applied Catalysis B : Environmental)』 (IF : 14.23, JCR(Journal Citation Reports) 분야 상위 0.96%) 최신호에 게재됐다.

[『워터저널』 2019년 9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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