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 박사

김동욱 박사 정책제언


“우리나라 물관리체제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강·낙동강유역 대도시 상수원을 상류 호소로 이전하는 것이 물관리 최우선과제
상류에 중소규모 저수시설·중하류에 저장저수지 설치해 수자원 확보 불안정성 해결


▲ 김 동 욱 박사
•한국물정책학회장
•본지 논설위원
•전 강원대 환경공학부 교수
•환경부 기획관리실장·상하수도국장·수질보전국장 역임
우리나라 물관리 100년 대계

생태용수와 인간용수

물의 용도는 크게 생태용수와 인간용수로 구분할 수 있다. 생태용수는 강, 호소 등의 수중생태계와 토양 등 육지생태계가 사용하는 물이고, 인간용수는 생활용수, 공업용수, 농업용수, 위락용수 등 사람이 사용하는 물이다. 인간용수 중 대부분은 다시 하천, 호소, 토양 등 자연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인간용수는 생태용수의 일부라고도 할 수 있다.

인간용수 중 생활용수는 음용수, 주방용수, 세탁용수, 화장실용수, 욕실용수 등으로 사용되고, 공업용수는 공정용수, 제품용수 등으로 사용된다. 농업용수는 대부분 쌀농사에 사용된다. 위락용수는 하천이나 호소 등의 물을 자연 상태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에 별도의 수량을 요구하지 않는다.

생활용수, 공업용수, 농업용수 및 위락용수는 각각 다른 수질기준을 가지고 있다. 생활용수의 수질기준이 가장 엄격하고, 공업용수 및 농업용수 순으로 기준이 완화된다. 위락용수는 수인성 전염병 관련 세균, 독성물질 등의 항목에 대해 수질기준이 설정되어 있다.

생태용수의 수질기준은 하천과 호소 등의 수역별로 다르게 설정된다. 일반적으로 하천 상류수역은 1급수의 수질, 하천중류수역은 2급수의 수질을 설정하며, 하천하류수역은 3급수 이하의 수질을 설정한다. 호소의 경우에는 하천 상류에 있는 호소를 1급수 수질로 설정하고, 하천의 중하류에 있는 호소는 유역의 특성에 따라 수질등급을 설정한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118개 중권역, 49개 호소에 대해 목표수질기준이 설정되어 있다.

세계 대도시의 영구적 상수원

물관리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과제가 깨끗하고 풍부한 생활용수를 영구적으로 확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에도 미래에도 오염원이 없는 상류에서 상수원수를 취수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세계의 모든 주요 대도시들은 오염원이 없거나 적은 상류의 호소나 하천에서 충분한 양의 깨끗한 상수원수를 영구적으로 확보하여 공급하고 있다.

미국 뉴욕시의 상수원은 27개 저수시설과 20개의 수로, 4개의 송수시설(터널)로 구성되어 있다. 총 유역면적은 4천96㎢이고, 총 저수량은 11억6천만㎥, 용수공급량은 일일 697만㎥이다([그림 1] 참조).

호주 시드니시는 상수원수를 버라고랑호와 상류네피안호소군에서 취수한다. 호주 시드니시가 버라고랑호와 네피안호소군으로부터 상수원수를 취수하기 위해 설치한 인공도수로의 총 연장은 91㎞에 이른다([그림 2] 참조). 

 
호주 멜버른의 상수원은 그린배일저수지 등 9개의 호소 군으로 구성되어 있다. 유역 면적은 1천400㎢이고, 저수용량은 17억7천300만㎥이며 도수로 총연장은 1천300㎞에 달한다. 그 밖에 64개의 단기저수기능 호소가 있다.

영국 런던시의 주요 상수원은 템스강과 리강유역의 군호와 지하수이다. 템스강과 리강은 일평균 260만㎥의 상수원수를 취수한다. 리강유역 군호는 저장저수지로 상류의 템스강의 물을 양수하여 저장하는 기능을 한다.

독일 베를린시의 주요 상수원은 지하수와 강변여과수이다. 베를린시의 일평균 상수원수 취수량은 60만㎥이다. 지하수와 강변여과수는 베를린시 주변에 산재한 수십 개의 크고 작은 호소에 의해 함양된다.

일본 도쿄도의 상수원은 타마강의 오쿠다마댐과 토네강의 나라마타댐, 야기사와댐, 미야가세댐, 후지와라댐, 아이마타댐, 수다가이댐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평균 상수원수 취수량은 440만㎥이다.

이와 같이 세계 주요 대도시의 상수원은 예외 없이 상류에 위치한 오염원이 거의 없는 호소군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금강유역의 대도시인 대전시는 대청호에서 상수원수를 취수하고 영산·섬진강유역의 대도시인 광주시는 주암호에서 상수원수를 취수한다.

우리나라 물관리의 최우선 과제

그러나 한강유역의 우리나라 최대 도시인 서울시의 상수원은 한강중류의 팔당호와 그 하류의 하천수이며, 낙동강유역의 대도시인 부산시와 대구시는 낙동강 중하류의 하천수를 상수원으로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중하류의 하천수는 수질이 나쁘고, 수질오염사고에 취약하다.

우리나라 물관리의 최우선과제는 한강유역과 낙동강유역 대도시의 상수원을 상류의 호소로 이전하는 것이다. 한강의 상류에는 충주호, 소양호와 같은 깨끗하고 수량이 풍부하여 영구적 상수원으로 적합한 호소가 있고, 낙동강유역에는 안동호, 임하호, 합천댐, 남강댐 등이 있다. 

 충주호와 소양호의 연간 상수원수 공급가능량은 46억㎥이다. 서울시를 비롯한 한강유역의 상수원수 수요량은 최대 23억㎥로, 이는 충주호와 소양호의 공급가능량의 50% 수준이다. 낙동강유역의 4대 호소의 상수원수 공급가능량은 27억㎥이다. 부산시와 대구시를 비롯한 낙동강유역의 상수원수 최대수요량은 10억㎥로 이들 호소의 공급가능량의 37% 수준이다.

상류 호소에서 하류의 대도시로 상수원수를 끌어오기 위해서는 장거리의 도수로 건설이 필요하다. 한강유역의 경우 약 300㎞의 도수로 건설이 필요하고 낙동강유역의 경우 약 500㎞의 도수로 건설이 필요하다. 이것은 호주 멜버른시의 상수원 도수로 연장 1천300㎞나 일본 도쿄도 상수원 도수로 연장 1천㎞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작은 수치다.

가능한 한 많은 양의 물 확보가 중요

물관리의 또 하나 중요한 명제는 가능한 한 많은 양의 물을 확보하는 것이다. 물은 많을수록 생산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연간 우리나라 국토에 떨어지는 평균 강수량은 약 850억㎥이다. 그 중 유효수량 530억㎥는 생태용수와 인간용수로 사용되고, 나머지 320억㎥는 홍수 시 바다로 유실된다.

이렇게 바다로 유실되는 물을 육지에 잡아두는 전형적인 방법은 댐과 같은 인공 저수시설을 설치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댐과 저수지의 연간 저수량은 150억㎥로 유효수량의 28%를 차지하고 있다.

댐과 저수지 등 저수지설을 추가로 건설하여 유효수량을 늘릴 필요가 있다. 그것은 우리나라 수자원의 절대량을 늘림과 동시에 갈수기에도 평년 수준의 물의 양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갈수기의 강수량은 평년 강수량의 80% 수준이므로 갈수기의 물 부족량은 170억㎥다.

 현재 우리나라의 지형 상 충주호나 소양호와 같은 대형 저수시설을 설치할 적지가 많지 않다. 따라서 상류지역에는 소형 저수시설을 건설하고, 중·하류지역에는 저장저수지를 건설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저장저수지(storage reservoir)란 유역이 없거나 좁은 중·하류지역에 설치된 저수시설로서 평상시에 주위를 흐르는 하천수를 양수하여 저장하는 저수시설이다. 저장저수지는 자정작용에 의해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어 생활용수를 포함한 각종 용수로 사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바다로 유실되는 물을 잡아둘 수 있어 가용수자원의 양을 늘릴 수 있다.

그밖에 추수가 끝난 논에 보를 설치하거나 양수에 의해 물을 공급하여 저장하는 것도 지하수의 함양이라는 점에서 수자원 확보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 논의 면적이 1만2천㎢, 1.2×1010㎡이므로, 논에 공급된 물의 수위가 평균 0.2m일 경우 저수량은 24억㎥이 된다. 이것은 현재 유효수량의 4.5%에 해당되는 양이다.

우리나라 물관리체제의 정착

우리나라 물관리체제의 가장 불안정한 요소는 한강유역과 낙동강유역의 상수원수 확보 및 수자원 확보의 불안정성이다. 상수원수 확보의 불안정성은 상수원을 하루빨리 상류의 청정호소로 이전하여 해결되어야 하는 것이고, 수자원 확보의 불안정성은 상류의 중소규모 저수시설의 설치와 중하류의 저장저수지의 건설로 해결되어야 할 문제다.

우리나라는 지금 국민소득 3만 달러,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다.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물이 풍부한 나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물관리체제가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물관리 정책 당국과 정치인, 물관리 전문가들의 책임이 크다.

한강유역과 낙동강유역의 상수원 이전문제를 이제 공론화할 때가 되었다. 상류의 중소규모 저수시설의 설치나 중·하류의 저장저수지의 건설 문제도 거론할 때가 이미 지났다. 그러나 늦지 않았다. 지금 거론해도 결코 늦지 않다.

우리나라 물관리 역사는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급격한 산업화로 인한 물부족과 수질오염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간 많은 노력을 해왔다. 그 결과 수량이나 수질 면에서 물관리는 큰 발전을 이루어 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물관리의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다.

우리나라 물관리체제는 상수원의 상류 호소 이전과 중소규모 저수시설, 저장저수지의 건설로 마무리해야 한다. 이제 우리나라는 물관리체제 문제를 종결할 때가 되었다. 선진국들이 100년 전에 해결한 문제를 우리나라는 아직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 문제의 해결은 우리들의 능력 안에 있다. 문제는 우리가 문제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해서 좋은 일, 할 수 있는 일을 인식의 부족 때문에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최대의 불행이고, 재원의 낭비다.

[『워터저널』 2019년 10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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