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근 박사
류재근 박사 칼럼
“가을철 실개천 살리기 운동에 동참하자”
봄이 지나 여름이 오고 장마가 지나가면 산과 들, 논에 떨어져 있던 폐플라스틱이나 페트병, 비닐, 폐우유팩, 라면봉지, 농약병 등이 떠 내려와 실개천에 사는 개구리나 뱀 등 생물에 큰 피해를 입힌다. 도심과 달리 농촌의 실개천 주위에는 소나 돼지, 닭, 오리 등이 살아가는데, 이들 배설물이 실개천에 흘러 들어가면 가재나 송사리, 피라미 등은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다.
몇 년 전 당진 산간지역의 한 농수로(農水路) 현장을 방문했을 때가 기억난다. 당시 그 지역은 산 계곡에서 내려오는 실개천을 모두 직선 형태의 콘크리트 농수로로 만들어 놓았다. 현장을 돌아보는데 다소 충격적인 모습을 목격했다. 한 도마뱀이 농수로에 떨어졌다가, 빠져나가려 발버둥치다 그 안에서 죽어버린 것이다. 마을에서는 농수로에 생태길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역주민들의 반발이 거셌다.
그들 편에 서서 힘을 보탤 수 있을까 싶어 현장 관계자들에게 말을 해 보았지만 실개천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필자는 1988년 팔당호소수질연구소장으로 지낼 때 실개천 살리기 일환으로 산촌지역 소규모 목장에 오수정화용 구덩이를 파주는 활동과 비가 올 때 소가 비를 맞지 않도록 외양간과 목장 등에 지붕을 씌워주는 활동을 추진해 많은 효과를 얻었다.
요사이 산을 찾는 등산객들이 늘면서 산의 실개천이 과일껍질, 폐생수병, 과자봉지, 비닐 등 폐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 등산객들은 이제부터라도 쓰레기를 버리지 말고 다시 가져오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4대강을 비롯해 큰 강들이 맑으려면 우선 실개천이 살아야 한다. 그래야 녹조가 생겨나지 않고 오염을 줄일 수 있다.
늦기 전에 전국적으로 실개천 살리기 운동을 추진해 모든 국민이 동참하기를 바란다. 물 한 방울이 모여 실개천을 만들고, 실개천이 모여 지천을 만들고, 지천이 모여 강을 만든다는 것을 명심하면 실개천 정화 운동에 누구나 동참할 수 있을 것이다.
[『워터저널』 2019년 11월호에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