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근 박사

류재근 박사 칼럼
 

“가을철 실개천 살리기 운동에 동참하자”


▲ 류 재 근 박사
·본지 회장
·국립한국교통대학교 명예석좌교수
·㈔한국환경학술단체연합회장
·㈔한국환경분석학회 명예회장
·(전)한국물환경학회장(현 고문)
·(전)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6,7대)
·(전)국립환경과학원장
·(전)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
큰 강을 살리자는 운동은 많이 있지만 실개천을 살리자는 운동은 찾아보기 힘들다. 4대강이나 지천의 경우 각 지자체들이 수질을 개선하려 노력하고 있으나 지천에서 강으로 흘러가는 실개천에 대해서는 관심이 적은 편이다. 그러나 4대강을 깨끗하게 하려면 국민들이 나서 농촌과 산촌의 실개천 살리기 운동에 동참해야 한다.

봄이 지나 여름이 오고 장마가 지나가면 산과 들, 논에 떨어져 있던 폐플라스틱이나 페트병, 비닐, 폐우유팩, 라면봉지, 농약병 등이 떠 내려와 실개천에 사는 개구리나 뱀 등 생물에 큰 피해를 입힌다. 도심과 달리 농촌의 실개천 주위에는 소나 돼지, 닭, 오리 등이 살아가는데, 이들 배설물이 실개천에 흘러 들어가면 가재나 송사리, 피라미 등은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다.

몇 년 전 당진 산간지역의 한 농수로(農水路) 현장을 방문했을 때가 기억난다. 당시 그 지역은 산 계곡에서 내려오는 실개천을 모두 직선 형태의 콘크리트 농수로로 만들어 놓았다. 현장을 돌아보는데 다소 충격적인 모습을 목격했다. 한 도마뱀이 농수로에 떨어졌다가, 빠져나가려 발버둥치다 그 안에서 죽어버린 것이다. 마을에서는 농수로에 생태길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역주민들의 반발이 거셌다.

그들 편에 서서 힘을 보탤 수 있을까 싶어 현장 관계자들에게 말을 해 보았지만 실개천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필자는 1988년 팔당호소수질연구소장으로 지낼 때 실개천 살리기 일환으로 산촌지역 소규모 목장에 오수정화용 구덩이를 파주는 활동과 비가 올 때 소가 비를 맞지 않도록 외양간과 목장 등에 지붕을 씌워주는 활동을 추진해 많은 효과를 얻었다.

요사이 산을 찾는 등산객들이 늘면서 산의 실개천이 과일껍질, 폐생수병, 과자봉지, 비닐 등 폐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 등산객들은 이제부터라도 쓰레기를 버리지 말고 다시 가져오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4대강을 비롯해 큰 강들이 맑으려면 우선 실개천이 살아야 한다. 그래야 녹조가 생겨나지 않고 오염을 줄일 수 있다.

늦기 전에 전국적으로 실개천 살리기 운동을 추진해 모든 국민이 동참하기를 바란다. 물 한 방울이 모여 실개천을 만들고, 실개천이 모여 지천을 만들고, 지천이 모여 강을 만든다는 것을 명심하면 실개천 정화 운동에 누구나 동참할 수 있을 것이다.

 [『워터저널』 2019년 11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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