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근 박사

류재근 박사 칼럼
 

“‘물이 곧 돈(錢)’이라는 개념을 갖자”

 

▲ 류 재 근 박사
·본지 회장
·국립한국교통대학교 명예석좌교수
·㈔한국환경학술단체연합회장
·㈔한국환경분석학회 명예회장
·(전)한국물환경학회장(현 고문)
·(전)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6,7대)
·(전)국립환경과학원장
·(전)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
우리나라는 1990년대부터 수량과 수질로 분절된 물관리를 추진해 왔으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물관리 일원화를 추진했으나 번번이 실패에 그쳤다. 그러던 중 마침내 지난 2018년 5월 18일 통합물관리 관련 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어 물관리 일원화가 실현됐다. 물관리가 일원화된 지 1년이 지난 지금, 이제 물관리 걱정이 없는 국가로 발전하기를 기원하는 뜻에서 정책제언을 하고자 한다.

옛말 중 돈을 절약하지 않고 낭비하는 사람을 가리켜 ‘돈을 물 쓰듯 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우리나라에 물이 풍부하고 국민들 인심이 좋아 생겨난 말이다. 전 세계적으로 음식점에서 무료로 물을 주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밖에 없다.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 국민들에게는 물을 돈 주고 사먹어야 한다는, 즉 ‘물이 곧 돈’이라는 개념이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나라 중 우리나라처럼 수돗물 가격이 싼 나라는 드물다. 2001년을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 수돗물 가격은 미국이나 이탈리아의 2분의 1, 일본의 5분의 1, 프랑스와 독일의 6분의 1 정도다. 특히 유럽은 생수 가격이 비싸서 맥주나 콜라, 사이다 등을 물 대신 음용하는 경우가 많다.

요사이 물부족 문제가 전 세계적으로 심화되는 추세다. 아프리카의 어린이나 여성들은 하루 동안 사용할 물을 길어오기 위해 매일 10㎞ 이상을 걷는다. 사실 1960년대의 우리나라 사정도 이와 다를 것이 없었다. 필자가 대학에 다녔던 당시 서울시내 대흥동, 염리동 일대의 고지대에는 수돗물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았다. 숭문고등학교 앞 300∼500m에 가면 300원을 내고 물을 얻을 수 있었는데 양동이 2개에 물을 가득 채워 지게에 지고 오면 하루 동안 식구들이 밥을 지어 먹고 세수하는 데 모두 썼다.

우리나라 상수도 사정이 나아지기 시작한 건 1960년대 후반부터 정부 주도 아래 소양강 댐을 비롯한 대규모 댐이 구축되고 광역상수도와 지방상수도가 설치되면서부터이다.

현재 우리나라 상수도 보급률은 98.7%로 미국이나 유럽보다도 앞선 수준이다. 보급률은 선진국 수준이지만 물 문제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 예로 낙동강 유역에서는 상수원수 취수 문제로 상·하류 지역주민들 간 갈등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우리나라 물관리가 잘 되고 있다고 평가 받으려면 낙동강 상수원 문제 등과 같이 과거 수질과 수량을 따로 관리하여 생긴 비효율을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 모든 유역에서 깨끗한 상수원수를 사용할 수 있을 때 국민들은 통합물관리가 잘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할 것이다.

환경부는 국민이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깨끗하고 맛있는 물을 공급하는 것을 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두어야 한다. 이를 위해 실개천 살리기 운동과 마을 도랑 살리기 운동, 물 아껴쓰기 운동 등을 적극적으로 전개해 하천이 예전 수질을 회복하고 모든 상수원이 청정지역으로 되살아나기를 바란다.

국민들이 물을 돈처럼 아껴 쓰는 생활습관을 갖도록 하자. 머지않아 통합물관리의 성과가 크게 나타날 것이다.

 [『워터저널』 2019년 12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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