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 박사

김동욱 박사 정책제언


“상수원 상류이전, 지속가능 개발 측면서 추진 타당”

수질오염·미량유해물질오염에서 자유롭고 고도정수처리 필요 없어져
하류지역 토지 이용도 높아져 전국 토지이용효율 높이는 데에도 효과


▲ 김 동 욱 박사
•한국물정책학회장
•본지 논설위원
•전 강원대 환경공학부 교수
•환경부 기획관리실장·상하수도국장·수질보전국장 역임
 돈 많은 거지와 돈 없는 부자

우리나라의 생활용수 취수원

우리나라의 이용가능한 수자원량은 연간 760억㎥며, 4대강 유역별로 보면, 한강유역 234억㎥, 낙동강유역 228억㎥, 금강유역 135억㎥, 영산·섬진강유역이 163억㎥다. 그중 생활용수 사용량은 한강유역 36억㎥, 낙동강유역 15억㎥, 금강유역 7억㎥ 및 영산·섬진강유역 7억㎥로 총 65억㎥다([표 1] 참조).

금강유역 생활용수의 대부분은 대청댐, 보령댐 등 호소에서 취수하며, 영산·섬진강유역 생활용수의 대부분은 주암댐, 장흥댐, 동복호 등 호소에서 취수한다. 반면, 한강유역과 낙동강유역의 생활용수는 대부분 중하류의 하천에서  취수한다. 한강유역의 경우 연간 생활용수 사용량 36억㎥ 중 29억㎥를 팔당댐 및 그 하류의 잠실수역에서 취수한다. 낙동강유역의 경우 생활용수 사용량 15억㎥ 중 부산시가 낙동강 하류 하천에서 3억7천200만㎥ 전량을 취수하며, 대구시가 낙동강 중하류 하천에서 2억9천100만㎥ 전량을 취수한다.

중하류 하천지표수 취수의 문제점

생활용수는 사람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먹는 물이기 때문에 각종 용수 중 가장 깨끗한 물이어야 한다. 수질오염은 대부분 인위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하천의 하류로 내려갈수록 수질은 나빠지는 것이 당연하다. 사람의 생산과 소비활동으로 발생하는 수질오염물질은 그 종류와 양이 매우 다양하다. 생활하수는 유기물의 최대 오염원이고, 산업폐수는 중금속, 미량유해물질 등 축적성 물질과 유독물질의 최대 오염원이다.

상수원수 오염의 대표적인 사례가 1991년 3월에 발생한 낙동강 페놀사건이다. 그 후에도 크고 작은 수질오염사고가 낙동강뿐만 아니라 전국의 모든 하천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수질오염사고는 대부분 하천의 중하류에서 발생하고 있다.

눈에 뜨이는 사건성의 수질오염사고가 아니라고 해서 수질오염이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5만 종 이상의 화학물질을 사용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나라 하천에 매일 수만 종의 화학물질이 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모든 화학물질이 수질오염물질은 아니지만 그 양이 일정한 한계를 넘으면 수질오염물질이 된다. 미량의 축적성 물질, 유독성 화학물질은 어둠 속의 살인자가 될 수도 있다.

중하류서 깨끗한 상수원수 취수 불가

생활용수로 사용되는 상수원수는 말 그대로 상류 하천, 호소에서 취수하는 것이 원칙이다. 중하류의 물은 수질오염과 수질오염사고에 매우 취약하고 정수처리비용이 많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고도정수처리기술로도 처리할 수 없는 독성물질, 축적성 물질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하천 하류의 ‘위험한’ 물을 취수하여 상수원수로 사용하는 극단적인 예가 부산시다. 부산시의 물금취수장이나 매리취수장은 낙동강의 거의 최하류에 위치해 있다. 세계적으로 상수원수를 하천의 최하류에서 취수하는 예가 없다. 더구나 인구 340만의 대도시가 하천지표수를 그대로 취수하여 상수원수로 사용하고 있는 예는 찾을 수 없다.

이러한 사정은 한강유역 중하류에 위치한 팔당호의 경우도 비슷하다. 팔당호 상류에는 190만 명의 인구와 100만 두의 소·돼지가 생활하수와 축산폐수를 배출하고 있다. 축산폐수 발생량을 환산하면 595만 명의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BOD) 배출량에 해당되고 226만 명의 총인(T-P) 배출량에 해당된다. 팔당호 상류의 폐수 발생량은 일 평균 19억2천354만㎥다([표 2] 참조).

팔당호 상류에는 이와 같은 대규모의 점오염원이 있을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한 비점오염원의 규모도 매우 크다. 팔당호의 상수원으로서 오염원과의 위치는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최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악조건의 팔당호 수질을 유지·개선하기 위해 수질보전특별대책지역 지정, 상수원보호구역 지정, 물이용부담금 부과, 하·폐수처리기준의 강화, 고도정수처리공법의 도입 등 팔당호 상류의 토지이용규제와 막대한 재정을 지출하고 있지만 팔당호의 수질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상수원수 상류 하천·호소 취수 문제없어

한강유역과 낙동강유역 상수원수의 상류 하천·호소 취수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한강유역의 경우 팔당댐 및 그 하류인 잠실수역에서 취수되는 상수원수의 취수량이 연간 28억4천700만㎥고, 상류에 있는 소양댐과 충주댐의 용수공급 가능량은 48억4천800만㎥다.

소양댐은 12억㎥의 생활·공업용수와 관개용수 1천300만㎥, 하천유지용수 2억5천500만㎥를 공급하고 있다. 충주댐은 27억3천100만㎥의 생활·공업용수와 관개용수 3억1천500만㎥, 하천유지용수 3억3천400만㎥를 각각 공급하고 있다. 소양댐과 충주댐의 생활·공업용수 공급량은 현재 39억3천100만㎥다. 이것은 팔당호 및 잠실수역의 상수원수 취수량 28억4천700만㎥를 충당하고도 10억㎥ 이상 여유가 있다는 것을 말한다([표 3] 참조).

팔당호 및 잠실수역에서 취수하던 상수원수를 소양댐과 충주댐에서 취수한다고 해도 한강의 수리·수문에는 영향이 없다. 소양댐과 충주댐에서는 댐 건설 전 자연상태의 하천유지용수에 해당하는 5억8천900만㎥를 방류하고, 거기에 더하여 하천유지용수로서 어느 정도 역할을 할 수 있는 관개용수 3억2천800만㎥를 추가로 방류하고 있다.

낙동강유역의 경우도 한강유역과 유사하다. 낙동강유역 상류에는 안동댐, 임하댐, 영주댐, 합천댐, 남강댐 등이 있으며, 그 용수공급량은 28억7천100만㎥에 이른다. 이 수량은 낙동강유역의 생활용수 수요량인 15억㎥를 충분히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이와 같이 상수원수를 상류의 호소에서 취수하는 것은 수질은 말할 것도 없고, 수량 면에서도 충분하며, 해당유역의 수리·수문에도 전혀 영향이 없다. 상수원수의 상류취수는 수질오염사고뿐만 아니라 미량유해물질 오염으로부터도 자유로우며, 고도정수처리 등이 필요없다. 또한, 상수원의 상류이전은 하류지역 토지 이용도를 높여 가뜩이나 좁은 우리나라 토지의 이용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전국 도처의 중하류 지역에 지정된 상수원보호구역은 상하류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으며, 토지이용을 극도로 제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상수원 상류이전은 미래의 지속가능개발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돈 없는 부자와 돈 많은 거지

한강유역과 낙동강유역은 금강유역과 영산·섬진강유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자원이 풍부하다. 그리고 대형 댐 등 저수시설도 많다. 그러나 상수원수에 관한 한 금강유역과 영산·섬진강유역은 ‘돈 없는 부자’이고 한강유역과 낙동강유역은 ‘돈 많은 거지’다. 금강유역과 영산·섬진강유역의 수자원량은 상대적으로 적지만 상류 호소에서 깨끗한 물을 안정적으로 상수원으로 사용하고 있다. 수질오염이나 수질오염사고를 조금도 염려할 필요가 없다.

한강유역과 낙동강유역은 풍부하고 깨끗한 수자원을 가지고 있지만 중하류의 하천에서 심하게 오염된 물을 상수원수로 취수하고 있다. 이것은 상류의 호소에서 흘러나온 깨끗한 물에 중하류 오염물질을 집어넣어 상수원수로 사용하고 있는 형상이다. 이것은 결코 정상이 아니다.

한강유역의 팔당호와 잠실수역의 상수원수는 그 수질이 최악은 아니다. 그래서인지 그 물을 상수원수로 사용하는 서울시, 인천시 등 대도시들은 상수원의 상류이전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 이유 중의 하나가 물 값 때문인 것 같다. 예를 들어, 서울시의 경우 잠실수역에서 취수하는 상수원수의 단위 당 가격이 댐에서 취수하는 상수원수의 20% 수준이다. 다시 말하면 서울시가 잠실수역이 아닌 충주호에서 상수원수를 취수할 경우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원수 가격은 연간 3천억 원 이상일 것으로 예측된다. 인천시 등 다른 지역도 이와 유사하기 때문에 상수원을 상류로 이전하는 문제를 애써 외면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단세포적인 생각이다. 상수원수 가격의 상승은 먼저 직접적인 비용인 고도정수처리비용에 의해 전부 또는 일부를 상계할 수 있다. 그리고 팔당호와 잠실수역의 수질을 유지하기 위한 투자와 토지이용 등의 제한에 의한 경제적인 손실은 몇 조 원을 넘어선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간건강에 유해한 환경호르몬 등 유해물질로부터 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한강유역과 낙동강유역의 상수원 상류이전이 아직까지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물을 둘러싼 지역 간, 주민들 간의 갈등 때문이다. ‘내 지역, 내 집 앞의 물은 내 물’이라고 하는 물에 대한 강한 소유욕 때문이다. 물에 대한 인간의 이러한 본능적인 욕구는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물은 만인의 것’이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한다면 물문제는 의외로 쉽게 풀릴 수도 있을 것이다. 상수원을 상류로 이전하면 물이용부담금과 같은 것도 필요가 없어진다.

▲ 한강유역과 낙동강유역(사진)의 상수원 상류이전이 아직까지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내 지역, 내 집 앞의 물은 내 물’이라고 하는 물에 대한 강한 소유욕 때문이다. ‘물은 만인의 것’이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한다면 물문제는 의외로 쉽게 풀릴 수 있다.

[『워터저널』 2020년 8월호에 게재]

저작권자 © 워터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