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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수돗물 유충사고, 상수도시설 혁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2020년 09월 02일 (수) 09:46:19 워터저널 webmaster@waterjournal.co.kr

전문가 기고


“수돗물 유충사고, 근본 원인 분석 통한 대책 수립 필요”


일본·프랑스, 활성탄 공정 후 여과·오존처리 사례 참고 필요
활성탄여과지, 환기구·월류관 통해 벌레 유입 가능성…밀폐 실효성 의문

   
▲ 이 종 탁 박사
·㈜한도엔지니어링 종합건축사사무소 전무이사
·상하수도기술사
·VE전문가(CVS·CVP)
 수돗물 유충사고, 상수도시설 혁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1년 새 인천서 또 수돗물 사고…수돗물 신뢰 하락

지난 7월 인천광역시 수돗물에서 깔따구 유충 발견을 시작으로 경기도를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유충이 발견되어 수돗물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특히, 인천시에서는 지난해 붉은 수돗물 사태에 이어 1년 만에 다시 수돗물 문제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깔따구 유충이 인체에 미치는 유해성 여부를 떠나 수돗물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은 더 커질 수밖에 없으며, 상수도시설 부실관리에 대한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환경부는 우리나라 수돗물이 가장 깨끗하고 안전한 물이라고 강조했다. 수돗물 직접 음용 비율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다며 수돗물을 끓이거나 정수기를 사용하지 않고 바로 마시는 직접 음용을 권장하기도 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환경부나 관련 학계에서 발표한 자료를 인용해 주변 사람들에게 수도당국에서 많은 비용을 들여 생산하고 관리하는 수돗물이 가장 안전하고, 수도꼭지에서 나는 염소 냄새는 미생물이나 세균이 다시 증식하지 못하도록 하는 잔류염소 때문이라고 홍보하며 우리나라도 이제 선진국처럼 수돗물을 직접 음용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해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 서울특별시와 포항시의 검은 수돗물 사태 이후 일부 지인들이 “수돗물을 그냥 마셨으면 큰일 날 뻔했다”라고 했을 때 필자가 “수돗물을 그냥 마셔도 괜찮다”라고 한 말을 기억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신경이 쓰였다.

벌레 뿐 아니라 정수장 자체 위생관리도 필요

실제 수돗물을 생산하고 가정까지 공급하는 정수장과 송·배수 시설을 방문해 본 사람은 수돗물의 안전성 여부를 떠나 가족들에게 정수기를 사용하지 않고 수돗물을 직접 마시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배관 내부 부식으로 형성된 스케일, 정수지나 배수지 내부의 구조물 부식 및 방수재의 탈리, 바닥에 침전되어 있는 각종 이물질, 녹이 슨 밸브·난간·배관 지지대와 같은 부속물을 시민들이 직접 눈으로 보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이번 수돗물 유충사고는 정수장 내 활성탄여과지 관리 부실로 벌레가 들어가 알을 낳고 유충이 배수지를 거쳐 가정으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인천시는 벌레 유입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문제가 된 공촌정수장을 유리벽으로 밀폐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그런데 과연 정수장을 유리벽으로 밀폐하면 이 문제가 해결될지, 이렇게 한다고 해서 시민들이 수돗물은 이제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으니 안심하고 마실 수 있다고 생각할 지 의문이다.

물론 이번 유충 사태는 활성탄여과지 내부로 벌레가 들어와 발생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여과지 시설을 밀폐해야겠지만 밀폐를 아무리 잘해도 관리자가 출입할 때 벌레가 따라 들어오거나 환기구, 창문을 통해 벌레가 유입될 수 있다. 실제로 밀폐형 정수장인 울산 회야정수장과 경남 양산 범어정수장 및 의령 화정정수장 수돗물에서도 유충이 발견되었는데 밀폐한다고 이런 문제가 재발하지 않을지 의문이 든다.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지금까지 문제되지 않았던 깔따구 유충이 발견됐다는 점에서 이런 벌레들의 특성을 조사하고, 특히 이번 기회에 우리나라 정수처리공정 자체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국내 고도정수처리 공정 문제점 분석 필요

우리나라 대부분의 고도정수처리시설은 착수정 → 전오존처리 → 혼화, 응집, 침전지 → 모래여과지 → 후오존처리 → 활성탄여과지 → 염소주입 → 정수지 → 배수지 → 수용가(가정)의 과정을 거쳐 수돗물을 공급한다.

이번에 문제가 된 활성탄여과지는 아주 작은 크기의 숯을 이용하여 물 속에 녹아있는 유기물이나 맛·냄새 유발물질, 미량 유해물질을 흡착·제거하는 공정이다. 모래여과지와 달리 미세한 입자를 필터링하여 제거하는 기능은 없다. 활성탄여과지가 정수처리 공정의 제일 마지막 단계이기 때문에 벌레가 들어와 활성탄여과지 상부에 알을 낳으면 알이나 유충이 물과 함께 통과하여 후단의 정수지로 유입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 고도정수처리 공정의 경우 입상활성탄 여과지를 오존(O3)처리 공정 후단에 설치하여 생물활성탄(BAC) 공정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입상활성탄 표면에는 미생물이 부착하여 성장하기 때문에 운영관리를 소홀히 하면 미생물이나 미소생물들이 유출될 수 있다.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에서는 생물활성탄(BAC) 후단에 모래여과지를 설치해 운영하는 정수장이 있으며, 프랑스에서는 생물활성탄(BAC) 후단에 오존접촉조를 설치해 운영 중인 정수장이 있다. 두 사례 모두 생물활성탄(BAC)이 정수처리공정의 제일 마지막 단계에 위치하는 우리나라 정수처리공정에 비해 미생물이나 깔따구 유충 유출 방지 측면에서 장점이 있기 때문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당장 눈앞에 보이는 문제만 해결하기 위한 땜질식 처방은 또 다른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정밀한 조사를 통해 근본 원인을 분석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세워야 한다.

상수도시설 운영전반 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그럼 이번 수돗물 유충 사태가 일반 시민들의 눈에는 어떻게 비쳐질까? ‘왜 활성탄여과지 내부로 많은 숫자의 벌레가 들어오도록 내버려 두었을까?’, ‘만약 벌레가 들어오는 것을 몰랐다면 왜 몰랐을까?’, ‘밤에 활성탄여과지 건물 내부에 조명을 켜 놓으면 그 불빛을 보고 벌레가 더 많이 들어오는 것 아닌가?’, ‘밤에 벌레가 많이 날아 들어오면 눈에 보이는 것 아닌가?’, ‘정수장에서 유충이 유출되지 않도록 제거하는 공정이 없나?’, ‘염소소독을 하는데 왜 유충이 죽지 않았을까?’ 등이 실제 시민들이 갖는 의문이다. 하나도 틀린 말이 없다. 이번 수돗물 유충사고를 계기로 상수도 시설 운영 전반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하는 이유다.

여과·염소소독 외 다른 살균·소독 공정 검토해야

지난 7월 30일에 개최된 ‘인천 수돗물 유충 사고 원인 규명과 고도정수처리시설 진단 긴급토론회’에서 독고석 단국대 교수는 ‘인천 수돗물 유충 사고 원인과 대책 제언’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오클라호마주(2013. 8), 텍사스주 Old River Winfree 소도시(2015. 7), 캔자스주 Marthavill시(2013. 8), 영국 Leicestershire 지역(2015. 9), 스코틀랜드 Oban 지역(2007. 9) 등 해외에서도 수돗물에서 깔따구 유충이 검출되어 주민들에게 큰 불편을 준 사례가 있었다. 깔따구는 무성생식을 하기 때문에 한 번 정수장에 유입되면 연속·대량증식을 할 가능성이 높아 유입을 차단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외국의 선행 연구자료에 의하면 깔따구 유충은 모래여과층도 통과 가능하고, 수온 15℃ 이상 입상활성탄 흡착지에서 증식이 활발하며, 특히 생물활성탄(BAC)은 풍부한 유기물 먹이를 제공하고 있어 최고의 증식 조건이다. 염소에 의한 불활성화를 위해서는 잔류염소 8㎎/L에서 30분 이상 처리가 요구되며, 오존불성화는 1㎎/L에서 30분 이상 처리가 요구되기 때문에 우리나라 잔류염소 기준인 0.1∼4㎎/L에서는 생존이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독고석 교수의 발표 내용으로 볼 때, 유충을 염소로 불활성화하는 데는 잔류염소 8㎎/L에서 30분 이상 처리가 요구되기 때문에 트리할로메탄(THM)과 같은 소독부산물(DBPs)의 농도가 증가할 수 있어 한계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깔따구와 같은 벌레 유입을 차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그 다음으로 활성탄여과지에서 유충이 유입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는 여과나 염소 소독 외의 다른 살균·소독 공정을 검토해야 한다.

다방면에서 다각적인 조사 통해 대책 수립해야

상수도 분야에 오랫동안 종사한 상하수도기술사에 따르면 모래여과지나 활성탄여과지의 하부 자갈층을 꺼내서 세척작업을 할 때 유충이 발견된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또한 요즘 시민들이 염소 냄새에 민감해 예전에 비해 염소를 낮은 농도로 주입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이런 문제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한 분야에 오랫동안 종사한 선배 엔지니어들의 기술적인 노하우가 사장되지 않고 후배들에게 잘 전수되도록 해야 한다.

또한, 활성탄여과지 외에 정수지나 배수지의 경우도 완전히 밀폐되어 있지 않은 부분이 있어 이번 기회에 벌레나 다른 오염물질이 유입될 가능성은 없는지 조사해 볼 필요가 있다. 환기구와 월류관이 여기에 해당되는데 특히 정수지나 배수지 내부의 물이 유출될 때 환기구를 통해 공기가 유입되기 때문에 이때 벌레도 함께 유입될 수 있다.

그리고 정수지나 배수지 수위가 일정 높이 이상으로 올라가면 하수관로나 하천으로 물을 방류하도록 설치된 월류관이 하수관로나 하천의 벌레가 유입될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다. 특히, 월류관이 하수관로에 직접 연결된 경우 벌레뿐만 아니라 하수에 포함된 기화성 물질이 월류관을 따라 배수지 내부로 유입될 수 있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아주 취약하다.

이번 기회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부분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 시민들이 믿고 마실 수 있는 안전한 수돗물을 공급하는 것이 수도당국과 지자체 수도사업자의 사명이다. 그렇기 때문에 활성탄여과지에서 생성된 미생물이나 유충이 유출되지 않도록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앞으로 기후변화로 인해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일들이 언제든지 다른 형태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수돗물 유충 사고를 상수도시설 혁신의 계기로 삼아 다방면에서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문의 = avt1731@hanmail.net]

 [『워터저널』 2020년 9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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