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수 기상청 정책홍보관리관

   
▲ 이일수 기상청 정책홍보관리관
노르웨이 노벨상위원회는 UN 산하기구인 정부 간 기후변화 협의체(IPCC)와 다큐메터리 ‘불편한 진실’의 주인공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을 올해 노벨 평화상 공동 수상자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IPCC와 고어 전 부통령이 기후변화에 관한 과학적 이해 증진과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을 널리 알리는 데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했다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이 기후변화를 지목한 것이다. 왜 기후변화 문제가 과학 분야의 상이 아닌 평화상을 받았을까?

기후변화는 정치, 경제문제 넘어 안보 문제로도 대두


기후변화 문제가 국제적으로 대두하기 시작한 초기에는 기후변화는 환경문제였고, 유엔기후변화협약은 유엔환경개발회의에서 체결되었다. 기후변화는 그 이후 기술협약, 경제협약으로 문제의 복잡성이 더해졌고 단순 환경문제에서 전 인류의 정치, 경제 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대두됐으며, 최근에는 기본 생존권과 맞물린 안보문제로 보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인간이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을 두 가지만 들라고 한다면, 물과 식량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기후변화는 바로 이 물과 식량의 확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국가와 인류 전체의 안보문제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과 식량의 부족은 지역 간의 분쟁과 국가 간 전쟁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아프리카 수단의 다르푸르 지역에서 발생한 분쟁은 물이 부족하여 발생한 것이다. 또 기온이 상승하면, 자연재해의 발생규모도 대형화되고 그 예측이 더욱 힘들어진다.

누가 선진국인 프랑스에서 2003년 폭염으로 1만5000명의 사망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이나 했었겠는가? 그리고 2005년 미국 뉴올리언즈는 허리케인 카트리나 때문에 발생한 피해의 상처가 아직도 남아 있다.

우리나라도 온실가스 배출량 순위 10위권

선진국, 개도국을 가리지 않고 예기치 못한 극한 기후가 발생하며, 그 결과인 재해는 피할 수 없다. 올해에도 방글라데시에서는 홍수로 많은 이재민이 발생하여, 인도로 이주하였다고 한다. 인구의 이주문제는 식량, 환경, 질병, 주도권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야기해 사회적 불안정의 요인이 될 수 있다.

기후변화는 필연적으로 일어날 것이다. 많은 과학자가 인정했듯이 온실가스의 증가로 지구의 기온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1970년보다 70% 이상 증가하였다. 물론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온실가스 배출국 10위 안에 포함된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의 궁극적 목적은 ‘인간활동 탓으로 기후변화가 식량 생산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협하지 않을 수준으로 온실가스 농도를 안정화하자’는 것이다.

지구 평균기온 2도 오르면 20~30% 생물종 멸종

기후변화의 위험한 수준은 도대체 어느 정도일까? 일부 전문가들은 지구 평균기온이 2도 이상 상승하게 되면 위험한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이렇게 되면 자연재해 발생빈도와 규모가 변하는 것은 물론, 생태계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쳐서 20~30% 생물종이 멸종될 수 있다고 한다.

만약 기온 상승이 지금 예상대로 가속화 된다면 가히 기후변화 때문에 발생하는 위험도는 인류사회에 위협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전 세계인 모두가 온실가스를 획기적으로 감축한다면, 아마도 이렇게 위협적인 기후변화의 크기를 줄일 수 있고, 그에 대한 영향을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기후변화를 이해하고 방지하자는 것이 바로 IPCC가 1988년 설립 이후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성과라고 할 수 있으며, 앨 고어 전 부통령이 환경주의 정치가로서 계속 노력해온 일이다. 기후변화가 과학적 문제라면, 과학과 관련된 상을 수여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기후변화의 근본적인 문제는 과학적이면서, 기술, 경제, 안보 문제까지 관련이 있기 때문에 더욱 정확한 과학적 정보에 근거한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에너지 소비 줄이고 기후변화에 과학적으로 대응해야

그러면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온실가스, 즉 에너지 소비를 줄여야 한다. 다른 방법이 없다. 그뿐만 아니라 지역에 따라 달리 발생하는 기후변화의 특성을 과학적으로 예측하고, 그에 대한 영향과 취약성을 정확히 평가해 앞으로 나타날 기후변화에 대응할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IPCC와 고어 전 부통령에게 평화상을 준 이유는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각 국가가 자국의 이익만을 생각하면 문제 해결이 복잡해지기 때문에 인류 평화 차원에서 매듭을 풀어가자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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