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교수/강원대 환경공학부 교수, 본지 논설위원, 환경부 수질국장·상하수도국장 역임, 서울공대졸

“국가 명운과 연결되는 대사업…국민 동의 받아야”


경제적·기술적·친환경적인 타당성 과학적으로 입증해야
환경보전·개발수요 충족시킬 ‘제3세대 운하’ 건설 필요

 
국어대사전을 보면, ‘운하(運河)’란 “수리(水利)·관개(灌漑)·배수(排水)·급수(給水)·선박의 항해·운조(運漕)·동력(動力) 등을 위하여 육지를 파서 배가 다닐 수 있게 만든 수로(水路)·수에즈운하, 파나마 운하·키일 운하 등이 대표적임”(국어대사전, 민중서관, 1961, p.2,184)이라고 되어 있다.

또 영어사전을 보면, “an artificial waterway for navigation or for draining or irrigating land”라고 되어 있다(Webster's New Collegiate Dictionary, G. & C. Merriam Co., 1973, p.159). 사전에서 말하는 운하는 인공적(人工的)인 수로를 말한다.

“기술력·자본력 바탕 완벽한 운하 건설과 선박 건조, 국가에 의한 철저한 관리체계 구축 하면 운하 통행시 선박에서 오염물질 누출 및 전복사고는 발생할 수 없어”

■  우리나라, ‘진’(津)과 ‘나루’의 나라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한 면은 대륙과 접하고 있어 해로(海路)와 육로(陸路), 그리고 공로(空路)를 통해 세계 어느 곳이든 손쉽고 빠른 접근이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국내의 교통도 도로와 철도, 항만과 공항이 잘 정비되어 있어 전국 방방곡곡 사람이 사는 곳이면 어디든 손쉬운 접근이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교통에 관한 한 세계에서 자연과 자본의 은총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나라 중 하나다.

또한 우리나라(남한)에는 작고 큰 국가하천과 지방하천을 합쳐 모두 3천885개 하천이 있으며 이들의 총연장은 2만9천822km에 달한다(건설교통부, 하천관리 지리정보 시스템, 2007). 그 중에서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섬진강, 안성천, 삽교천, 만경강, 형산강, 동진강 등 10대하천의 길이만 해도 2천95km에 이른다.

하천은 자연이 만든 수로다. 제대로 된 도로가 거의 없었던 옛날에 뗏목이나 미곡 등 무겁고 부피가 큰짐을 하천을 이용해 운반했던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자연을 있는 그대로 이용하면 되었기 때문이다.

▲ 운하를 건설하면 오염원이 일정할 경우 갈수기에 수량이 2배 이상 증대되어 희석과 자정효과로 수질이 개선되고 퇴적오염물 제거와 오염원의 효율적인 관리로 오염을 저감시키며 생태하천 및 인공습지를 통한 수질정화로 수질이 개선될 수 있다.
우리나라 하천 어디를 가나 우리는 진’(津)과 ‘나루’라는 이름이 붙은 곳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들이 모두 옛날에는 사람이나 짐을 운반했던, 요즈음 말로 하면 작고 큰 ‘물류기지’였던 것이다. 이와 같은 천혜의 자연적인 화물 운반통로를 현대의 교통통로로 이용해 보려는 생각은, 생각 그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  한반도 대운하의 구상
요즈음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한반도 대운하의 기본구상은 한반도 전역을 단숨에 잇는 총 17개 노선, 3천100km 길이의 운하를 건설하는 것이다. 남한에는 경부, 호남, 경평, 금호, 남해, 경춘, 안동, 충청, 여평, 광평, 아산, 새만금 등 12개의 운하를, 북한에는 평원, 경원, 평개, 사리원, 청천 등 5개 운하를 건설하는 것이다.

■  한반도 대운하 건설의 경제성
그리고 이러한 대운하 건설의 경제성은 앞으로 우리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전국 컨테이너 물동량이 2005년 1천500만 TEU(길이 6m 짜리 컨테이너 1개)에서 2020년 4천700만 TEU로 증가한다는 전망을 바탕으로 한다(해양수산부, 2006).

경부구간을 예로 들면 2020년의 예상 물동량은 연간 1천800만 TEU로 이것을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하여 수송할 경우 하루 4만9천315대(2초당 1.1대)의 트럭이 필요하다는 것을 뜻한다. 운송비는 트럭이 1TEU 당 43만 원인 데 비해 운하를 이용할 경우 15만 원으로 28만 원이 절약되어 경부구간의 모든 컨테이너 화물을 운하를 통해 수송할 경우 연간 약 5조 원의 물류비용이 절감된다는 계산이다.

그밖의 주요 경제적인 이득으로 교통혼잡비 절감, 대기질 개선과 지구온난화 방지, 골재판매액 수입, 공간개선, 수자원이용, 환경개선, 산업파급효과, 관광기회 발생 등과 공사 중 30만 개의 일자리 창출, 그리고 운영 시 운하관리 및 주변관리에 따른 일자리 창출을 들고 있다. 경부운하의 경우 총공사비 14조1천억 원 중 8조 원은 주운수로(舟運水路) 굴착 시 발생하는 골재판매액 수입으로 충당하고 나머지는 민자를 유치한다.

■  대운하 건설과 국토균형개발
운하 건설은 화물 운반 외에도 대구 금호강, 광주 내만, 충주 조정지댐 등 내륙지방의 발전 등 국토균형발전에 기여하고 관광레저기능을 함께 갖출 수 있다. 향토문화 조사를 통한 관광지, 명승고적, 사찰, 능묘, 온천, 공항 등을 개발하는 것으로 경부운하의 경우 인천·강화·김포 권역, 고양·부천권역, 서울권역, 남양주·하남권역, 양평권역, 여주·이천권역, 충주권역, 괴산권역, 문경·상주권역, 김천·구미권역, 대구권역, 고령·창녕권역, 의령·밀양권역, 김해·양산권역, 부산권역 등 15개 문화관광벨트를 조성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 대운하 건설의 경제적·기술적·환경적인 타당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짧은 시간 안에 그 타당성을 모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까지 입증하기란 매우 어렵다. 사진은 파나마운하 전경.
문화관광자원의 주요 개발 내용에는 운하랜드마크 개발, 축제 및 공연개발, 수변공간 등 개발, 테마관광상품 개발 등이 포함된다. 그밖에 유비쿼터스 기술에 의한 연계관광체계를 강화하고 수로를 통한 접근성 및 육로와 운하의 연결성을 증대한다.

■  대운하 건설과 하천생태계 복원
그리고 대운하 건설은 하천의 환경개선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우리나라 하천은 지금까지의 무분별한 개발사업으로 인해 하천생태계가 상당히 파괴되었는데 대운하 건설은 훼손·파괴된 하천생태계를 복원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하천의 콘크리트를 걷어내고 작고 큰 습지를 복원하여 자연하천과 생태하천의 모습을 되찾는 것이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운하의 수질을 유지, 개선하기 위해서는 운하로 유입되는 지천의 하천생태계를 복원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되면 운하를 중심으로 한 전체 하천시스템의 생태계가 되살아날 수 있다.

생태하천의 기본개념은 하천 폭 중 주운수로와 별도로 생태하천을 만들어 하천생태계의 주요 구성요소인 물고기 등 수중동물과 갈대밭 등 수생식물이 자랄 수 있도록 하며, 주운수로와 생태하천 사이에는 생태숲을 형성하고 고수부지에는 실개천, 연못, 자연습지 등을 조성하며, 하천부지에는 체육공원, 산책로, 자전거도로, 문화공간 등을 조성한다.

운하를 건설하면 오염원이 일정할 경우 갈수기에 수량이 2배 이상 증대되어 희석과 자정효과로 수질이 개선되고 퇴적오염물 제거와 오염원의 효율적인 관리로 오염을 저감시키며 생태하천 및 인공습지를 통한 수질정화로 수질이 개선될 수 있다.

또한 주운보 설치로 많은 수량이 확보되면 수질이 개선될 수 있다. 백두산 천지나 바이칼 호, 소양호는 정체된 수역이지만 오염원이 적고 수량이 많기 때문에 수질이 좋은 것과 같이 주운보의 물은 잠실수중보나 신곡수중보와 같이 전체 수량이 2∼3배 증가하면 현재보다 수질이 개선될 것은 틀림없다.

예를 들어, 잠실수중보 앞의 수질은 팔당댐 수질과 비교할 때 그렇게 나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하상퇴적물 준설, 하천의 수량증가, 선박운항 시 선수부의 폭기와 선미부의 스크류에 의한 폭기로 부영양화가 감소될 수 있다.

반면, 선박운항으로 인한 수질오염은 무시할 정도로, 사고 이외에 정상적인 상태에서 선박에서 배출되거나 유출되는 오염물질은 전혀 없으며 선박운항 사고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2중 갑판 연료탱크 설치, 방청도료 사용, 유해물질 수송 시 밀폐형 탱크 장착, 취수구 주변의 부유물질 차단막 설치, 자동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등이 그 대책이 될 수 있다.

대운하 건설은 또 상수 취수원의 수질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갈대 등을 식재한 생태하천 또는 인공습지를 설치하여 일정기간 체류한 후 취수하는 자연친화적 하천수 정화방법이나 모래층 두께에 따라 수직정, 방사형 집수정이나 집수 암거 방법에 의해 오염물질을 자연여과 후 취수하는 강변여과수 취수방법 등이 있고, 취수구 상류에 자정정화거리 이상으로 주운용과 취수용 수로를 분리하는 격벽을 설치하여 취수전용수로에서 취수하는 주운수로와 취수전용수로의 분리방법, 즉 이중수로방법 등을 사용하면 상수 취수원의 수질을 개선할 수 있다.

상수 취수지점 상류로 배가 다니기 때문에 배에서 부주의로 버려진 수질오염물질과 배의 전복사고로 인한 수질오염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으나 그것을 방지하기 위한 기술력과 투자되는 돈, 그리고 현대적인 관리체제를 고려한다면 그 발생확률은 ppm단위가 될 것이고, 피해액은 아주 미미할 것이다.

“대운하 건설 전에 타당성 입증하고 사업 실패에 위험 줄이기 위해 예비타당성조사 필요…특히 환경성 검토는 하천수질과 하천, 주변 생태계 등에 대한 과학적인 환경영향평가를 전제로 해야”

■  대운하 건설에 대한 비판 소리

한반도 대운하와 같이 사업 규모가 전국적이고 대상이 자연일 경우에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환경 등 모든 분야에서 현재의 우리 모두에게 뿐만 아니라 우리들의 자손들에게까지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러한 영향이 좋은 영향이 되기 위해서는 그 타당성이 다각적으로 입증되어야 한다. 한반도 대운하 기본구상에 의하면 그 경제성(Economics), 기술성(Engineering) 및 환경성(Environment)에서 정(正)의 효과가 부(負)의 효과를 훨씬 앞서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단편적이기는 하지만 한반도 대운하 건설에 대한 부정적 평가의 목소리도 결코 작지 않다. 즉 △“일반국민들과 일부 환경학자, 자연생태학자들은 한반도 대운하 건설계획이 발표되자, 4대강과 자연하천을 인공적으로 준설하는 등 임의로 땅을 파서 운하를 건설하는 것으로 알고 수질오염 등으로 식수원의 안전을 위협하고 나아가 자연환경 및 생태계 파괴를 가져올 수 있다”고 인식 △“대운하 공약이 나라의 살림밑천이 될지 여부와 비용 타당성을 놓고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고, 대통령 선거 기간 중 정치적 논쟁을 하지 말고 대선 후 다음정부에서 전문가들의 객관적 검토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 △“이번 대선은 건설·재벌 중심 가짜 경제와 사람·중소기업 중심 진짜 경제의 대결”이라며 “부패한 졸부만의 세상이 아닌 따뜻한 번영을 이루겠다” △“최근 범여권에서는 환경단체 등과 한반도대운하 검토 T/F 구성, 금번 국감에서 주요 쟁점으로 제기하고 문제점을 비판 예정” 등이다.

■  국민의 공감대 형성
국가의 명운과 연결되는 국가적인 대사업은 다수의 국민, 가능하면 모든 국민의 동의를 얻는 것이 필수적이다. 국민의 동의가 필요한 것은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고 국가적 에너지를 한 곳에 모으기 위한 것이다.

오늘날 우리나라와 같이 복잡한 사회는 모든 국민이 모든 국민에 의해 직접 또는 간접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에 남이 하는 일에 관심이 없을 수 없다. 더구나 한반도 대운하와 같은 국가적 사업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다.

국민들 중에는 대운하에 대해 불안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정치적인 반대나 정서적인 반대가 아닌 진심으로 대운하 건설을 불안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즉 △“운하 건설은 50년 전의 유물인데” △“운하를 건설해도 수질이 정말 오염되지 않을까” △“운하를 건설하면 하천생태계가 전부 망가진다는데” △“대운하는 경제성도 없다던데” △“팔당호 취수구를 북한강의 상류로 이전하면 수량이 부족할 텐데” 등의 소리는 대운하 건설을 진심으로 불안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다.

이제 한반도 대운하 문제는 정치적인 차원을 넘어 모든 사람들의 큰 관심사가 되었다. 국민의 공감대 형성 내지 불안감 해소를 위해서는 대운하 건설의 경제적, 기술적, 환경적인 타당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짧은 시간 안에 그 타당성을 모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까지 입증하기란 매우 어렵다.

우리나라는 과거에 운하를 건설한 경험이 없어 운하 건설의 영향에 대한 자료가 전무한 상태다. 외국의 운하 건설에 대한 자료가 있기는 하나 우리나라 상황에 바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다.

■  대운하 건설 타당성의 입증
사전적인 의미에서 보면 운하는 인공적인 수로를 말한다. 환경론자들의 입장에서 환경을 보전한다는 것은 가능하면 환경을 자연 그대로 둔다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환경보전 정의를 기준으로 한다면 운하 건설을 모든 면에서 환경친화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인공적인 콘크리트 하천을 자연하천으로 되돌리는 것은 분명한 환경개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운하 건설로 인한 수량의 증가와 적정한 주기의 물 순환은 수질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와 같이 운하 건설사업의 내용 중에는 환경을 개선하는 부분과 환경을 변화시키는 부분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운하 건설은 환경적인 면에서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다만 장점과 단점 중에서 어느 쪽이 더 우세한가에 따라 사업추진 여부가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사업추진을 찬성하는 편은 장점을 주장하고 반대하는 편은 단점을 강조할 것이다.

대운하 건설의 경제성 분석 역시 찬·반간의 주장이 팽팽하다. 경부운하의 경우 건설비는 찬성편은 14조1천억 원, 반대편은 18조 원을 주장하고 있다. 또 골재판매액은 8조 원과 5천억 원, 비용편익비율은 2.3대 1과 0.16대 1, 수송시간은 24시간과 46시간, 선박운항 불가능 일수는 15일과 45일, 물동량은 연간 1천700만 톤과 500만 톤 등으로 찬성과 반대의 양측 주장이 크게 다르다.

예를 들어, ‘수송시간 24시간 대 46시간’의 문제는 절대적인 소요시간의 문제도 있지만 그것은 대상화물의 출발점과 도착점이 서울과 부산일 경우의 소요시간이고, 대상화물이 경부운하 중간 중간의 여러 기착점으로 분산될 경우에는 배의 속도가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량의 그것만큼 빨라야 한다는 명제를 세우지 않는 서울∼부산 간 소요시간은 그 의미가 크게 줄어들 것이다.

대운하를 ‘물로 된 간선도로’로 하고 고속도로와 국도, 그리고 지방도를 포함한 모든 도로에 대량화물을 분산하여 공급하는 기능을 한다고 생각하면 대운하의 경제성은 많이 향상될 것이다. 이러한 찬반의 주장은 앞으로 파일럿 프로젝트 등을 통해 입증되어야 할 과제다.

■  대운하 건설의 파일럿 프로젝트
완전한 현실적, 과학적 분석결과를 가지고 사업을 시작하면 그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불행하게도 우리가 추진하는 대부분의 사업계획이 경험과 자료, 그리고 분석능력의 부족 등으로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방법이 소규모 실험이나 시뮬레이션을 해보는 것이다. 그것은 적은 비용으로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본 사업에 필요한 과학적이고 현실적인 자료를 얻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예를 대운하 건설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한반도 대운하 파일럿 프로젝트’라고 부를 수 있다. 본격적인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시작하기 전에 그 타당성을 입증하고 사업 실패에 따른 위험을 줄이기 위해  예비타당성조사를 하는 것이다. ‘예비타당성조사’란 한반도 대운하 전 구간을 대상으로 파일럿 프로젝트로서의 타당성이 가장 큰 운하를 1∼2개정도 선정하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 하천 폭이 넓고 경사가 완만하며 생태계가 비교적 단순하여 환경적, 기술적인 면에서 큰 문제가 없고 경제성 분석에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되는 호남운하와, 경부운하 중 부산∼문경 구간을 파일럿 프로젝트의 대상으로 선정하는 것이다.

특히, 호남운하의 건설은 광주천과 같이 오염이 극심한 대도시 관류하천의 수질을 개선하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고, 부산과 점촌 간 경부운하는 평상 시 수량이 부족한 낙동강의 수질개선과 수생태계 형성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예비타당성조사 중 환경성에 대한 검토는 하천수질과 하천 및 주변 생태계 등에 대한 과학적인 환경영향평가를 전제로 해야 한다.

호남운하와 경부운하 부산∼문경구간 파일럿 프로젝트를 결정하기 위한 예비 타당성 조사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한반도대운하 전체의 타당성을 조사하는 것보다는 훨씬 쉽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파일럿 프로젝트의 성공률은 현재보다는 크게 높아질 것이고 파일럿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한반도 대운하 구상의 상당부분이 실현될 수 있다.

사통팔달(四通八達)의 한반도 대운하 구상의 타당성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어 실현된다면 오늘을 사는 우리들과 미래 우리자손들의 자랑거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그 반대의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이제 한반도 대운하는 정치의 장에서 벗어나 국민 모두가 참여하는 ‘공론의 장’으로 돌아와야 한다. 한반도 대운하가 특정 정치집단이나 개인의 전유물이 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몇 년 후에 일어날 다음과 같은 결과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호남운하와 경부운하 부산∼문경구간 운하 건설 결과는 매우 만족스러운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 대부분의 주운수로가 기존 하천의 일부를 사용하였기 때문에 생태계의 훼손·파괴와 변경을 최소화 할 수 있었고, 주운수로의 굴착으로 수심이 깊어져 수량의 증가로 수질이 개선되고 생물다양성이 높은 하천생태계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형성되어 가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셋째, 호남운하와 부산∼문경 간 경부운하를 통한 대량화물의 운반이 가능해지고 운하의 중간 중간에 건설된 ‘물류기지’에서 육지로 연결된 거미줄 같은 도로망을 통해 화물이 적지에 신속히 운반됨으로써 운하의 경제성은 매우 높은 것으로 입증되었다.

■ 환경과 개발 패러다임의 변화
21세기는 지구공동체가 지속가능개발(sustainable development)로 이행하기 위해 주어진 마지막 시간이다. 금세기 말까지 지속가능지구공동체로 이행하지 못하면 인류의 미래를 보장하기 어렵게 된다. 지속가능한 개발은 환경보전과 개발수요의 동시 만족을 기본명제로 한다.

지속가능한 개발은 앞으로 인류공동체가 그 생존 자체를 의존해야 하는 개발모형이다. 지구온난화로 촉발된 21세기의 에너지위기는 지금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하고 있는 기름 값의 수직상승으로 나타나고 있다.

세계는 이러한 에너지위기의 본질을 뒤늦게 깨닫고 신·재생에너지 등 대체에너지의 개발에 비상한 관심을 가지고 많은 연구와 투자계획을 세우고 있으나 그 성패를 장담할 수 없다. 인류가 이와 같은 에너지위기를 적정한 시간 안에 극복하지 못하면 지속가능한 개발은 불가능해질 것이다.

에너지절약과 대체에너지의 개발이라는 관점에서 밀집개발(compact development)의 예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같은 면적과 건물넓이를 가진 개발에서 건폐율을 낮추고 용적률을 높이며 적정한 정도의 시설의 지하화를 가미함으로써 지표의 생태공간을 확보하여 전체적으로 좀 더 환경친화적이며 에너지친화적인 개발을 할 수 있다.

밀집개발에서는 입주자의 모든 활동이 건물 안에서 이루어진다. 가정적인 일상생활은 물론, 교육과 문화생활 등 모든 사회적인 생활도 밀집된 공간에서 이루어진다. 그 결과 교통수요와 야외 공간수요가 줄어들어 환경친화적, 에너지친화적인 개발이 되는 것이다. 밀집개발은 도시지역의 투수면적을 크게 늘려 물의 자연적인 순환과 수질 및 생태계보전에도 크게 이바지하게 된다.

우리는 기술력과 자본력이라는 변수를 입력하여 ‘환경친화적인 개발’과 ‘개발친화적인 환경보전’, 그리고 ‘환경·개발친화적인 제3세대 운하 건설’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생각할 수 있다.

환경친화적인 개발의 예로서는 도시지역의 밀집개발, 낙동강이나 영산강과 같이 높은 하상계수를 가진 수로와 콘크리트 하천바닥을 개선한 운하 건설과 같은 것이 있고, 개발친화적인 환경보전의 예로서는 수변구역의 조성·관리와 같은 것이 있다. 수변구역은 배후지의 개발여력을 높여준다.

“하천으로 배가 다니면 오염물질이 누출되거나 배가 전복되어 수질이 오염된다”, “운하를 건설하면 하천생태계가 파괴된다”, “운하를 건설하면 배가 다니는 길목에 있는 모든 식수원이 오염된다”, “수중보가 건설되면 수질이 나빠진다” 는 등 우리는 지극히 관념적이고 상식적인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 조상들은 옛날부터 수량이 적은 하천에 보(洑)를 막아 농업용수로 사용해 왔다. 그러나 보의 물은 깨끗한 상태로 유지되었다. 상류에서 오염물질이 흘러 들어오지 않으면 보의 물은 오염되지 않는다.

운하건설을 위해 보가 설치되면 상류의 오염물질 처리가 강화되어 물은 전보다 더 깨끗해 질 수 있다. 하천생태계가 형성되어 있지 않은 고수부지 등 건조한 하천부지에는 운하의 건설로 새로운 생태계가 형성될 수 있다.

‘제3세대 운하’란 환경보전과 개발수요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운하를 말한다. 기술력과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완벽한 운하의 건설과 선박의 건조, 국가에 의한 철저한 관리체계의 구축 등의 조건을 충족시킨다면 운하를 통행하는 선박에서 오염물질이 누출되거나 선박이 전복되는 사고는 발생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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