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 박사

김동욱 박사 정책제언


“4대강 자연성, ‘회복’ 아닌 ‘창조’하는 것”

자연은 고대부터 꾸준히 변화…자연성 회복 시점 명확히 규정 필요
인공저수시설인 댐·저수지로 ‘자연성’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기도


▲ 김 동 욱 박사
•한국물정책학회장
•본지 논설위원
•전 강원대 환경공학부 교수
•환경부 기획관리실장·상하수도국장·수질보전국장 역임
올바른 4대강 자연성 회복

4대강의 자연성 기준은?

‘자연성’의 사전적인 정의는 ‘자연 그대로의 성질’로 되어 있고, ‘회복’의 사전적 정의는 ‘원래의 좋은 상태로 되돌리거나 원래의 상태를 되찾음’이라고 되어 있다. 따라서 자연성회복을 ‘자연 그대로의 성질을 가진 원래의 좋은 상태로 되돌리거나 원래의 상태를 되찾음’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 정의에 4대강을 더하면  ‘4대강 자연성 회복’의 정의는 ‘4대강을 자연 그대로의 성질을 가진 원래의 좋은 상태로 되돌리거나 원래의 상태를 되찾음’이 된다. 여기서 문제점은 ‘4대강의 자연 그대로의 성질’이 무엇이냐는 것과 ‘원래의 상태’가 어떤 상태이냐는 것이다. 자연이 자연성을 잃게 되는 것은 인류가 자연에 대항하기 때문이다.

한반도에 인류가 최초로 들어온 것은 기원전 70만 년이라고 한다. 기원전 70만 년의 4대강은 한 사람의 인간도 없었으므로 100%의 자연성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고, 그러한 자연의 상태를 ‘원래의 상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후, 한반도 거주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4대강의 자연성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한반도의 긴 인간 역사는 아주 짧게는 5천 년 전의 단군시대부터 삼국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를 거쳐 지금의 대한민국에 이르렀다.

이와 같이 4대강의 자연성은 가깝게는 5천 년 동안 조금씩 변화되어 왔는데 지금 어떤 사람들이 말하는 자연성은 언제쯤의 자연성인지 명시적으로 설명된 것이 없다. 단군시대, 삼국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 일제강점기, 이승만 시대, 박정희 시대, 2012년 4대강 보를 설치한 이명박 시대 이전 등, 어느 시대 어느 때의 4대강의 자연성을 말하는지 알 수가 없다.

4대강의 자연성 회복을 위해서는 가장 먼저 4대강이 되돌아가야 할, 4대강의 자연성 시점을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그 자연성 시점에서 4대강의 구체적인 수리·수문, 동식물 등 생태계 전반에 대한 세부적인 사항의 확인이 필요하다.

4대강 보 해체가 4대강 자연성 회복?

「“4대강 자연성 회복 안건 연내 의결해야”
불교환경연대 등 시민위 12월 28일 성명서 발표
불교환경연대 등이 참여한 4대강재자연화시민위원회가 12월 28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정세균 국가물관리위원장은 더 이상 좌고우면 말고 4대강 자연회복 안건을 연내에 의결해야한다”고 강조했다. 4대강재자연화시민위원회는 성명서를 통해 “2017년 5월 22일,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6호 업무지시’를 통해 즉각적으로 4대강 보를 상시개방하고 보 철거 등을 포함한 보 처리방안을 1년 안에 결정하라고 지시했다”며 “하지만 1,316일이 흘렀고, 여전히 업무지시는 실행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략>… 그러면서 “4대강 자연성 회복을 정치적으로 재고 따지는 사이 2018년 부산 수돗물 공급 중단 사태에 이르렀던 낙동강이 방치됐고, 비교적 정치적 반대가 적은 한강은 아예 논의에서 잊혀진지 오래”라며 “문재인 정부가 낙동강 수문조차 개방하지 못하고 임기를 끝낸다면, 낙동강 녹조라떼 사태 해결은 오랜 기간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하 생략>…」(법보신문, 2020. 12. 28)


위와 같은 보도내용은 ‘4대강 자연성 회복’에서 의미하는 자연성이 4대강 보 설치 직전 4대강의 ‘자연성’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즉, 4대강 보를 개방하거나 철거하면 4대강의 자연성은 100% 회복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자연성 변화가 반드시 나쁜 건 아니다

자연의 상태가 46억 년 전 지구가 생겨날 때부터 지금까지 처음 상태 그대로 유지되어 온 것은 아니다. 인간의 간섭이 없더라도 자연의 힘으로 자연은 변한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라거나 ‘상전벽해(桑田碧海)’는 홍수나 한발과 같은 자연적인 힘으로 자연 상태가 변하는 것을 말한다. 자연에 의해 자연이 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문제는 인간이 자연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인간에 의해 자연의 상태가 변하는 것은 상당 부분의 경우 인간을 포함한 지구생태계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기후변화나 오존층파괴 등이 그 대표적인 예들이다.
그러나 자연성 변화가 인간이나 인간을 포함한 생태계에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6·25 전쟁 후 우리나라의 산야는 황폐할 대로 황폐해졌다. 전쟁 기간 중 공비의 활동을 막는다는 등의 이유로 산에 있는 나무를 대량으로 벌목하였고, 가정 취사 연료 등으로 남아 있는 나무를 도벌하거나 낙엽을 박박 긁어서 우리나라 거의 모든 산이 붉은 민둥산이 되었다.

장마철에는 시뻘건 흙탕물로 홍수피해를 일으키고, 가물 때는 산에서 물 한 방울 흘러나오지 않아 농사는 흉작을 면치 못했다. 그야말로 홍수와 한발의 극한 상황이 반복되었다. 우리 국토의 이러한 끔찍한 ‘자연성’을 변화시킨 것이 산림녹화와 인공저수시설인 댐과 저수지의 건설이다.

토지의 자연성을 규정하는 핵심적인 요소는 물과 생물체들이다. 생물체는 물이 있으면 자연히 생기게 되어 있다. 물이 없는 토지는 바람직한 자연성이라고 할 것이 없다. 사막에 자연성이 있을 수 없으며, 돌로 된 산에 자연성이 있을 수 없다.

산림은 빗물을 저장하는 함수원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홍수를 방지하고 풀이나 나무뿌리로 토양의 유실을 막아준다. 그리고 기후변화를 완화, 억제하는 작용도 한다. 우리나라와 같이 여름철에 강수가 집중되는 경우에는 산림의 함수기능만으로는 수자원 확보와 홍수방지 등에 한계가 있다. 그에 대한 대책이 곧 댐이나 저수지 등 인공저수시설의 설치다.

우리나라 연간 수자원 사용량 372억㎥ 중 댐 등의 공급량은 209억㎥로 전체 사용량의 56%를 차지하고 있다. 댐과 저수지가 없는 우리의 삶과 우리나라의 경제는 상상할 수 없다. 우리나라가 세계 10위권 내외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은 자연자원 중 수자원이 상대적으로 풍부하기 때문이다.

현재의 댐과 저수지를 모두 허물 것인가

강이란 물이 흐르는 곳이다. 물이 없는 강은 이미 강이 아니다. 그리고 강에는 물이 많이 흐를수록 좋다. 물이 많으면 생태계가 다양해지고 풍부해지기 때문이다. 하천 상류 산간지역의 댐이나 저수지와 같은 수자원 저장시설은 연중 강에 더 많은 물을 공급할 수 있게 한다. 댐이나 저수 시설을 건설하여 인공적으로 강에 더 많은 물을 공급한다고 하여 “자연성을 해친다”고 하는 것은 외눈박이의 주장이다.

물론 댐을 건설하면 수몰 지역과 인근 지역의 생태계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는 것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댐이 건설되면 새로운 생태계가 창조되어 건설 전보다 생태계가 전체적으로 더 풍성해지는 것이 대부분의 경우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일부 사람들이 주장하는 ‘4대강 자연성 회복’이라는 말은 전혀 성립하지 않는, 어떤 목적을 가진 ‘슬로건’에 불과하다. 그들의 주장대로라면 우리나라의 많은 댐과 저수지는 자연이 만든 것이 아니고 사람이 만든 것이기 때문에 ‘자연성 회복’을 위해서는 현재의 모든 댐과 저수지를 허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댐과 저수지가 없는 대한민국은 상상할 수 없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삶은 산림과 댐과 같은 인공저수시설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인공저수시설이 없는 우리나라 ‘4대강 자연성 회복’은 홍수와 한발, 물 기근으로 나라의 근간이 송두리째 무너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4대강 보 설치로 인한 환경문제

4대강 보 설치의 주요 목적은 수자원확보와 홍수방지다. 두 개의 목적 모두 물관리의 기본원칙과 일치한다. 그러나 문제는 보 설치에 따른 부작용이다. 부작용으로 수질 악화와 생태계의 변화가 주요 문제점이 될 수 있다. 수질 악화로 인한 여름철의 녹조 발생이 주요 환경문제가 되고 있다. 4대강 녹조는 대개 7월과 8월 중 수온 상승, 강한 일조, 그리고 긴 일조의 3요소가 동시에 발생할 때 발생한다.

녹조 발생 외에 4대강 보 설치로 인한 환경문제에 대해서는 뚜렷이 밝혀진 것이 없다. 녹조 자체가 우리에게 유해한 것은 아니지만 녹조의 발생은 하천 생태계의 다른 부분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의미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는 주장은 일리가 있다.

그 다른 부분에 대한 영향도 부영양화의 일반적인 영향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나, 4대강 보로 인한 하천생태계의 문제점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이 없다. 또한 바람직하지 않은 하천생태계 변화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인간 건강에 대한 악영향 등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없다.

4대강 자연성 회복의 방향

우리나라 4대강은 5천만 국민의 생명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다. 4대강은 우리의 생존과 번영의 토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에게 4대강의 ‘자연성’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여름에는 홍수와 한발을 가져오고 봄, 가을, 겨울에는 물 기근을 일으키는 4대강의 자연성을 우리는 ‘회복’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4대강으로부터 풍부하고 깨끗한 수자원을 공급받는 것이다. 풍부하고 깨끗한 물은 자연성 회복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산을 푸르게 하고, 인공저수시설을 많이 건설하는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 산은 푸를 만큼 푸르러졌다. 문제는 예외적인 가뭄이나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적정한 위치에 적정한 크기의 저수시설을 더 건설하는 것이다. 다만, 그러한 인공적인 저수시설 건설은 생태적인 부작용이 없어야 한다는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현재 4대강 보가 문제가 되는 것도 여름철 2개월 동안 발생하는 녹조 때문이다. 수자원 확보와 홍수 방지를 위해서라면 4대강 보 대신 4대강 상류 산간지역에 소규모 댐을 건설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산간지역의 저수시설에서는 녹조 등 환경문제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4대강 보를 없애면 4대강의 자연성이 회복되는 것처럼 주장하는 것도 문제가 있고, 4대강의 ‘자연성 회복’의 용어에 근본적인 문제점이 있다. 여름철 한때 이외에는 연중 거의 말라있는 ‘자연성’을 가진 4대강의 ‘자연성 회복’이 곧 4대강을 건천(乾川)으로 유지하자는 주장과 같다고 할 수 있다.

4대강 자연성 회복은 4대강을 단군시대나 조선시대, 가깝게는 4대강 보 건설 이전의 상태로 되돌리는 것이 아니다. 강은 물이 꽉 차서 흘러야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것이 강의 자연성이고, 자연성 회복이다. 강에 물이 흐르도록 하는 것이 자연적이면 매우 좋고, 자연이 그렇게 해주지 않으면 사람이 그렇게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 4대강 자연성 회복은 4대강을 단군시대나 조선시대, 가깝게는 4대강 보 건설 이전의 상태로 되돌리는 것이 아니다. 강은 물이 꽉 차서 흘러야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것이 강의 자연성이고, 자연성 회복이다. 사진은 영산강 죽산보 전경.

다만, 4대강 보 건설과 같이 부작용이 우려될 경우에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여름철 한때 발생하는 녹조현상 하나만 가지고 4대강 보를 ‘자연성’과 대립하는 개념으로 보는 것도 너무 한쪽으로 치우친 주장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의 4대강은 자연성을 회복(restoration)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성을 창조(creation)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워터저널』 2021년 2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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