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 박사

김동욱 박사 정책제언
 

“수량·수질관리는 국가 차원에서 이뤄져야”

물의 공정한 분배와 효율적 수질관리는 관리수단 없는 물관리위원회 수준서 무리
국가 물관리에 대한 최종 의사결정은 국가물관리위원회 심의 거쳐 환경부가 해야


▲ 김 동 욱 박사
•한국물정책학회장
•본지 논설위원
•전 강원대 환경공학부 교수
•환경부 기획관리실장·상하수도국장·수질보전국장 역임
 물은 국민 모두가 공유하는 자연자산

「물관리기본법」의 물 관리체제

「물관리기본법」 제27조제1항은 “환경부장관은 10년마다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 및 유역물관리위원회의 위원장과 협의하고 국가물관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다음 각 호의 사항을 포함한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이하 국가계획이라 한다)을 수립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은 물의 공급·이용·배분과 수자원의 개발·보전 및 중장기 수급 전망, 물분쟁 조정 및 수자원 사용의 합리적 비용 분담 원칙·기준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동법 제22조는 국가물관리위원회의 기능으로 물의 적정배분을 위한 유역 간 물 이동, 중앙행정기관 또는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물분쟁, 둘 이상의 유역에 걸친 물분쟁의 조정 등을 규정하고 있으며, 동법 제24조는 유역물관리위원회의 기능으로 물의 적정배분을 위한 유역 내 물이동, 유역 내에서 발생한 물분쟁 조정 등을 규정하고 있다.

동법 제28조제1항은 “유역물관리위원회 위원장은 제27조제1항에 따른 국가계획을 기초로 10년마다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과 협의하고 국가물관리위원회와 유역물관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다음 각 호에 관한 사항을 포함한 유역물관리종합계획(이하 유역계획이라 한다)을 수립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유역물관리종합계획은 유역 수자원의 개발·보전·다변화와 물의 공급·이용·배분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와 같이 「물관리기본법」에 의한 우리나라 물 관리체제는 ‘유역분권’이라고 할 수 있다. 물관리를 유역단위로 분권화한 것이다. 수질관리는 같은 유역의 상·하류지역 간 문제고, 수량관리는 개인 또는 집단 간 물분배에 관한 문제며, 물관리의 본질은 물 사용을 둘러싼 물분쟁의 문제다.

▲ 2019년 8월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낙연 당시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1기 국가물관리위원회 회의 모습. [사진제공 = 국무총리실]

물관리위원회 체제로 물관리 불가능

우리나라 물관리 문제는 주로 시·군 등 지방자치단체 간 물이용을 둘러싼 분쟁이다. 예를 들어, 대구광역시가 안동댐이나 임하댐에서 상수원수를 취수하려고 하면 해당 댐 소재지의 지방자치단체와 그 주민들이 반대하고, 부산광역시가 남강댐이나 합천댐에서 상수원수를 취수할 경우에도 그렇다. 이와 같은 지방자치단체나 주민들 간 물분쟁을 국가물관리위원회나 유역물관리위원회가 해결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고, 지금까지 그러한 분쟁을 해결한 사례도 없다.

수자원 개발도 국가물관리위원회나 유역물관리위원회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수자원 개발은 댐의 건설이나 지하수 개발과 같은 것을 말하는 것으로, 국가가 관여하지 않을 경우 수자원 개발을 필요로 하는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주체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수자원개발 가능 장소가 수자원 개발을 필요로 하는 지방자치단체 관할지역 밖일 경우에는 그 수자원 개발이 불가능하고, 해당 지방자치단체 관할지역일 경우에도 수자원 개발을 위한 재원, 기술, 운영, 유지, 관리 등의 문제 때문에 지방자치단체가 수자원을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소재지 지방자치단체가 개발할 수 있는 소규모 저수지와 같은 경우는 그 지방자치단체가 독자적으로 개발할 수 있기 때문에 역시 국가나 유역물관리위원회가 관여할 것이 없다. 더욱이 집행기관이 아닌 유역물관리위원회가 유역물관리종합계획을 세우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가능한 경우라도 집행하는 것은 더 어렵다.

물은 모든 사람들의 것

물은 사람을 포함한 모든 생물체의 생존에 필수적인 자연자산으로 누구도 독점할 수 없다. 물을 독점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내 집 앞을 흐르는 물은 ‘나의 물’이 아니고 상류에서 흘러내려온 물이다. 상류가 내 땅이 아니듯이 상류에서 흘러내려온 물도 내 물이 아니다. 그리고 누구도 상류를 소유할 수 없다. 물은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갖는 보편적 권리, 천부인권(天賦人權)이라고 할 수 있다.

댐이나 저수지에 저장된 물이 댐이나 저수지를 건설한 사람의 것이 아니다. 댐이나 저수지는 모든 사람들의 소유인 물을 모아놓은 것으로, 누구나 그 물을 사용할 권리가 있다. 물에 대한 권리는 상·하류 주민들뿐만 아니라 유역 주민들 간에도 보장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한강 물이 여유가 있고 낙동강 물이 부족할 경우 한강 물을 낙동강에 공급하는 것이 주민들의 물에 대한 천부인권을 보장하는 것이다. 동진강과 만경강 유역에 있는 전주시에 금강유역 용담댐의 물을 공급하는 것이 현실적인 예의 하나가 될 수 있다.

물은 모든 사람들의 것이고, 물을 모든 사람들에게 필요한 만큼 공급해야 하는 이유는 국가경제적인 측면도 있다. 물은 일차적으로 사람과 사람이 의존하는 생태계의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자연자산이며 나아가 농업, 공업, 서비스업 등 모든 산업의 필수적인 요소다. 이러한 물을 상·하류 간, 유역 간 구별해 공급할 경우 국가경제발전은 그만큼 저해될 것이다. 남아도는 물을 부족한 지역에 공급하지 않고 버리는 것은 현명한 일이 아니다.

유역관리는 수질관리 패러다임

물은 상류에서 하류로 흐르기 때문에 상류에 수질오염원이 있으면 하류의 물은 오염된다. 따라서 하류지역의 수질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상류지역의 수질오염원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 이와 같이 유역관리는 수량관리가 아닌 수질관리의 방법이다. 유역관리의 첫 단계는 유역을 물의 용도에 따라 세부적인 수역으로 구분한 다음 수역별로 물 용도에 맞는 수질기준을 설정하는 것이다. 그 다음은 그러한 수질기준을 유지하거나 그 수질기준으로 개선하기 위해 규제할 상류지역의 범위, 방법 등을 마련하는 것이다.

유역의 상·하류 간 그와 같은 규제는 지역 간·주민 간 갈등을 불러온다. 상류의 지방자치단체나 주민들은 개발 규제에 불만을 드러내고, 하류의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은 하류수역 수질오염 때문에 불만을 드러내는 것이다.

물에 관한 이러한 상·하류 간 갈등을 해결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상류의 개발욕구와 하류의 깨끗한 물에 대한 욕구는 어느 누구도, 어떤 대가에도 포기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한 갈등의 대표적인 예가 ‘상수원보호구역 지정제도’다. 현재 전국에 지정된 290여 개소의 상수원보호구역 중 상·하류 갈등이 없는 곳이 없다. 한강유역의 한 상수원보호구역 지정에 대해서는 주민들이 헌법소원을 제기한 경우도 있다.

수질보전과 관련된 이러한 상·하류 간 갈등에 유역물관리위원회가 개입할 여지는 거의 없다. 상수원보호구역은 「수도법」 제7조의 규정에 따라 환경부장관이 지정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까지 상수원의 상류이전 등에 의해 상수원보호구역의 수가 감소하고 있으며, 지역주민과 지방자치단체의 거센 반발 때문에 새로운 상수원보호구역 지정은 거의 불가능하다. 중앙정부의 강력한 제도적·행정적 권한으로도 상수원보호구역을 신규 지정하기란 어렵다.

수량관리는 중앙집권화해야

물은 모든 국민이 공유하는 자연자산이고, 개인의 생존과 국가발전의 필수자원이기 때문에 유역 안이나 유역 간에 가능한 한 균등하게 배분해야 한다. 이러한 물의 이용·공급·분배에 관한 업무를 국가물관리위원회나 유역물관리위원회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수질관리를 위한 상·하류 간 갈등이 유역 내 문제이긴 하나, 이 문제 역시 유역물관리위원회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물의 공정한 분배와 효율적인 수질관리는 대부분의 경우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그렇다고 관리수단이 없는 물관리위원회가 할 수 있는 일은 더욱 아니다. 수자원 개발은 대부분의 경우 그 개발입지가 제한적이고, 막대한 개발비용과 유지관리의 어려움 때문에 한 개의 지방자치단체 등이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수자원 개발은 유역 차원이나 지방자치단체 차원이 아닌 국가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물의 이용·공급·분배와 수자원 개발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수량관리와 수질 보전 내지 개선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수질관리는 물의 수량관리와 수질관리를 주관하는 중앙행정기관인 환경부가 일원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이것을 우리는 수량·수질관리의 일원화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환경부는 수량·수질관리를 하는 과정에서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지방자치단체의 장, 그리고 가능한 범위까지 이해관계가 있는 주민들 의견을 듣고, 전문가들로 구성된 국가물관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가물관리에 대한 최종 의사결정을 하면 된다.

우리나라는 지금 상·하류 간, 그리고 지역 간 물 이기주의에 의해 물의 균등한 이용과 토지이용의 제한으로 국민건강을 해치고 국가경제에 막대한 손실을 초래하고 있다. 예를 들어, 수질이 나쁜 하천지표수를 상수원수로 사용한 수돗물의 공급은 수천만 주민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으며, 상수원 수질보전을 위한 상류의 토지이용 제한은 사회적 갈등을 일으키고 국가경제에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 이 경우 상수원을 상류로 옮기는 것은 그 상수원을 사용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국가만 할 수 있다.

모든 지방분권, 주민자치가 지역발전을 위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특히, 물관리에 관해서는 지방분권과 주민자치가 대립만을 가져오고 물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농경시대의 물은 당시 거의 유일한 식량자원인 농작물의 생산을 위한 필수적인 자원으로 상·하류는 물론 이웃 간에도 나누기 힘든 생명과도 같은 자원이었다. “내 논에 물 들어가는 것을 보면,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것과 같이 행복하다”는 옛말도 있다. 물문제는 이해당사자들 간 협의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 2019년 9월 16일 정부세종청사 대강당에서 열린 유역물관리위원회 위원 위촉식 및 출범식에서 위원장 및 위원들의 기념촬영 모습.

[『워터저널』 2021년 9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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