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교수/강원대 환경공학부 교수, 본지 논설위원, 환경부 수질국장·상하수도국장 역임, 서울공대졸

“봄 가뭄·여름 홍수·가을 수질·겨울 결빙   

한반도 대운하 경제성·기술성·환경성에 결정적 영향 미칠 수 있어”

 대운하 환경영향평가,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과학적인 평가되어야

 

▲ 김동욱 교수
“사계절에 걸친 과학적인 자료수집 위해 실물크기의 실험용 운하 만들어 직접 띄워보는 방안도 생각해 보아야”

한반도 대운하를 둘러싼 논쟁이 갈수록 태산이다. 동일한 사안을 놓고 찬성 측과 반대 측의  논리가 하늘과 땅 차이만큼이나 다르다. 경부운하의 경우 찬성 측과 반대 측이 주장하는 비용과 편익비율은 0.16 대 3.8, 서울-부산 간 배의 운항속도는 32시간 대 112시간, 공사비용은 15조 원 대 50조 원으로 서로 다르다.

대운하를 건설하면 수질이나 대기의 질이 개선되고 생태계가 살아나는 등 많은 환경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찬성 측의 논리에 대해 반대 측은 대운하 건설은 환경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는 극한 논리를 내세운다.

찬성 측은 대토론회, 공동탐사, 「한반도대운하특별법」 제정 등의 수순을 거치면서 국민을 설득하여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고, 반대 측은 찬성 측의 ‘한반도 대운하 사업 밀어붙이기’에 결사항전을 외치고 있다.

찬성 측이나 반대 측 모두에 공통된 점이 있다면 한반도대운하 건설의 찬성이나 반대가 모두 “국가를 위한 것”이라는 것이다. 이와 같이 찬성 측과 반대 측 모두 최종목표는 같기 때문에 서로 적대적인 감정을 가지기보다는 우호적인 감정을 가진다면 양측 모두 수긍하는 한반도대운하 건설 여부에 대한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다.

건설 타당성 과학적으로 증명돼야

“배의 속도는 수심에 비례한다”, “배의 속도는 주운(舟運) 수로의 폭에 비례한다”, “배의 속도는 경간(교각 사이의 거리)에 비례한다” 등은 장차 대운하를 운항할 배의 속도를 놓고 찬성 측과 반대 측이 주장하는 배의 속도 결정 변수다.

배의 속도는 그밖에도 배의 크기, 화물 적재량, 유속, 배의 안전도 등 여러 가지가 변수에 의해 달라질 수 있다. 많은 변수에 의해 종합적으로 결정되는 배의 운항속도를 한 두 개의 변수를 가지고 자기주장만 옳다고 하는 것은 장님 코끼리 만지는 격이다.

“내가 독일에 가서 RMD(라인-마인-다뉴브) 운하를 직접 보고 왔고, 그 때 들은 독일 전문가의 말에 의하면…”, “물류전문가에 의하면 배에 실을만한 화물이 거의 없고…” 등 비전문가들이 검증되지 않은 전문가의 말을 인용하여 그것만이 유일한 사실처럼 주장하면 그 토론은 시간과 전파 낭비일 뿐이다.

▲ 한반도 대운하 건설과 운영에 결정적인 중요성을 가지는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서는 환경영향이 가장 작고 경제성과 기술성이 있는 구간을 선정, 실험용 운하를 만들어 배를 직접 띄워보는 방안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사진은 잠실­여의도를 오가는 한강유람선.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는 일반 국민이 그 토론을 보고 어떤 결정을 할 수 있을까? 찬성 측과 반대 측의 주장은 모두 일면의 타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결정은 마치 자기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운동경기에서 마음속으로 네편 내편을 가르듯이 감정적으로 결정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모든 일의 타당성은 감정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사실에 의해 결정된다. “내가 옳다고 하면 옳은 거야”라든지 “내가 아니라고 하면 아닌 거야”와 같이 개인의 감정이나 주관에 따라 거짓과 진실이 바뀌지 않는다. 한반도 대운하 건설의 타당성 여부의 결론은 다른 사업과 마찬가지로 가능한 한 많은 부분이 과학적으로 증명되어 찬성 측과 반대 측이 모두 수긍할 수 있어야 한다.

독일이나 기타 외국의 운하가 참고는 되겠지만 경부운하 등 우리나라의 운하가 그들과 똑 같다고 할 수 없다. 배의 운항속도나 수질 등 과학적으로 증명이 가능하거나 앞으로 대운하의 건설과 운영에 결정적인 중요성을 가지는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서는 환경영향이 가장 작고 경제성과 기술성이 있는 구간을 선정하여 현재 상태 그대로 또는 실물 크기의 실험용 운하를 만들어 배를 직접 띄워보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과학적인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시험운하를 건설해서 한반도 대운하 건설의 타당성을 검증해보자는 것이다. 물론, 시험운하의 건설로 다소의 비용이 소요되고 일부 환경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겠지만 한반도 대운하 사업의 일방적인 추진이나 폐지에 따른 국가자원과 국민에너지의 낭비나 기회비용의 상실에 비할 것은 못된다.

시험운하에 대한 자료 수집 기간은 최소한 한 번의 4계절을 거쳐야 한다. 봄철의 가뭄과 여름철의 홍수, 가을철의 수질, 겨울철의 가뭄과 결빙 등이 대운하의 경제성과 기술성, 그리고 환경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분야별 ‘전문가단’ 구성은 필수

한반도 대운하 건설사업은 경제성, 기술성, 그리고 환경성에 있어 그 타당성이 입증되어야 한다. 경제성은 주로 비용과 편익분석, 기술성은 수리·수문이나 토목, 선박운항 등과 관련되고 환경성은 수질, 대기 질, 생태계 등과 관련된다. 어느 것 하나 현장자료, 전문적인 분석능력, 과학적인 장래 예측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이 없다.

한 사람이 이와 같은 모든 분야에 대해 전문지식을 가질 수도 없고 현장조사를 할 수도 없기 때문에 분야별 전문가단을 만들어 한반도 대운하 건설의 타당성 여부를 분야별로 판단하게 해야 한다.

분야를 나누는 방법은 사업으로 인한 1차적인 영향 중에서 먼저 찬성 측과 반대 측의 의견이 엇갈리는 부분이 되어야 한다. 문제되는 부분에 우선 순위를 부여하는 것은 환경영향평가를 위한 시간과 자원의 한계를 전제로 한 환경영향평가의 기본원리 중 하나다. 시간과 돈이 허용한다면 한반도 대운하 건설로 인한 2차, 3차적인 영향까지를 분석할 수도 있다.

분야별 전문가단의 구성원의 자격은 기본적으로 2가지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 하나는 그 분야의 전문가라야 한다는 것으로 지극히 상식적인 조건이다. 그러나 전문 분야가 상당히 세분되어 있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우리가 흔히 생태전문가라는 말을 사용하는데, 실재로 생태계는 생물과 무생물로 이루어지고 생물과 무생물은 각각 그 종류가 많아 생태계 전체를 포괄하는 ‘생태전문갗란 없다. 수중생태계의 경우 물고기전문가, 조개류전문가 등이 따로 있고 육상동물 중에는 새 전문가, 곤충전문가 등이 따로 있다. 전문가단의 구성은 가능하면 세부분야별로 전문가를 망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봄철의 가뭄과 여름철의 홍수, 가을철의 수질, 겨울철의 가뭄과 결빙 등이 대운하의 경제성과 기술성, 그리고 환경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은 경기도 이천시 이포대교에 바라본 남한강 하류 모습.

다른 하나는 찬성 측 전문가와 반대 측 전문가간의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장조사 등 사실을 확인하기 전에 전문가는 대운하에 대해 찬성이나 반대의사를 표시해서는 안 된다. 분야별 전문가는 해당 분야에서 확인된 사실을 근거로 운하 건설로 인한 영향을 좋은 영향과 나쁜 영향으로 구분하고 그 이익과 손실을 가능하면 정량화해서 한반도 대운하 건설의 타당성 여부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찬성 측과 반대 측 전문가 간에는 숫자 등 먼저 물리적인 균형이 맞추어져야 한다. 수적으로 열세가 되면 최종적인 결정에 대한 의견충돌이 있을 때 불리해지기 때문에 진 쪽의 승복을 얻어낼 수 없다. 가능하면 반대 측 전문가는 환경단체나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시민단체 등의 동의가 있으면 더욱 좋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필요한 경우 전문가 중에 내국인 전문가는 물론 외국인 전문가를 적극적으로 포함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독일 RMD 운하와 관련된 전문가나 유럽운하의 물류와 관련된 전문가를 초빙하는 것이다. 이 경우에도 찬성 측과 반대 측 전문가간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국민의 최종적인 가치판단 필요

전문가에 의해 과학적인 자료수집이 이루어지면 그 최종결과는 분야별, 세부사항별, 그리고 운하구간별로 운하 건설이 긍정적인 것도 있고 부정적인 것도 있으며 중립적인 것도 있을 수 있다. 그리고 각 구간별 운하 건설의 영향 중에는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는 부분이나 가치판단이 매우 어려운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이 경우 환경영향평가 결과, 종합적으로 “한반도 대운하 건설은 긍정적이다” 또는 “한반도 대운하 건설은 부정적이다”라는 결론을 얻을 수 없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운하 건설 구간별로 긍정적, 또는 부정적 결론이 나올 수도 있다.

그리고 환경영향평가가 찬반 양측 전문가의 동등한 참여에 의해 이루어지고 그 결과가 도출되었다 할지라도 일반국민 중에는 사실이 아닌 가치판단에서만은 환경영향평가의 그것과 다른 판단을 할 수 있으므로 가능하면 국민의 판단을 구하는 절차가 있으면 좋다. 물론 여론조사기관을 이용할 수 있다.

그리고 환경영향평가에서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에 대한 일반국민들의 반발이나 오해를 없애기 위해 환경영향평가 전 과정을 국민에게 시시각각으로 공개하는 것이 필요하다. 환경영향평가 과정의 공개는 ‘밀실’ 환경영향평가라는 의심을 떨쳐버릴 수 있음은 물론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신뢰를 높여 환경영향평가의 최종결과에 대한 넓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영향평가, 환경부 주관 철저히 해야

한반도 대운하 환경영향평가의 주체는 환경부가 되어야 한다. 환경영향평가의 주체가 된다는 것은 환경영향평가에 관한 기획과 환경영향평가의 진행 및 최종결과의 확인 등 환경영향평가 전 과정을 환경부가 주관한다는 것을 말한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환경부가 한반도 대운하와 관련해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중요한 역할이란 한반도대운하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원만하게 이끌어 나감으로써 한반도 대운하 사업 추진을 원활하게 하는 것”이 한반도 대운하 찬성 측이 환경부에 바라는 것이 될 것이다.

그러나 한반도 대운하 반대 측은 “환경부는 한반도대운하 환경영향평가에서 발을 빼야 한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환경부 장관이 한반도 대운하 환경영향평가에서 완전 중립적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한반도 대운하 건설의 타당성을 입증하기 위해 환경영향평가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할 소지가 있다”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
이와 같은 반대 측 주장의 일부가 사실로 나타나면 환경부장관의 주된 임무는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환경단체나 시민단체의 반발을 무마하는 노력이 될 것이다.

새 정부 첫 번째 환경부 장관은 이와 같은 찬성 측과 반대 측의 서로 반대되는 요구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초능력을 가져야 한다. 이러한 초능력을 가진 사람은 기본이 튼튼한 상식적인 사람이다. 환경영향평가에서 초능력이란 사실이 사실대로 밝혀질 수 있도록 인력과 자원, 그리고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능력이다.

훌륭한 환경영향평가는 사실을 사실대로 확인하는 것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설득력이 있고 우리를 감동시키는 것은 진실이다. 한반도 대운하 환경영향평가에서 이러한 진실을 최대한 찾아낼 수 있는 탁월한 조정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면 그는 초능력자다.

환경부 장관이 한반도 대운하 사업에 대한 찬성 측의 논리만을 가지고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환경단체나 시민단체를 설득하려 든다면 그 성공확률은 그리 높지 않을 것이다.

환경부 장관은 한반도 대운하 환경영향평가가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과학적인 환경영향평가가 되도록 필요한 뒷받침을 할 수 있는 자연과학적인 사고를 가져야 한다. 새 정부 초대 환경부 장관의 임무는 한반도 대운하 환경영향평가를 훌륭히 수행함으로써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찬성 측과 반대 측의 사생결단식 충돌로 인한 국가에너지의 낭비를 막고 다른 환경문제에 주름이 가지 않게 하는 것이다.

 

간단한 이야기지만 물질 세계에 적용되는 작용과 반작용의 뉴턴의 ‘제3법칙’과 저항이 큰 것을 밀어붙이기 위해서는 몇 배의 소모성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열역학 제2법칙’은 인간사회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유용한 에너지와 시간을 소모성 논쟁에 낭비한 지난날의 행태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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