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7주년 특집] Ⅱ. 제35회 2021년 하반기 물종합기술연찬회 


“미래 상수도 혁신, 유기물 제거가 핵심”

수돗물 속 유기물 수질악화 초래…무염소 정수처리·강변여과 검토 필요
한국물기술인증원, 인증 일원화·고도화 통해 물기업 해외진출 지원 주력


▲ 민 경 석
한국물기술인증원 원장(현)한국물학술단체연합회장(현)
경북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현 명예교수)
대통령직속 국가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 역임
환경부 국가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장 역임
고려대학교 토목공학 학사·석사·박사
[특별강연] 상수도 혁신

한국물기술인증원은 「물관리기술 발전 및 물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물산업진흥법)」에 의거해 물관리 기술·제품의 위생안전, 품질 및 성능 등을 확보하기 위한 인·검증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2019년 11월에 설립됐다.

기존에 한국상하수도협회에서 수행하던 수도용자재 및 제품의 위생안전인증, 성능적합인증과 인력이 인증원으로 이관됐으며, 「물산업진흥법」 제19조 제4항에 따라 수도용자재 인·검증뿐만 아니라 물관리 기술에 관한 위생안전인증, 성능적합인증 및 기준개발 연구도 담당하고 있다. 물관리 기술에는 수자원 기술부터 상하수도, 녹조대응 기술까지 포함된다.

한국물기술인증원은 한국상하수도협회가 수행하던 인·검증을 공공기관에서 해야 한다는 명분 아래 비영리법정법인으로 설립됐으며, 두 가지 목표를 지향한다. 하나는 인증의 일원화로 산자부의 KS인증 등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는 물 관련 인증을 통합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인증의 고도화로 외국과 상호인증이 가능한 국제적 수준의 인증을 통해 국내 기업의 해외진출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

 
옥내급수설비, 공공기관 관리 필요

한편, 우리나라의 수돗물 직접 음용률은 5% 내외로 OECD 선진국 수준인 50%와 비교해 극히 낮은 수준이다. 지난 10월 환경부가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전문가들의 수돗물 직접 음용률에 비해 일반시민의 수돗물 직접 음용률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나 국민들이 수돗물에 대한 막연한 불신을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미래 상수도 혁신은 수돗물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

국내 수돗물 음용률이 낮은 이유 중 하나가 옥내급수설비다. 옥내급수설비는 단독 및 다세대 주택, 공동주택 등에서 직접 관리해야 하지만 관리 여건이 안 되고 서울시(최대 50만 원)나 대구시(최대 120만 원)에서는 옥내급수설비 교체비용을 지원하고 있지만 실제 공사비는 지원금보다 많이 들어 개별로 교체공사를 진행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40년 이상 된 아파트는 아연도강관을 사용하고 있고 해당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은 대부분 저소득층이기 때문에 물복지 측면으로 보아도 공공기관에서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량물질·녹조, 수돗물 관리에 걸림돌

또한, 수돗물 관리를 어렵게 만드는 주된 원인은 미량유해물질과 녹조다. 이를 처리하기 위해 초고도정수처리를 도입하고 있다. 초고도처리는 고도정수처리를 통해 처리하지 못하는 물질을 처리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근본적인 문제점이 아니며,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 해결해야 한다.

미량유해물질은 일단 배출되면 완벽하게 처리가 어렵기 때문에 해당 물질을 배출하는 사업장에서 배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 낙동강에서 검출된 퍼클로레이트(Perchlorate)는 고도정수처리공정으로 처리되지 않아 발생한 것이다. 신규 오염물질은 지금도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는데 그럴 때마다 정수장에 새로운 공정을 도입하기는 어렵다. 단계적인 초고도정수처리 도입과 더불어 사전예방 대책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또 다른 원인인 녹조 역시 문제점을 해결하고 사전 예방대책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녹조 문제를 해결하는 데 걸림돌은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도시비점오염원과 농촌비점오염원이다. 그나마 도시비점오염원은 오염된 초기 빗물만 따로 차집해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면 되지만 농업비점오염원 관리는 여러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 농촌지역이 도시에 비해 인구, 예산, 인프라가 열악하지만 관리가 부족해 추가적인 손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도시와 농촌 비점오염원 관리의 접점을 찾아 해결해야 한다.

▲ 지난 11월 10일 경주 라한호텔 컨벤션홀에서 열린 ‘제35회 2021년 하반기 물종합기술연찬회’에서 민경석 한국물기술인증원 원장(한국물학술단체연합회장)이 ‘상수도 혁신’이라는 주제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강변여과, 탁도·유기물 제거효과 커

앞으로 상수도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야 하는 부분은 원수 취수 과정에서의 유기물 제거다. 유기물로 인한 수돗물 소독 시, 소독부산물이 발생하는 것은 물론, 수돗물 품질은 결국 취수한 원수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유럽은 유기물 제거를 위해 무염소 처리를 도입하고 있다.

수돗물 맛을 떨어트리는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염소다. 이 때문에 유럽은 염소처리 없이 유기물을 제거하기 위해 물을 대수층에 저장하고 있다. 제주도의 용천수, 지하수 등 물이 좋은 이유도 제주도에 내린 비가 수십 년을 거쳐 지하 대수층에 모이기 때문이다. 긴 시간 동안 물 속 유기물이 처리되어 원수의 품질이 뛰어나다.

미국 캘리포니아는 물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하수처리장의 물을 정수처리해 대수층에 집어넣고 3개월 내지 6개월 동안 보관한 후 펌핑해 사용하고 있다.

염소처리 없이 유기물을 제거하는 또 다른 방법으로 강변여과가 있다. 강변여과는 완속여과에 비해 속도가 약 10분의 1정도로, 이 시간 동안 대부분의 유기물과 탁도가 제거된다. 우리나라에서는 K-water가 낙동강에서 강변여과 사업을 하고 있다. 현재 1개 지구만 진행되고 있는데 생산량은 2만〜3만㎥/일 정도이며, 총유기탄소(TOC) 제거율이 60〜70% 정도로 높은 편이다. 원수가 좋아야 약품을 덜 사용하기 때문에 강변여과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강변여과는 강에서 수질사고가 발생했을 때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이 길다는 장점도 있다.

또한 낙동강 하류 물분쟁 해결에도 강변여과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부산·경남 물분쟁 해결을 위해 합천 황강 복류수 45만㎥와 창녕 강변여과수 45만㎥ 등 총 90만㎥를 공급하는 것으로 합의돼 진행 중이다.

PCF여과 등 우수기술 도입 필요

정수공정의 개선·최적화를 위해 분산형 정수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정수장은 크기가 크고 관로가 길어 염소 투입량이 많고 관로를 유지하는 데에도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대규모 정수장에 분산형 정수시스템을 도입하는 한편, 개인이 관리하는 소규모 급수시설은 공공에서 통합해 물복지를 실현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분산형 정수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정수처리공정이 콤팩트해야 한다. 관련 우수기술 사례로 PCF여과가 있다. PCF여과는 분산형 정수시설에 콤팩트하게 적용할 수 있는 기술로, 정수처리공정 중 여과, 응집까지만 하고 플록 형성, 침전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섬유사여과를 통해 정수를 처리할 수 있다. 미세섬유사 사이 공극을 기계적으로 작게 해 물 속 부유물질을 제거하고 공극을 기계적으로 넓힌 후 공기와 역세수를 통해 포획된 부유물질을 탈리한 후 배출한다. PCF여과 도입 시 크기도 정수장 대비 약 100분의1 정도로 작다.

 
과망간산나트륨, 녹조 제거에도 효과

또한 수돗물 수질 개선을 위한 우수기술로 수돗물 속 철, 망간을 제거하는 과망간산나트륨(Sodium Permanganate, NaMnO4)이 있다. 과망간산나트륨은 국내에서 생산할 수 없어 미국,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다. 급수관망에서 철, 망간이온과 잔류염소가 화학적 산화침전을 통해 관 내부에 스케일을 형성해 수질악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 스케일은 주기적인 세척 외에는 대책이 없어 먹는물 수질기준을 초과한 철과 망간은 정수장에서 제거해야 한다.

과망간산나트륨은 철, 망간 제거뿐만 아니라 녹조제거에도 효과가 있다. 조류는 정수장의 맑은물 확보에 큰 위험요소다. 조류 침전성 악화로 응집·침전 효율이 저하되고 여과지 폐쇄 및 잦은 역세를 요구할뿐더러 수질악화로 인한 운영비용이 증가하게 된다. 또한 조류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이 유입될 수 있고 유기물 증가로 수질을 악화시킨다. 조류의 세포를 깨트리면 더 많이 증식하게 되는데, 과망간산나트륨은 조류의 세포 체외물질을 산화시켜 불활성화 시키기 때문에 조류를 방지하는 데에도 성능이 우수하다.

무염소 정수처리를 목표로 나아가야

또한 상수관망도 부식과 미생물막 생성을 방지하기 위해 관종을 잘 선택해야 된다. 외국처럼 PE나 PVC 소재 관으로 전환해야 한다. 아울러 AI 정수장을 도입해야 한다. 이를 위해 빅데이터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원수와 처리수에 관한 데이터만 가지고 있어 중간 공정 데이터를 확보해야 한다.

무염소 정수처리는 유럽 중심으로 많은 사례가 있다. 네덜란드는 라인강 최하류에 위치해 강변여과수를 AOP(고도산화공정)해서 사용하고 있다. 특히, 네덜란드 수돗물 공급체계는 무염소, 다중여과, 자체정화망을 갖추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의 경우 대부분 완속여과를 사용하다가 여과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이유로 급속여과로 전환하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정책이다. 완속여과는 유기물 제거에 중요한 기능을 가진다. 반면 일본 나고야의 경우 여과재를 직접 개발해 완속여과를 사용하고 있다. 이 여과재는 표면에 부착조류가 붙어서 유기물이나 질소(N), 인(P)을 제거하고 여과 속도가 떨어지면 여과재 표면의 부착조류를 걷어 내는 선진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결국, 수돗물 음용률 향상을 위해 가장 문제가 되는 수질문제를 수도사업자가 국민과 함께 풀어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무염소, 무약품 등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는(Chem-free) 정수장을 만들어야 하고 옥내 급수관망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 깨끗하고 안전한 물, 건강에 좋은 물 시대에서 맛있는 물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또한 미래 상수도는 유기물 농도 제로(0)화와 더불어 무염소 정수처리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워터저널』 2021년 12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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