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교수/강원대 환경공학부 교수, 본지 논설위원, 환경부 수질국장·상하수도국장 역임, 서울공대졸

한반도 대운하, 논쟁 앞서 전문지식 갖춘 평가가 먼저
찬성·반대측,  연대·연합 결성 대신 정확한 정보 수집부터 해야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냉철한 판단을 위해서는 「한반도 대운하 환경영향평가특별법」을 만들어 철저한 환경영향평가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 김동욱 교수
대운하 반대의 거센 목소리

참으로 딱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한반도대운하를 둘러싼 찬반 양측의 주장이 감정대립의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경부운하, 대재앙 부른다”, “운하반대”(녹색연합), “운하의 진실 파헤쳐 ‘어용·사기’ 학자 막아낼 것”, “재앙의 물길, 한반도 대운하”, “국민들을 곡학아세하는 세력들의 거짓말이 잘못되었음을 알리는 올바른 지침서를 주셔서 뭐라 감사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 “어용학자들의 정치 테러 막겠다”, “‘대운하 반대’ 교수 2천466명, 최대 규모 지식인 집단행동”,  “대운하는 시대착오적 사업”, “‘물류 측면’ 철도가 운하보다 훨씬 경제적”, “대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서울대 교수 모임”, “망국의 길 대운하→ 세금낭비, 자연파괴, 나라망신”(대운하반대시민연합), “대반련의 이름으로 고발합니다”(대운하반대시민연합), “운하반대 국민 평화행진 및 촛불집회 공고” 등 한반도 대운하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하늘을 찌른다.

▲ 환경·시민단체 회원들이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팽팽히 맞서는 대운하 찬성론

“동과 서 남과 북의 통합을 이루는 통일사업 입니다”, “내일이 좋은 나라를 위한 위대한 선택입니다”, “스스로 가치를 창출하는 한반도의 미래입니다”, “이래서 한반도 대운하가 필요합니다! - 관광/문화/환경편”, “한반도 대운하는 수자원의 효율적 이용”, “운하 건설에 적합한 우리하천”, “대한민국은 물 부족 국갚, “한반도 대운하 10대 진실”, “왜 운하인가?”, “한반도 대운하는 새로운 성장 동력입니다”, “물길을 따라 한반도의 문화가 다시 살아납니다”, “기업과 일자리가 늘어나는 한반도 대운하”, “지방의 선진화를 이끄는 한반도 대운하”, “대운하 찬성 시민단체, ‘서울대 교수들이 혹세무민하고 있다’”, “물길연대, ‘운하, 제대로 알고 반대하는 거야?”, “추상적 명분보다 실상 알리려 나섰다”(친환경물길잇기전국연대) 등 한반도 대운하를 찬성하는 목소리가 지축을 흔든다.

대운하 둘러싼 토론 열기 가열

“금강 운하 ‘된다 VS 안된다’ 맞장 토론”, “대구·경북민, 한반도 대운하 찬반 팽팽”, “‘한반도 대운하’ 초기부터 논란 가열”, “…이에 따라 추진기획단은 반대 주장을 펼치는 환경단체, 교수단체들과 만나 의견을 들은 뒤 운하의 필요성 등을 설명할 계획이다. 국내외 전문가들을 초청, 대운하 학술대회와 토론회 등도 개최할 예정이다. 또 환경평가와 문화재 및 재해 등에 대한 사전평가, 사업방식 결정 등 대운하 건설을 위한 실무 작업도 진행할 계획이다”, “‘한반도 대운하 정책 토론회’ 취소”(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환경소위원회), “대운하 공개토론회 개최”, “‘한반도 대운하 건설, 수돗물은 안전한가?’ 토론회 개최”, “대운하 대토론회 4월 중 개최”, “대운하 반대 토론회”, “경제성 없고 환경재앙”, “한반도 대운하 찬반 대토론회” 등은 한반도 대운하 찬성 측 전문가와 반대 측 전문가를 초청해 TV 방송국이 개최하는 토론이나 시민단체가 주관하는 포럼형식의 토론회의 예들이다.

▲ 한반도 대운하 찬성측인 한국문화산업학회 등의 주최로 지난 1월 25일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한반도 대운하와 지역문화 발전’세미나 장면.

토론의 참 의미 되새겨야

우리 국어대사전에 의하면 토론이란 “어떤 논제를 둘러싸고 여러 사람이 각각 의견을 말하며 의논함”이라고 되어 있고, 동아 새국어사전에는 토론이란 “어떤 문제를 두고 여러 사람이 의견을 말하여 옳고 그름을 따져 논의함”이라고 정의돼 있다.
둘 이상의 개인이 모이면 사회가 되고 사회는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상호작용체제의 장소다. 사회체제는 ‘좋은’ 영향을 바탕으로 할 때만 존속하고 번영할 수 있다. 서로가 ‘나쁜’ 영향을 미치는 사회란 존재할 수 없다. 따라서 사람은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행동이 자기에게 직접 또는 간접으로 나쁜 영향이나 좋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에 대해 무관심할 수 없다.
사람이 사회를 이루려는 것은 서로에게 나쁜 영향보다는 좋은 영향을 더 많이 미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로에게 좋은 영향이 자연적으로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사회를 구성하는 개인은 다른 개인 또는 사회전체에 좋은 영향만을 미치도록 노력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사람을 포함한 모든 살아 있는 생명체는 ‘살아 있다’는 것이 기본 전제가 되고 ‘산다’는 것은 ‘생존경쟁’을 의미함으로 자기의 생존이나 나아가 더 편안한 삶을 위해 한 개인이 다른 개인이나 사회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개인이 자기의 이익만을 추구하게 되면 결국 그 사회는 무너지고 만다. 이러한 사회 붕괴를 방지하는 수단 중의 하나가 토론이다. 좋은 토론은 개인과 사회 간의 마찰(나쁜 영향)을 가능한 한 줄여 내부의 소모열을 최소화함으로써 외부 추진력(좋은 영향)을 극대화해 사회를 크게 발전시킨다.

전문지식 전제 안된 토론은 무익

토론의 목적은 여러 사람의 의견을 모아 사회전체의 이익을 극대화하는데 있다. 그러나 사회는 개인과 개인 간의 이해뿐만 아니라 집단 간, 계층 간, 지역 간의 이해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모든 주체들이 모두 만족하는 최선의 해답을 얻기란 어렵다.
오히려 집단이기주의 등으로 인해 집단간의 충돌이 발생하면 진정한 의미의 토론은 사라지고 자기 집단의 이익이나 주장의 관철을 위한 ‘논쟁’만 무성하게 된다. 논쟁은 시간적, 경제적으로 지극히 비생산적이고 감정적으로 소모적이다. 논쟁의 목적은 나의 주장이 옳든 그르든 나의 이익을 위해 상대방을 강제로 ‘설득 당하게’하고, ‘맞장’을 뜨는 데 있다.

▲ 낙동강 하류인 부산지역 환경단체들이 경부운하 건설 반대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토론은 두 가지 기본적인 전제가 만족돼야 한다. 토론은 대상이 되는 논제에 대한 전문지식을 전제로 한다. 경제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대운하의 경제성을 말할 수 없고 환경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대운하의 환경문제를 이야기할 수 없다. 대운하 설계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어떻게 배의 속도를 알 수 있겠는가.
그리고 경제학 박사나 경제학 교수가 모두 대운하 경제전문가는 아니다. 환경전문가도 자연, 수질, 대기, 폐기물 전문가 등으로 나누어지고 그들은 생태전문가, 조류 전문가, 물고기 전문가 등으로 다시 세분된다.
또한 토론은 세분된 전문가가 다 모이기만 하면 훌륭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다. 전문가는 훌륭한 요리사일 뿐, 좋은 자료가 충분하지 않으면 훌륭한 요리를 만들어 낼 수 없다. 남한강의 생태에 대한 필요하고 충분한 자료가 없는데 어떻게 생태전문가가 대운하의 생태영향을 판단할 수 있겠는가.
유감스럽게도 지금까지의 TV토론 등을 보면 이러한 두 가지 조건을 모두 갖추지 못하고 있다. 한반도 대운하 ‘찬성 3명, 반대 3명’으로 구성된 패널과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빈약하고 부정확한 자료를 기초로 한 토론회가 결국은 사회자의 마지막 독백처럼 ‘결국 양측의 입장차이만 확인’하고 끝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토론의 목적은 서로의 입장 차이를 확인하는 것이 아니고 가부간의 결론을 얻기 위한 것이라는 사전적인 용어 정의가 새삼스러워 지는 순간이다. 논쟁과 토론을 분명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

연대·연합 결성은 중단돼야

한반도 대운하 찬성 측과 반대 측은 이제 입으로 말하는 것이 부족한 지 몸까지 동원하고 있다. 차가운 한강 물에 뛰어들어 보트에 기댄 체 퍼렇게 변한 입술 사이로 ‘대운하 결사반대!’를 외치는 모습은 결코 장하게 보이지 않는다.
2천466명이나 되는 전국의 교수님들이 ‘한 마음 한 뜻’이 되어 한반도 대운하 반대 집단행동에 나섰다는 것은 여러 가지 면에서 대단한 일이라고 할 수 있고 국토해양부장관과 환경부장관을 대운하 추진 주동자로 고발한 시민단체의 행동은 지금까지 그 비슷한 것을 여러 번 본 일이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운하 반대를 위한 국민 평화행진 및 촛불집회도 종종 보아왔던 스타일의 퍼포먼스가 아닌가 생각된다.
‘친환경 물길 잇기 전국연대’,  ‘한반도대운하 추진운동본부’, ‘물길연대’ 등은 한반도대운하를 찬성하는 단체의 이름들이고 녹색연합, 환경운동연합, 대운하반대시민연합 등 한반도대운하를 반대하는 단체의 이름 끝에는 ‘연합’이라는 단어가 공통적으로 붙어 있다. 
국민소득 2만 달러, 경제 규모 세계 10위 내외로 세계적인 경제대국을 지향하고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의 이념의 시대를 거쳐 실용정부 시대에 들어선 지금 머리띠를 두르고 주먹을 흔들면서 거창한 플래카드를 들고 찬반 행진을 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여전히 짜증스러운 일이다. 이제 우리는 ‘목소리 크기로’, ‘완력으로’ 자기의 주장을 관철하려는 후진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모든 문제를 사실을 근거로,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판단해야 한다.
전국의 2천466명의 교수님들이 한반도 대운하를 반대하는 집단행동에 나설 것이 아니라 한반도 대운하를 왜 반대하는지를 증명하기 위한 자료수집에 나서는 것이 훨씬 더 교수님들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반도대운하추진운동본부’는 분명 정부기관은 아닌 것 같은데 마치 옛날의 새마을운동추진본부와 같은 뉘앙스를 풍기는 건 대운하를 반대하는 측에게는 ‘대운하를 막 밀어붙이려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음직 하다.
여기서 한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찬반 양측의 필요한 모든 분야의 전문가의 동등한 참여 하에 이루어지는 철저한 환경영향평가를 전제로 한반도 대운하의 찬반을 위해 결성된 단체들이 모두 해산하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서 앞으로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는 양측의 소모적 논쟁과 행동으로 인한 막대한 국력의 낭비를 막을 수 있다고 본다.

「대운하 환경영향평가특별법」 제정

한반도 대운하 찬성 측이나 반대측이 모두 승복할 수 있고 나아가서 모든 국민들이 이해하고 인정할 수 있는 중립적이고 객관적이며 과학적인 환경영향평가가 필요하다. 이러한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현재의 환경영향평가 시스템과는 다른 절차와 방법이 필요하다.
현재의 환경영향평가는 사업자 또는 사업자로부터 위탁받은 환경영향평가대행자가 작성한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해 협의기관(환경부, 유역환경청 또는 지방환경청 등 국가기관)의 협의를 받도록 되어 있다. 협의기관이 협의를 할 때는 환경영향평가 협의 전문기관과 환경영향평가 분야별 협의 전문가의 의견을 듣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환경영향평가 협의 전문기관은 국책연구기관이고 협의 전문가는 협의기관이 선정하기 때문에 한반도대운하와 같이 사업주체가 국가이고 그 사업에 대한 찬반양론이 첨예하게 대립될 경우 환경영향평가 협의결과의 객관성을 보장받기 어렵게 된다.
정부기관인 협의기관의 장이 ‘엄격한’ 환경영향평가 협의 절차에 따라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협의결과를 내놓기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환경영향평가 과정에 ‘주민 의견 수렴’, ‘전문가 의견 수렴’, ‘공청회’ 등의 절차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러한 절차들은 찬반 양측 모두에게 충분한 전문지식과 필요한 자료, 충분한 시간 등이 주어질 수 없을 경우 자칫 ‘소리 지르기 시합’(shouting match)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 지난해 10월 18일 오전 7시 서울 팔레스호텔에서 ‘21세기 희망환경포럼’ 회원들이 유우익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현 대통령 비서실장)를 초빙, ‘지리학적으로 본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특강을 듣고 있다.

한반도 대운하가 국책사업이긴 하지만 천성산 도롱뇽이나 사패산 터널, 동강댐, 경인운하, 시화호나 새만금 간척사업 등과 다른 점은 그 규모와 영향이 전국적이고 그 주요 대상이 물이라는 것이며 찬반 양측의 규모와 주장의 강도가 국론분열을 넘어 사회분열로까지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대립의 과정에서 소모되는 국력의 낭비는 어려운 국내 경제 사정과 국제적인 에너지위기, 지구온난화 등 우리가 집중해야 할 또 다른 분야가 필요로 하는 에너지를 빼앗아갈 수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한반도 대운하 환경영향평가를 위해서는 한시법인 가칭 「한반도 대운하 환경영향평가특별법」을 제정하는 방법을 진지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특별법은 크게 두 가지 이로운 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국민전체의 의사를 대표하는 국회가 특별법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환경영향평가의 객관성과 과학성을 확보하기 위한 환경영향평가 절차와 방법에 대해 한반도 대운하 찬반 양론을 합리적인 범위에서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단 환경영향평가의 절차와 방법에 대해 합의하면 일의 반은 성공한 것이다.
둘째, 실제 환경영향평가를 진행시키기 위해 법과 시행령 등에 환경영향평가단의 구성, 지역주민 내지는 국민 전체의 의견수렴 등  환경영향평가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세부사항을 정하는 것이다.
한반도 대운하를 둘러싼 찬반 양측의 지금과 같은 대립 양상은 우리나라의 장래를 위해 참으로 염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반도 대운하는 우리에게 경제적·환경적 영향뿐만 아니라 정치적·사회적 영향 등 다양하고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제한된 전문분야의 한 두 명의 전문가가 충분한 자료도 없이 좋고 나쁨을 판단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한반도 대운하 전체가 다 나쁘거나 다 좋다고 말할 수도 없다. 모르기는 하지만 철저한 과학적인 조사가 이뤄지고 각 분야 전문가 그룹의 의견을 종합한 전문적인 판단이 내려진다면 운하구간에 따라 ‘아주 좋음’부터 ‘아주 나쁨’까지의 다양한 스펙트럼이 나타날 것이다.
국가에너지의 불필요한 낭비를 막고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냉철한 판단을 위해서는 관련 시민운동단체들은 자진해산하고 「한반도 대운하 환경영향평가특별법」(가칭)을 만들어 말 그대로 철저한 환경영향평가가 가능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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