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용수·공업용수, 밀폐관로로 공급 시 연간 최소 물 99억㎥ 절약 가능
상류 댐·저수지서 취수해 물순환 자연성 회복 및 수자원 낭비 방지해야

▲ 김 동 욱 박사•한국물정책학회장•본지 논설위원•전 강원대 환경공학부 교수•환경부 기획관리실장·상하수도국장·수질보전국장 역임
▲ 김 동 욱 박사•한국물정책학회장•본지 논설위원•전 강원대 환경공학부 교수•환경부 기획관리실장·상하수도국장·수질보전국장 역임

수자원 낭비 연간 99억㎥

우리나라의 자연적 물순환

물순환이란 태양에너지에 의해 바다에서 증발한 수증기와 육지에서 증발산한 수증기가 응결되어 강수형태로 다시 육지와 바다로 돌아와 다시 증발 및 증발산하는 반복적인 과정을 말한다. 육지의 강수 중 증발산하고 남은 강수는 지표수와 지하수가 되어 다시 바다로 흘러들어 간다. 우리나라의 연간 수자원총량은 1천323억㎥으로, 그 중 563억㎥이 육지에서 증발산 되고, 나머지 760억㎥ 중 560억㎥는 지표수가 되어 바다로 흘러들어가고, 200억㎥는 지하로 침투하여 지하수가 되어 바다로 흘러들어간다([그림 1] 참조). 

우리나라의 물이용

우리나라의 물이용량은 연간 372억㎥로, 생활용수 76억㎥, 공업용수 23억㎥, 농업용수 152억㎥ 및 하천유지용수 121억㎥이다([표 1] 참조). 

우리나라의 계절별, 월별 물이용량은 농사철이면서 우기인 6〜9월에는 월평균 45억㎥의 물이 사용되며, 건기에는 월평균 24억㎥의 물이 사용된다. 농업용수의 대부분은 우기에 사용되며, 건기의 용수는 생활용수, 공업용수, 그리고 하천유지용수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물이용과 인공저수시설

자연적 물순환과 인간의 물이용 간에는 시간적인 불일치로 물이용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알프스의 눈이 녹은 물을 용수로 사용하는 알프스 주변 국가들은 자연적 물순환과 인간의 물이용 간에 시차가 없어 연중 균일한 양의 물을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이용가능 수자원총량은 연간 760억㎥으로, 실재 물이용량 372억㎥의 약 2배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같이 연중 고르지 못한 강수량 때문에 자연적 물순환과 인간의 물이용 간에 시간적인 불일치가 발생할 경우 인간의 물이용에 문제가 발생한다. 우리나라의 연간 강수량의 5분의 4가 우기인 6월〜9월에 집중되기 때문에 건기인 봄, 가을, 겨울철에는 용수가 부족하게 된다([그림 2] 참조). 

이와 같이, 우리나라는 수자원의 절대량은 충분하지만 계절별 강수량의 심한 변동이 수자원 이용의 자연적인 장애가 되고 있다. 이러한 건기의 용수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댐, 저수지 등 인공저수시설을 설치하여 우기에 바다로 유실되는 물을 저류하였다가 건기에 사용하는 것이다. 즉, 자연적 물순환에 약간의 수정을 가하는 것이다. 

자연적 물순환에 있어 지표수의 형태로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560억㎥ 중 488억㎥이 우기인 6〜9월의 4개월 동안 바다로 흘러들어가고, 72억㎥이 건기인 나머지 8개월 동안 바다로 흘러들어간다. 우기의 물 필요량은 180억㎥으로, 이를 충당하고도 남는 초과 강수량 308억㎥이 바다로 유실된다. 반대로, 건기의 물 필요량은 192억㎥으로, 그 기간 중 강수량은 72억㎥에 불과해 120억㎥의 추가적인 용수공급이 필요하다. 이것은 우기에 바다로 유실되는 308억㎥ 중 120억㎥의 물을 댐, 저수지 등 인공저수시설에 저류하여 건기에 공급하면 연간 용수공급의 부족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표 2] 참조). 

수자원 낭비 연간 최소 99억㎥

우리나라 4대강 유역의 상류에는 크고 작은 댐들이 건설되어 있다. 한강유역 상류의 소양댐과 충주댐, 낙동강유역 상류의 안동댐과 임하댐, 그리고 합천댐과 남강댐이 있고, 금강유역에는 대청댐과 용담댐이 있으며, 영산·섬진강유역에는 주암댐, 장흥댐 등이 대표적인 인공저수시설이다. 이러한 인공저수시설의 물은 생활용수, 공업용수, 농업용수 및 하천유지용수로 사용되며, 사용방법은 댐 등 인공저수시설에서 하천에 방류된 물을 하류에서 생활용수, 공업용수 및 농업용수로 취수하여 사용하고, 하천유지용수는 생활용수, 공업용수 및 농업용수의 일부와 그와는 별도로 추가하여 방류하는 하천유지용수로 구성된다.  

인공저수시설에서 방류된 물은 흐르는 동안 증발, 지하침투 등으로 인해 최종 사용자의 사용가능 물의 양은 인공저수시설의 당초 방류량에서 증발량, 지하침투량 등을 뺀 것이 된다. 그 비율을 50%로 할 경우 최종 수요자가 1의 물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인공저수시설에서 2의 물을 흘려주어야 한다. 증발, 지하침투 등에 의한 귀중한 수자원의 이와 같은 손실을 방지하는 방법은 인공저수시설의 물을 수요처까지 밀폐된 관로를 통해 수송할 수 있으면 가능하다. 농업용수와 하천유지용수를 제외한 생활용수와 공업용수는 밀폐관로 수송이 가능하다. [표 1]에서와 같이 우리나라 생활용수와 공업용수 사용량 99억㎥을 지금과 같이 하천에 방류하여 사용하지 않고 밀폐된 도수관로를 통해 사용할 경우 연간 최소 99억㎥의 물을 절약할 수 있다([표 3] 참조). 

자연적 물순환과 물이용의 조화

자연적 물순환이란 강수의 증발산과 지하침투 등 물순환에 영향을 주는 댐이나 저수지, 도시화 지역이나 포장도로 등 인위적인 간섭이 없는 상태에서의 물순환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154억㎥의 저수용량을 가진 댐, 저수지 등 인공저수지설과 5천200㎢의 도시화지역 등이 있어 자연적 물순환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표 4] 참조). 

자연적 물순환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인공저수시설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인공저수시설과 그 최종 유출구인 바다와의 사이에 인공저수시설의 물이 유입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인공저수시설의 물은 홍수기에 바다로 유실될 물을 저장한 것이기 때문에 평상시에 인공저수시설의 물을 하류로 흘리면 자연적 물순환 시 하류의 물 흐름과 달라지기 때문이다. 상류에 있는 댐, 저수지 등 인공저수시설에서 생활용수와 공업용수를 도수관로를 통해 하류의 수요처에 공급하면 인공저수시설 하류 수역의 물순환이 그만큼 자연적 물순환에 접근하게 된다. 

강수의 증발산과 지하침투가 거의 없는 도시화지역으로 인한 자연적 물순환의 왜곡도 가능한 한 줄이는 것이 좋다. 해안도시의 경우에는 상류의 댐, 저수지 등에서 밀폐된 도수관로를 통해 생활용수와 공업용수를 취수하여 사용한 후 정화하여 바다에 방류하면 물순환의 자연성을 상당부분 회복할 수 있다. 내륙지방의 대도시는 해안도시에 비해 자연적 물순환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상수원수를 상류의 댐, 저수지 등에서 밀폐된 도수관로를 통해 취수하면 물순환의 자연성을 그만큼 회복할 수 있다. 

상류의 댐, 저수지에서 상수원수를 취수하면 물순환이 자연성 회복 외에도 여러 가지 이점이 있다. 상류의 댐, 저수지 등은 그 상류에 특별한 수질오염원이 없어 연중 청정한 수질을 유지할 수 있다. 따라서 간단한 일반정수만으로 깨끗한 생활용수를 공급할 수 있다. 중하류의 오염된 하천수를 상수원수로 사용할 경우 고도처리 등 추가적인 에너지가 필요하고 미량유해물질 등 현재의 정수처리기술로 처리되지 않는 물질도 들어 있어 국민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상류의 댐, 저수지의 물을 밀폐 도수관로를 이용하여 하류 수요처에 공급할 경우 귀중한 수자원의 낭비를 방지할 수 있다. 상류의 상수원수를 하천과 같은 개방수로를 이용하여 하류 수요처에 공급할 경우 증발산, 지하침투 등으로 인해 막대한 수자원의 손실을 초래하게 된다.

[『워터저널』 2022년 5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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