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수를 이용한 지열냉난방시스템, 냉난방·온수공급 동시 구현
RHO제도 도입과 함께 신재생에너지 관련 정책들 적극 활용해야

전 동 수한국지하수지열협회장
전 동 수한국지하수지열협회장

“세계 각국 탄소중립 목표로 다양한 대응방안 내놓아”

기후위기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기록적인 폭우와 폭염, 해수면 상승, 빙하 유실 등에 관한 뉴스 기사가 매년 반복되고 있고, 관련 피해 규모도 계속 커지고 있다. 

얼마 전 세계기상기구(WMO)에서 발표한 ‘2021년 글로벌 기후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온실가스 농도는 작년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정책브리핑을 통해 급격한 기후변화가 사람들의 정신건강까지 위협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관리 체계 구축이 시급함을 강조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구 온난화로 대기가 따뜻해져 세균과 바이러스가 빠르게 증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기후변화로 서식지를 잃은 야생동물과 사람과의 접촉이 늘어나면서 제2의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의 확산을 예상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또한, 이상기후로 인한 가뭄은 곡물 생산량을 감소시켜 식량 위기를 일으키는 원인 중 하나로 지목 받고 있다. 

이처럼 인간의 삶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는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세계 각국은 탄소중립을 목표로 다양한 대응방안을 내놓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9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법」을 제정 공포했으며, 올해 3월 같은 법 시행령이 국무회의 의결을 거치면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법적·제도적 절차가 마련됐다.

이로써 한국은 ‘2050 탄소중립’ 비전을 법제화한 14번째 국가가 되었고,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40% 감축하고 2050년에는 탄소 순 발생량 제로의 의무를 가지게 됐다. 석탄 등의 화석연료를 대체할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와 개발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시점이다.

“지열, 탄소중립 정책 실현에 최적화된 에너지”

‘지열’은 열이 잘 전달되는 화강암 기반의 국내 지질 환경에서 활용하기에 가장 적합한 신재생에너지원 중 하나로써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 실현에 최적화 된 에너지라 할 수 있다. 특히, 지열냉난방시스템은 지하수의 연평균 온도가 약 15℃로 일정하다는 특성을 이용하여 냉난방과 온수공급을 동시에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효용성을 입증하고 있다. 또한, 지중열을 이용하는 만큼 날씨나 계절과 같은 외부환경에 영향을 크게 받지 않기 때문에 우리나라와 같이 사계절을 보유한 기후환경에 매우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지열냉난방시스템은 땅 속에 설치한 지중열교환기를 통해 열에너지를 지상으로 올려 보내고 땅 위에 설치된 히트펌프가 올라온 열에너지를 냉난방에너지로 전환하여 공급하는 방식이다. 여기서 사용되는 것이 바로 지하수다. 

여름에는 대기온도보다 시원한 지하수를 사용하고 겨울에는 반대로 대기온도보다 따뜻한 지하수를 사용하며, 다시 땅 속으로 내려간 지하수는 원래 수온을 회복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아 청정에너지로서 그 가치가 크다고 볼 수 있다.

“지열에너지 보급 위한 제도적 뒷받침 반드시 선행돼야”

이를 증명하듯 국내 지열에너지 누적 보급용량은 2008년 10만4천765kW에서 2020년 140만8천749kW로 지속 향상됐다. 이처럼 고효율과 경제성을 인정받아 공공과 민간 등지에서 꾸준히 사용되어 왔지만 향후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제도적 뒷받침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이미 전기 발전량의 일정비율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토록 하는 RPS(Renewable Portfolio Standard) 제도가 2012년에 도입되면서 태양광, 풍력 등의 신재생에너지는 정부 주도 하에 빠르게 확산되었지만, 신재생에너지로 열에너지 공급을 의무화하는 RHO(Renewable Heat Obligation) 제도는 아직 논의에만 그치고 있어 시급한 도입이 필요하다. RHO 제도의 제정은 지열 시장의 활성화를 도모하고 신재생열에너지 업계의 정책적 성장기반으로 작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9년 우리보다 앞서 RHO 제도를 도입한 독일의 경우 연면적 50㎡ 이상 건축물을 대상으로 열에너지 사용량의 일정비율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의무화했으며, 그 결과 제도 도입 이전 열에너지 공급비율이 3.4% 증가하는데 7년이 소요된 반면 제도 시행 이후에는 3년 만에 공급비율이 3.4%로 증가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밖에도, 최근 국내에서 주목받고 있는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제 등과 같은 신재생에너지 관련 제도들의 적극적인 활용도 필요하다. 제로에너지건축물이란 단열성능을 극대화해 에너지 사용량을 최소화하고, 지열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와 고효율기기로 에너지를 자체 생산하는 것으로,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에 필요한 최소 에너지자립률은 20% 이상이다. 

“친환경 에너지로서 지열 활용 가치 더욱 높아져”

지열에너지는 공공기관 신재생에너지설비 설치의무화를 통해 이미 서울시 신청사와 세종시 행복청, 한국전력공사 신사옥 등의 주요건물에서 이미 그 고성능과 효율을 입증 받은 재생에너지로서 저렴한 유지비를 통해 경제성까지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로에너지건축물 구축에 가장 적합하다 할 수 있다.

이처럼 신재생에너지와 관련된 법과 제도들에 대한 논의와 의무가 확대되면서 냉난방에너지를 동시에 구현할 수 있는 지열냉난방시스템의 수요도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국가적 과제인 탄소중립 실현에 한층 더 가까워졌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 정책과 범세계적인 탄소저감 움직임, 그리고 환경을 고려하는 ESG경영 확대 등에 따라 친환경 에너지로서 지열의 활용 가치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부디 지열에너지가 시대적 과제인 탄소중립 실현을 넘어 미래의 후손들에게 지속가능한 미래를 약속할 수 있는 열쇠(key)가 되길 기대해본다.

전북 완주군의 한 농가에서 지열냉난방시설(SCW형)을 도입해 고소득 시설원예 작물을 육성하고 있다.
전북 완주군의 한 농가에서 지열냉난방시설(SCW형)을 도입해 고소득 시설원예 작물을 육성하고 있다.

[『워터저널』 2022년 7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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