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관거 통계항목에 분류식·합류식 구분해야
꼭 필요한 통계자료 수집하여 적시에 활용할 수 있어야
 

통계는 정책수립의 근거가 되고 정책추진 결과의 평가기준이 된다. 적합하고 정확한 통계를 근거로 수립된 정책은 그 목표를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 부적합하고 부정확한 통계를 근거로 수립된 정책은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통계는 수립된 정책의 추진결과를 평가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에 부적합하고 부정확한 통계에 의한 평가는 그 결과가 실재와 반대로 나타날 수 있다. 부적합한 통계는 그 용도가 크게 줄어들고 불필요한 통계는 인적·물적자원의 낭비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사용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

“한 해에 버리는 음식물쓰레기의 가치가 16조 원”이라는 검증되지 않은 통계를 근거로 음식물쓰레기 자원화 정책이 수립되어 추진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그 정책에 대한 정확한 시말분석(Life Cycle Analysis, LCA)이 이루어진 것이 없어 그로 인한 득실이 가려지지 않고 있다.

“유엔은 우리나라를 2010년 이후 물 부족 국가로 분류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가지고 환경부가 국민을 상대로 물 절약 홍보를 하여 실재로 물 절약이 되었다면 결과적으로는 좋은 것이지만 그것이 과정을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물 절약이라는 결과 하나만을 놓고 보면 이익이지만 ‘물 부족 국갗라는 것을 근거로 국토해양부가 댐을 건설하겠다고 나서면 환경부는 늑대소년이 되고 만다.

하수도통계 목적

현재 정부가 매년 공표하고 있는 하수도통계의 내용 중에는 하수관거, 유수지 및 배수펌프장, 중계펌프장, 하수처리시설, 분뇨처리시설, 오수처리시설, 단독정화조 등 하수도의 주요 구성요소가 모두 포함되어 있다.

하수도정책의 목표는 이러한 하수도시설이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설치, 유지, 관리하는 것이다. 하수도통계의 다른 주요 구성요소에는 하수도시설의 설치, 유지, 관리의 내용과 소요비용 및 비용조달방법이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하수도의 비용 효과분석을 위한 유입수질과 방류수 수질에 대한 시험결과도 중요한 하수도통계의 한 부분이다.
 

하수관거 보급률 통계 문제점

현행 하수도통계를 보면 하수관거를 합류식과 분류식으로 구분하고 분류식을 다시 오수관거와 우수관거로 세분한다. 분류식 우수관거는 하수처리와 관계가 없으므로 ‘하수관거’라고 할 수 없고, 당연히 하수관거 보급률 산정에서 제외시켜야 한다.

그리고 하수관거 보급률은 그 연장이 아닌 인구를 기준으로 산정되어야 하기 때문에 하수도보급률과 같아질 수밖에 없다. 다만, 하수관거는 합류식과 분류식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동일한 하수관거 보급률이라도 합류식과 분류식의 구성비에 따라 하수처리 효율이 달라진다. 여기서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합류식과 분류식의 연장의 비율이 아니라 합류식과 분류식 하수관거에 연결된 인구의 비율이다.

긴 합류식 하수관거에 연결된 인구가 짧은 분류식 하수관거에 연결된 인구보다 적은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인구 5만 명 도시의 하수도 보급률이 100%이고, 합류식 하수관거에 연결된 인구가 1만 명, 나머지 인구가 분류식 하수관거에 연결되어 있는 경우와, 같은 5만 명의 인구를 가진 다른 도시의 하수도 보급률이 100%이고 합류식 하수관거에 연결된 인구가 4만 명이고 나머지 인구가 분류식 하수관거에 연결되어 있다고 가정할 경우 이 두 도시의 하수관거 보급률은 100%로 동일하지만 하수처리 효율을 크게 다르다.

하수도정책의 목표가 하수도 보급률의 제고와 함께 하수처리효율을 높이는 것이라면 현재의 하수관거 보급률 통계는 분명히 ‘부적합’한 통계라고 할 수 있다.

하수관거 보급률 통계 개선방안

하수관거 보급률 통계의 목적은 가능한 한 합류식 하수관거 대신 하수처리효율이 높은 분류식 하수관거로 대체하고 분류식 하수관거로 대체하기 어려운 경우는 합류식 하수관거에 대한 대책을 세우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현재 하수관거 보급률 통계에서 추가 또는 변경해야 할 중요한 구분은 분류식 하수관거와 합류식 하수관거, 그리고 합류식 하수관거와 분류식 하수관거에 연결된 인구다.

부실 하수관거로 인한 수질오염

우리나라 물 오염의 가장 큰 오염원은 생활하수다. 대도시 등 인구밀집지역 주변의 물은 예외 없이 생활하수로 오염되어 있다. 2006년 말 현재 전국의 하수도 보급률은 85.5%이며, 가동 중인 하수처리시설은 344개소이다. 전국 하수발생량 하루평균 1천691만9천995㎥ 중 1천516만8천474㎥을 처리하여 89.6%의 처리율을 보였다.

그러나 이러한 높은 하수처리율에도 불구하고 인구 밀집지역을 흐르는 하천의 대부분이 부실한 하수도체제에 의해 크게 오염되어 있다. 다음은 경안천 최상류 측정지점인 운학과 하류 측정지점인 경안천5의 측정치를 보여주고 있다.  
 

“하수관거는 하수도의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하수관거의 설치 및 유지·관리를 위한 정책개발을 위해서는 하수관거 기능과 역할을 가장 잘 반영할 수 있는 항목들을 개발, 하수관거 통계의 대상으로 해야”

하수관거 정비의 기본방향은 합류식 하수관거를 분류식 하수관거로 교체하는 것이지만 도시 여건에 따라 기존의 합류식 하수관거 중에는 분류식으로 교체할 수 없는 것도 있다. 그리고 하수관거는 튼튼한 시공과 함께 유지·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분류식 하수관거라도 유지·관리를 소홀히 하면 미처리 하수의 누출로 인한 주변 수역 오염의 원인이 된다. 유지·관리가 잘된 합류식 하수관거는 우천 시 월류수(Combined Sewer Overflows, CSOs)에 대한 철저한 대책만 있으면 미처리 하수의 누출을 방지할 수 있다.

그리고 분류식 하수관거와 관련해서 현재도 문제가 되는 것이 분류식 하수관거와 배수설비를 잇는 접합부의 시공이다. 접합부 시공의 부실로 미처리 하수가 우수관거 등으로 누출되어 하천을 오염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정부는 배수설비의 건물주 개인 시공보다는 정부가 지정한 전문업체에 의한 시공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접합부 시공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것은 정부와 업계가 함께 노력해야 할 부분이다.

우리나라는 2002년을 ‘하수관거 정비 원년’으로 선포하고 30조 원 이상의 재원을 투입하여 전국적인 하수관거 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는 합류식 하수관거를 분류식 하수관거로 교체하는 것과 기존의 하수관거를 정비·수리하는 것 등이 모두 포함된다.

여기서 한 가지 제안하고 싶은 것은 많은 돈을 들여 수십 년간 사용할 하수관거 정비를 하면서 음식물쓰레기 처리를 위한 ‘디스포저(disposer)’ 사용 가능성까지 고려한다면 투자의 경제성이 한 층 커질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디스포저 사용반대의 논리는 자원의 재활용, 분류식 하수관거의 관 막힘 현상 발생, 하수종말처리장의 부하 증가 등이다. 

그러나 음식물쓰레기 중 재활용가치가 큰 것은 지금과 같이 재활용하되 재활용가치가 작거나 없는 것은 디스포저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융통성 있는 정책을 고려할 만하다.

하수관거 통계 대상

하수관거는 발생된 하수를 외부에 누출시키지 않고 모두 하수처리장으로 모으는 기능을 한다. 그러한 기능에 가장 적합한 것이 분류식 하수관거다. 따라서 하수관거 통계 항목으로 분류식 하수관거와 합류식 하수관거를 구분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들 항목에 대해서는 그 연장(length)과 함께 각각의 하수관거에 연결된 인구에 대한 통계도 매우 중요하다. 연결된 인구는 곧 각각의 하수관거를 통해 수집되는 하수량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분류식 하수관거와 합류식 하수관거별로 하수처리장 유입유량과 유입수질에 대한 통계도 매우 중요하다. 그러한 측정치는 하수관거의 유지, 관리 상태를 간접적으로 말해주기 때문이다.

하수관거는 하수도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하수관거의 설치 및 유지·관리를 위한 정책개발을 위해서는 하수관거의 기능과 역할을 가장 잘 반영할 수 있는 항목들을 개발하여 하수관거 통계의 대상으로 해야 한다.

합류식 하수관거가 분류식 하수관거로 교체되고, 분류식 하수관거가 새로 설치되어 분류식 하수관거 처리인구가 증가하면 하수처리장에 영향을 미친다. 이것은 중요한 통계자료다. 꼭 필요한 통계자료를 빠짐없이 수집하여 적시에 활용할 수 있는 하수도통계의 개선과 개발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