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 존치시 하천생태계 단순화·파편화로 생물다양성 감소…
지표수자원·지하수자원 공급원으로 물부족 및 가뭄에 대비할 수 있어

▲ 김 동 욱 박사•한국물정책학회장•본지 논설위원•전 강원대 환경공학부 교수•환경부 기획관리실장·상하수도국장·수질보전국장 역임
▲ 김 동 욱 박사
•한국물정책학회장
•본지 논설위원
•전 강원대 환경공학부 교수
•환경부 기획관리실장·상하수도국장·수질보전국장 역임

보(洑)의 과학

우리나라 하천의 보 3만3천904개소

보(洑)는 하천의 수위를 높여 하천 변의 지대가 높은 경작지에 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만든 둑으로 된 수리구조물이다. 조선시대의 주된 전통적인 농업용수원은 보였으며, 1935년까지만 해도 남북한을 통틀어 9만514개소의 보가 있었고 그에 의해 관개되는 몽리면적은 전 관개면적의 약 50%인 51만2천㏊에 이르렀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 하천에 설치되어 있는 보는 3만3천904개소로 조사되었다.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재래식 보는 대부분 하천에 가로로 적당한 간격마다 말목을 박고 물이 고이는 쪽에 긴 통나무들을 가로질러 이에 기대어 돌을 놓고 그 위에 흙을 덮어 물을 흐르게 하면서 수심을 높이는 게 보통이었다. 특수한 경우에는 물고기가 자유롭게 내왕할 수 있는 어제, 뗏목이 통과할 수 있는 뗏목 길, 배가 내왕할 수 있는 배 통로를 설치하기도 하나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경우가 매우 드물었다. 

최근의 4대강 보 사업은 한강, 낙동강, 금강 및 영산강에 16개소의 대형 보를 설치하는 사업으로 2008년 12월 29일에 착공하여 2012년 4월 22일에 준공되었다. 4대강 보 설치의 목적은 수해예방, 수자원확보, 수질개선, 수변복합공간조성 및 지역발전이었다. 16개소의 4대강 보의 총 연장은 7천973m이다. 그중 길이가 가장 긴 보는 954m의 강정보이고, 길이가 가장 짧은 보는 260m의 금강보이며, 16개 보의 평균길이는 498m이다([표 1] 참조). 

보의 설치는 하천생태계에 부정적 영향

보의 설치는 하천의 자연적인 물 흐름을 바꾸기 때문에 보가 없는 자연상태의 하천생태계와 달라질 수밖에 없다. 하천에 보를 설치하면 보 상류는 보 높이만큼 수심이 깊어지고 유속이 느려지는 정수수역이 된다. 정수수역의 특징은 용존산소가 줄어들고 햇빛투과율이 떨어지며 토사나 유기물질의 침전으로 하상의 물리적 구조와 화학적 구성이 달라진다. 이러한 보 상류 정수수역의 물리화학적 특성은 하천생태계에 크고 작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다음은 보의 설치가 하천의 저서성 대형 무척추동물의 군집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한 논문의 예다([그림 1] 참조). 

“본 연구는 우리나라의 하천과 강에 설치된 댐(보)이 저서성 대형무척추동물 군집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고자 전국의 대표적인 하천과 강에 설치된 4개의 소형 보와 3개의 대형 댐을 대상으로 댐의 상류(저수역: impoundment), 하류(유수역) 및 대조지점(유수역)에서 2004〜2007년에 걸쳐 저서성 대형무척추동물의 군집을 조사하였다. 바닥물질이 단순하고 유속이 상대적으로 낮은 상류지점은 종풍부도, 개체수밀도 및 다양도지수가 상대적으로 낮았으며, 하류지점과는 큰 차이를 보였다. 수질오염이 심한 도시하천에서는 보의 상류와 하류지점 간의 군집의 차이가 거의 없었다. 대형 댐의 상류와 하류지점은 대조지점에 비해 다양도지수가 훨씬 낮았고, 우점도지수는 훨씬 높았다. <중략> 결론적으로, 하천과 강에 설치된 보와 댐은 상류지점(저수역)의 서식처를 단순화시켜 저서성 대형무척추동물 군집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규모가 큰 댐이 소형보에 비해 더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하였다”(길혜경 등, “소형 보와 대형 댐에 의해 형성된 저수역이 저서성 대형무척추동물 군집에 미치는 영향”, Korean J. Limnol. 43 (2) : 190〜198 (2010)). 

다음은 금강에 설치된 보의 생태적 영향을 조사한 논문의 한 예다. 

“본 연구에서는 금강에서 횡단구조물의 건설과 운영이 하천 서식처의 경관 특성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하기 위하여, 대청댐 하류에서 보 건설과 운영의 영향을 받지 않는 대조구간인 부용리 구간과 세종보, 공주보의 상하류 구간의 총 3개 하천구간을 선정하여 대청댐 건설 전후, 보 건설 전후, 보 개방 전후로 시기를 구분하여 항공사진을 이용해 서식처를 분류하고 경관의 공간 유형을 분석하였다. <중략> 따라서 보 건설에 따라서 개방수면이 확대되며, 서식처의 형태가 단순화되고 다양성이 감소하였다. 보 개방 후에는 보 건설 후 사라졌던 나지가 다시 나타나고, 육역 서식처와 개방 수면의 경관형태지수와 서식처 다양도지수가 증가하였다. 따라서 보 개방에 의하여 서식처의 경관 특성이 보 건설 이전으로 회복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보 개방의 효과가 보 하류에서는 보 상류보다 지연되었다. 하천에서 횡단구조물의 건설에 의하여 하천 서식처에서 경관 구조의 특성이 변화하였으나, 이들 구조물의 운영에 의하여 서식처 환경을 회복할 수 있으므로 구조물의 생태적 운영에 대한 체계적인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김다나 등, “금강에서 횡단구조물의 설치와 운영에 따른 하천 서식처의 경관 특성 변화”, Ecol. Resil. Infrastruct. 8 (1) : 64~78 (2021)).

수자원확보를 위한 보의 긍정적 기능

보는 보의 상류에 물을 저장하여 농업용수 등으로 사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치된다. 4대강 사업의 주요 목적 중에는 물 부족과 가뭄 대비를 위한 13억㎥의 신규 수자원 증대가 있다. 4대강 보에 저장된 물은 그 수질에 따라 생활용수, 공업용수, 농업용수, 위락용수 등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수자원 증대와 관련하여 보의 다른 하나의 기능은 지하수 함양 기능이다. 보의 수위가 높아지면 그 주변의 지하수위가 높아져서 그 지하수를 활용할 수 있다. 아래 기사는 보 개방으로 인한 지하수 수위 저하로 인한 피해를 환경부가 배상했다는 내용이다. 

2022년 9월 26일자 『조선일보』 사회 A12 면에 ‘문정부, 보(4대강) 개방 피해 16억 배상 숨겼다’라는 기사에 따르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이 26일 환경부 소속기관인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환경분쟁위)로부터 제출받은 ‘4대강 보 개방에 따른 환경분쟁 배상결정 현황’ 자료에 따르면, 4대강 보 개방에 따라 2019년 4월부터 2020년 6월까지 6차례에 걸쳐 217명에게 총 13억8천100여만 원의 배상을 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상 이유는 지하수 수위 저하와 오염으로 인한 가축·농작물 및 정신적 피해다. 또 국민권익위에 접수된 보 개방 피해 진정 역시 환경부가 배상금을 지급하도록 권고해 80명에게 총 2억7천300여만 원이 지급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아래 기사는 2016년 2월 21일자 『연합뉴스』 이재영 기자(jylee24@yna.co.kr)의 백제보의 물을 보령댐에 공급하기 위한 보령댐 도수수로에 관한 기사다([그림 2] 참조). 

“충남 보령댐 상류와 금강 백제보 하류를 연결해 하루 최대 11만5천㎥의 물을 백제보에서 보령댐으로 공급할 ‘보령댐 도수로’에 물이 흐르기 시작한다. 국토교통부는 황교안 국무총리와 김경환 국토부 차관, 지역주민 등 300여명이 참석하는 통수식을 22일 백제보 하류 6.7㎞ 지점에 조성된 취수장에서 개최한다고 21일 밝혔다. 보령댐 도수로는 지난해 극심한 가뭄으로 서산·보령·홍성 등 충남 서북부 지역 유일한 수원인 보령댐의 저수율이 20% 수준까지 떨어지자 작년 9월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건설이 결정됐다”고 보도했다. 

과학적인 분석에 의한 보의 해체 또는 존속의 결정

이와 같이 보는 하천생태계의 자연성 유지라는 면에서는 부정적이지만 수자원의 이용이라는 면에서는 긍정적인 점이 있다. 우리나라는 지형적으로 하천의 경사가 심하고 강우가 여름철에 집중되는 기후조건 때문에 옛날부터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하천에 많은 보를 설치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대형 댐 등 용수 공급 대체시설 건설로 인한 보의 용도 폐기, 보의 파손, 댐 건설로 인한 수몰, 수해로 인한 멸실, 기능상실 및 노화, 농지소멸 등으로 보가 더 이상 필요 없거나 사용할 수 없을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보를 제거하는 것이 좋으며, 용수 공급의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는 하천생태계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존속시키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좋다. 

전국 3만3천904개소의 보 가운데 보체가 파손된 보는 3천176개소, 보 하류 수로에 설치하는 콘크리트 구조물인 에이프런이 파손된 보가 1천156개소, 보체와 에이프런 모두가 파손된 보는 1천525개소로 파악되고 있으며, 이들의 합은 전체 보의 17.3%에 해당한다. 특히 강원도 지역은 2천762개의 보 가운데 732개의 보가 파손되어 파손율이 26.5%에 달하고, 경기도 역시 3천258개 보 가운데 705개의 보가 파손되어 21.6%의 보가 기능을 다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이 용도가 폐기되거나 파손된 보는 해체하여 하천의 본래의 흐름을 복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보의 설치 후 오랜 시간이 경과하여 하천생태계가 그 보에 잘 적응했을 경우에는 굳이 복원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 

4대강 보의 경우에도 그 단점과 장점이 극명하게 대조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단점은 하천생태계의 단순화, 파편화 등으로 하천의 생물다양성이 감소하고 여름철의 녹조현상으로 수질이 오염되는 것이다. 반면, 장점으로는 지표수자원과 지하수자원의 공급이다. 금강에 설치된 보와 같이 심한 가뭄의 경우에는 보의 물을 끌어다 각종 용수로 사용할 수 있고, 보 주변 농경지의 지하수위를 높여 농업용수로 사용할 수 있다. 

모든 일에는 동전의 양면과 같이 항상 장점과 단점이 공존한다. 다만, 장점과 단점을 특정집단이나 개인의 주장이나 감정에 의해 판단하는 것이 아닌, 과학적인 근거와 분석에 의해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워터저널』 2022년 11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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