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동 일 교수/ 강북삼성병원 산업의학과

2005년부터 노출·잠복기 환자 증가
프랑스 등 선진국 사례 통해 국제적 형평성 맞춰야
 

 


   
▲ 김 동 일 교수
석면은 천연산 광물섬유로서 단열재, 건축자재 등에 널리 사용돼 왔다. 하지만 최근 석면으로 인한 건강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한국은 1970년대 7∼8만 톤 가량의 석면에 노출돼 왔다.  특히 석면으로 인한 어떤 질병은 잠복기가 30∼40년으로 매우 긴 기간을 거쳐 발병되기도 한다.

최근 직간접 건강피해 급증  

지난 2005년부터는 발병자가 증가하기 시작했으며, 향후 2010년까지 석면에 의한 환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재보험을 적용 받는 근로자는 극소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이 제한적으로만 인정되고 있으며, 심의과정이 매우 복잡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석면에 의한 질병 발생자 또는 그와 관련되어 있는 유사한 질병자들이 민사소송을 많이 벌이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지하철 근무자 및 이용객, 재개발 지역의 간접 노출자, 석면사업장 주변 인근주민 피해자들이 소송을 제기하는 등 피해자들의 보상 요구가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일본, 프랑스, 네덜란드, 벨기에 등 몇몇 나라에서는 석면으로 인한 피해자들을 보상해주는 시스템을 이미 도입한 상태다.

석면은 불특정 다수에게 직접 및 간접피해를 줄 수 있다. 또 아주 일시적으로 노출됐어도 한 번 발생하면 사망과 직결될 수 있는 위험성도 갖고 있다. 특히 긴 잠복기로 인해 질병에 대한 책임소재를 밝히기가 어려운 것이 특징이다.

전 세계 석면 생산량은 1960년대부터 총 500만 톤 정도로 집계되고 있다. 그 중 1970년대에 생산량이 가장 많았고, 이에 따라 최근 세계 각 국에서 석면으로 인한 질병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악성중피종 보험체계 허술

한국은 2001년에 악성중피중으로 285명이 진료 받은 것으로 기록돼 있다. 그리고 2007년에는 3배 증가한 713명이 진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의료보험공단에서는 외래 1억6천만 원, 입원 11억 원으로 총 12억6천만 원을 진료비로 지급했다.
우리나라에서 악성중피종으로 인한 사망자는 총 170명이고, 현재 악성중피종을 앓고 있는 수는 152명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부에서 산재보험을 받은 사람은 지금까지 단 19명뿐이다.

   
▲ 지하철 근무자 및 이용객, 재개발 지역의 간접 노출자, 석면사업장 주변 인근주민 피해자들이 소송을 제기하는 등 피해자들의 보상 요구가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7월 15일 정오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후문에서 열린 석면피해자 「구제보상법」 제정 촉구 시위장면. [사진제공= 환경운동연합]
중피종은 한번 걸리면 대부분 사망하기 때문에 ‘악한 종양’이라 불린다. 그 이유로 병명이 악성중피종으로 불리고 있다. 양성중피종은 수술을 통해 거의 완치할 수 있다. 그러나 악성 중피종은 외과적 수술, 방사선요법, 항암제를 투여하는 화학요법, 대중요법 등을 병행하여 치료하고 나서도 예후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폐암과 마찬가지로 악성중피종도 암의 일종이다. 폐암은 기관지나 세기관지인 폐포역 산소와 탄산가스가 교환을 하는 곳에 생기는 암이다. 그리고 악성중피종은 폐의 주위를 싸고 있는 얇은 흉막이나 소장 및 대장의 주위를 싸고 있는 복막 또는 심장주위의 심막에 생기는 암이다.

현재로서는 유효한 치료법이 알려져 있지 않은 상태다. 이 병이 발병하게 되면, 처음에는 감기와 같은 증상이 나타나고 기침이나 가래가 나오게 된다. 진행되면 흉수가 고여 가슴이 아프고, 숨이 차게 된다. 하지만 중피종만의 특이한 증상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연의 공기 중에는 석면이 없다. 석면은 땅에 있는 암석이며, 공기 중에 날아다니는 이유는 암석을 가루로 제조해서 사용하기 때문이다. 석면은 건축자재로서 단열성, 내구성 등이 뛰어나 약 40∼50년 전 처음 땅에서 캐기 시작했다.

건축자재로 만들기 위해 잘게 가루를 내고 반죽해서 시멘트, 바닥재, 마찰재 등으로 쓰였다. 석면으로 인한 피해의 책임을 묻자면 그것은 석면사업자일 것이다. 석면생산업자, 수입업자, 제품업자들을 비롯한 피해자들에게 보상의 의무를 지니고 있다.

프랑스, ‘피해자보상기금’구축

프랑스는 현재 ‘석면피해자보상기금(FIVA)’이 구축돼 있다. 2002년 11월 22일 정부와 노사대표가 발의해 2003년 1월 21일 투표로 가결됐다. FIVA는 석면피해자의 완전보상을 목적으로 만들어졌으며, 국가의 공공조직으로서 57명의 운영위원이 관리하고 있다.

프랑스는 이미 1945년부터 폐섬유증 이상의 질병을 프랑스 산재기금으로부터 보상해왔다. 또한 1976년 악성중피종 종양을 직업병으로 지정했다. 1990년 프랑스에서는 석면관련질환을 사업주의 과실로 판단, “근로자가 병에 걸릴 경우 사업주는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귀책사유를 인정했다.

이후 근로자들의 보상건수가 늘어나 1999년 「사회보장법」을 기반으로 ‘퇴직석면근로자보상기금(FCAATA)’을 마련했다. 이후 근로자들 중 석면으로 제조하는 모든 사람에게 일괄적으로 급여의 65%를 보상했다.

지난해 프랑스 FIVA를 방문했을 당시 약 1만 명의 보험신청이 접수돼 있었는데, 그 중 대다수는 흉막반 등의 경미한 질병이었고, 사망에 가까운 폐암이나 악성중피종은 약 15% 정도였다. 질환자들의 노출경로는 직업성 노출이 85.7%, 환경성 노출이 6.3.%이며, 8%는 구별이 어려웠다.

보상 내용 중 금전적 손실에 포함되는 내용은 기능적인 능력 상실, 직업적 손실, 질병진료에 대한 요양급여가 필요한 경우이다. 비금전적 손실의 내용은 정신 및 신체적 손실, 즐거움의 손실, 심미적 손실에 대한 보상 등이 해당된다.

보상의 첫 번째 기준은 위와 같은 병리적 상태와 증상에 따라 구분되며, 보상의 두 번째 기준은 피해를 증명한 시점과 피해자의 연령에 따라 나뉜다. 보상은 의료평가표를 기준으로 측정되는데, 암은 최초에 능력상실도를 평가해 수술 후와 2년 후에 재평가된다.

암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는 경우에는 초기의 70%를 지급한다. 폐섬유증은 폐에 섬유성 결합 조직이 증식한 상태에 이르는 질병이다. 섬유증 중에서 늑막반은 암의 5%를 지급하며, 늑막비후는 암의 8%, 석면 침착증은 암의 10%를 지급한다.

네덜란드, 석면 사용 금지

네덜란드는 1967년 석면과 관련된 인체 손상 소송 사례가 있었다. 1976년 석면 수입량이 5만 톤에 달했고, 그 다음해에 청석면 사용 및 석면 분무가 금지됐다. 이어 1983년 석면 함유지, 펠트, 섬유의 생산과 사용을 금지했으며, 1991년 석면사용 근로자에게 라벨링을 규정했다.

이후 1993년 모든 상업적 석면 사용이 금지되었고, 1998년 사적인 석면 사용까지 모두 금지조치 됐다. 노출된 업종은 주로 △조선업 △자동차 △철도 브레이크 △석면 건축자재 △페인트 △접착제 등 소규모 공장 100여 곳이다.

네덜란드에 악성중피종 환자수가 1990년 273명, 2006년에 463명 발생했으며, 이에 따라 네덜란드는 석면피해연구소(IAV)를 건립했다. 네덜란드의 기금운영 과정은 다른 나라들과 다르다. 프랑스가 기금에서 직접 지급을 하는 형태라면, 네덜란드의 구제기금은 신청자와 지급기관의 중재역할을 통해 이뤄진다.

국내 「석면구제법」 마련 시급

우리나라에서는 서울 지하철 석면문제, 부산 제일화학 문제 등으로 앞으로 소송 건수가 증가할 것이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석면구제법」제정이 시급한 실정이다. 일본에서는 ‘석면 건강피해 구제제도’라는 별도의 제도를 만들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석면구제법」을「산업재해보상보호법」이나「환경보건법」에 넣을지 「석면피해구제법률」을 국회에서 새로 제정할지 등에 관해 많은 학자들이 연구 중에 있다.

「환경보건법」에서는 “사업활동자가 유해인자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 환경성 질환을 발생시킨 자는 그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종목이 있기 때문에 이를 「구제법」으로 적용할 수도 있다.

   
▲ 석면은 건축자재로서 단열성·내구성 등이 뛰어나 약 40∼50년 전부터 땅에서 캐어 건축자재로 만들기 위해 잘게 가루를 내고 반죽해서 시멘트, 바닥재, 마찰재 등으로 쓰였다.
이는 제19조 환경성 질환에 대한 배상책임에 해당된다. 제26조 환경보건센터의 지정·운영에는 “환경부장관은 환경유해인자로 인한 건강피해의 규명·감시·예방 및 관리를 위한 조사·연구 및 기술개발 등을 위해 국공립연구기관, 대학교, 국공립병원과 민간병원 등을 환경보건센터로 지정·운영할 수 있다”라고 명시돼 있다. 시행 일자는 2009년 3월 22일부터다. 현재로써는 이를 적절히 활용한 「석면구제법」의 마련을 기대해볼 수 있겠다.

일본은 「석면구제법」의 중간 수준, 프랑스는 고급 수준, 네덜란드는 기본형에 속한다. 네덜란드는 생존자 중 악성중피종에 대해서만 보상하고 있고, 프랑스는 간접피해자와 석면으로 인한 모든 질환에 대해 세세하게 보상하고 있다.

구제법을 제정하려면 구제대상으로 근로자, 배우자는 물론이고 간접피해자의 경우도 보상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 보상 규모는 1억 원정도, 시민위원이 운영할 것을 제안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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