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물 문제는 수량 보다 수질
생활하수 정화처리가 수질·수량문제 해결의 핵심 과제
수질문제 해결하기 위해선 기술 뒷받침과 경제성 있어야


 

▲ 김동욱 교수

지구의 수자원 총량은 13억5천만㎦이다. 그 중 바다의 염수가 13억950만㎦로 97%를 차지하고 담수가 나머지 3%인 4천50만㎦를 차지한다. 지구의 물 순환에 참여하는 담수의 양은 바다에서 증발한 연간 425천㎦와 육지에서 증발산한 7만㎦ 등 총 49만5천㎦이다. 그 중 바다 강수량이 38만5천㎦이고 육지 강수량이 나머지 11만㎦이다.

육지 강수량인  담수 11만㎦ 중 증발산량 7만㎦을 빼면 나머지 4만㎦가 하천 등에 의해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그림 1] 참조). 세계 연평균 강수량은 733mm이며 증발산량 467mm를 뺀 지표강수량은 266mm이다.


▲ 지구의 물 순환


우리나라의 물 수지

우리나라의 강수량은 연평균 1천245mm로 세계 연평균 강수량의 1.7배다. 증발산량 523mm를 뺀 지표강수량은 722mm로 세계 평균 지표강수량의 2.7배다. 이것을 수량으로 환산하면 우리나라 연간 수자원 공급 총량은 124㎦이 된다.

그 중 증발산 등에 의한 손실 51.7㎦를 뺀 지표강수량은 72.3㎦이다. 그러나 홍수 시 바다로 유실되는 양인 38.6㎦를 빼면 우리가 실재로 사용할 수 있는 담수의 양은 33.7㎦이다.

우리나라 물 수요량 추정

2020년의 국민 1인당 1일 생활용수 수요량을 302L, 공업용수 수요량을 87L로 추정하고 추정인구를 4천990만 명이라고 할 경우 연간 생활용수 수요량은 55억㎥, 공업용수 수요량은 15억8천500만㎥ 등 생활용수와 공업용수의 총 수요량은 70억8천500만㎥이 된다. 이와 같은 추정치는 물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누수나 증발과 같은 손실이 전혀 없는 경우를 가정한 것임으로 실제로는 적정수준의 손실을 보전해 주어야 한다.

수돗물의 누수율은 과거 통계를 보면 19.5%에서 12.3%로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추세를 2020년에 적용하여 누수율을 10%로 가정하면 실제로 필요한 물의 양은 생활용수 61억1천100만㎥, 공업용수 17억6천100만㎥ 등 총 78억7천200만㎥이 된다.

여기에 농업용수 수요량 155억8천300만㎥와 유지용수 수요량 83억6천800만㎥를 더하면 2020년 우리나라의 물 총수요량은 318억2천300만㎥이다. 이것은 현재 공급이 가능한 337억㎥보다 18억7천700만㎥이 작은 숫자다. 이것은 2020년 우리나라 물 수급 전망 중 공급이 수요를 약 19억㎥ 초과한다는 것을 말한다.

▲ 우리나라 물 문제는 수량문제가 아닌 수질문제로. 수량이 아무리 많더라도 수질이 나쁘면 사용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하천과 호소의 모든 물을 상수원수로 사용할 수 없는 것은 수질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사진은 왕숙천 하류 모습.

 그러나 이러한 수치적 분석에는 함정이 있다. 현재 수자원장기종합계획에서는 생활용수·공업용수·농업용수 및 유지용수 등이 독립적으로 사용되는 것으로 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용수 내, 그리고 용수 간 중복하여 사용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에 실제로 필요한 물 총수요량은 훨씬 많이 줄어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상류의 생활하수가 하수종말처리장의 처리와 자연정화 과정을 거쳐 깨끗해지면 하류 도시의 상수원수로 사용될 수 있다. 또한 생활하수 처리수가 농업용수로 사용될 수 있고, 농업용수가 유지용수로 사용될 수 있다.

유지용수의 계산

수자원장기종합계획에 의하면 2006년 유지용수 수요량을 77만3천700만㎥, 2020년의 그것을 83억6천800만㎥으로 각각 추정함으로써 유지용수로 약 6억㎥의 물이 더 필요한 것으로 산정했다.

그러나 유지용수 수요량을 추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다. 유지용수는 많을수록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필요한 최소한의 유지용수’를 산정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생태계 전반에 대한 유지용수 수요량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또한 유지용수의 양은 생활용수와 공업용수·농업용수 등 다른 용수의 양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예를 들어, 생활용수 대부분을 하천에서 취수하여 그 대부분을 하천에 방류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생활용수의 양이 곧 유지용수의 양이 된다.

이러한 계산방식은 공업용수와 농업용수에도 적용될 수 있다. 이 경우 우리나라 하천의 유지용수는 337억㎥이 된다. 다만, 각종 용수의 취수지점과 방류지점이 틀리기 때문에 수역구간에 따라 유지용수 양의 차이가 있을 수 있고, 건기와 우기간에 유지용수의 차가 있을 수 있다.

생활용수 공급문제도 수질문제

이와 같이 우리나라의 물 문제는 수량문제가 아닌 수질문제다. 수량이 아무리 많더라도 수질이 나쁘면 사용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하천과 호소의 모든 물을 상수원수로 사용할 수 없는 것은 수질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행주대교 지점을 통과하는 물의 양은 연간 약 100억㎥다. 이 물의 수질이 좋다면 김포평야의 농업용수로 사용할 수 있고, 그 수질이 더욱 좋다면 서울시를 포함한 인천시 등 주변 도시인구의 상수원수로 다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수질문제만 해결되면 우리나라 수자원의 공급량은 지역에 따라서는 거의 무한대라고 할 수 있다.

▲ 물 절약은 정수처리 비용과 하수처리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깨끗한 유지용수 양의 감소를 줄일 수 있다는 이점을 함께 가지고 있다. 생활용수가 부족한 홍도에서는 집집마다 물탱크를 설치하여 빗물이나 생활용수를 저장한 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수질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술이 뒷받침이 되어야 하고 경제성이 있어야 한다. 경제성은 상대적인 개념이다. 김포평야의 농업용수가 부족하면 행주대교 지점의 물을 적정수준까지 처리하여 사용할 수 있다.

아직까지 우리가 행주대교 지점의 물을 재활용하지 않고 있는 것은 농업용수로 사용하고 있는 물의 양이 충분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전체의 농업용수 수급전망을 보면 2006년 159억7천700만㎥에서 2020년 155억8천300만㎥으로 오히려 약 4억㎥ 정도 줄어들게 되어 있다.

생활용수 공급문제도 수량문제가 아닌 수질문제다. 예를 들어, 낙동강 하류 도시지역의 상수원수 공급량 부족은 낙동강 중류지역에 있는 대도시의 생활하수로 인해 하류의 수질이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 생활하수가 완벽하게 정화되고 하류주민들의 정서적인 문제가 해결되면 낙동강 유역의 상수원수 공급량 부족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수질문제 해결방법

수질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크게 수요관리와 공급관리의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수요관리는 각종 용도의 물 사용량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고, 공급관리는 깨끗한 물을 더 많이 공급하는 것이다.

깨끗한 물의 공급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경우 댐과 저수지 등 물 저장시설을 더 많이 건설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댐이나 저수지를 건설할 적지가 거의 없고 그 건설에 따라 발생하는, 해결이 거의 불가능한 문제들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공급관리 방법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되어 있다.

따라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물 절약이라는 수요관리와 댐 등에 의한 공급관리와 수요관리의 중간 지점에 있는 생활하수나 공장폐수 등의 정화처리로 사용할 수 있는 물의 양을 늘리는 것이다. 물 절약은 정수처리 비용과 하수처리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깨끗한 유지용수 양의 감소를 줄일 수 있다는 이점을 함께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 하천과 호소 등 공공수역 오염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생활하수의 정화처리가 수질문제, 나아가서 수량문제를 해결하는 핵심적인 과제 중 하나다. 생활하수는 하천과 호소의 주요 오염을 일으키는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BOD), 총인(T-P), 총질소(T-N) 등을 다량 포함하고 있다.

▲ 우리나라 물 문제는 수량문제가 아닌 수질문제로. 수량이 아무리 많더라도 수질이 나쁘면 사용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하천과 호소의 모든 물을 상수원수로 사용할 수 없는 것은 수질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사진은 왕숙천 하류 모습.

현재 전국의 하수처리율이 거의 90%에 가까워지고 있지만 하천과 호소의 오염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은 하수관거체제와 하수종말처리장의 방류수 수질 때문이다. 부실한 하수관거체제로 인해 오염물질이 하수종말처리장에 유입되기 전에 공공수역으로 누출되어 물을 오염시키고, 하수처리장에 유입된 생활하수 방류수의 오염물질 농도가 높아 하류의 하천과 호소를 오염시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물이 부족한 국가가 아니다. 남한 면적의 거의 100배에 달하는 미국이나 중국이 우리나라 인구의 100배에 이르지 못한 것은 상대적으로 물이 우리나라만큼 풍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대륙의 면적이 남한의 300배를 넘지만 인구가 16배에 불과한 것은 인간과 생태계가 사용할 수 있는 물의 양이 우리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21세기말에는 물이 석유보다 더 귀한 자원이 될 것이라고 말하는 학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는 물에 관한 한 축복 받은 나라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자연의 귀한 선물인 물을 아끼고 사랑해야 한다. 물을 아끼고 사랑하는 방법은 물을 절약하는 것이다. ‘낭비하면 풍부함이 없고 절약하면 부족함이 없다.’

물 절약과 함께 우리가 더럽힌 물을 깨끗하게 하여 자연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자연으로부터 깨끗한 물을 대가 없이 얻어다 쓰고 자연에게 더러운 물을 돌려준다면 아무리 인내심이 많은 자연이라도 마침내는 크게 노하여 인간에게 벌을 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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