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농산물 자급률은 1970년대 후반 80%에 육박했으나, 현재 27%에 그쳐 있다. 나머지 73%의 농산물 사용량은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따라서 다양한 외부요인으로 식량 수입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우리나라에 식량 위기가 닥쳐올 수 있어 식량 안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식량을 수입할 때 우리는 단순히 재화나 서비스만을 소비하지 않는다. 제품을 생산해 유통하고 소비하는 데 이르기까지 우리가 알지 못하는 많은 양의 물이 소비된다. 예를 들어, 소고기 생산국에서는 소고기를 생산하기 위해 대량의 관개용수를 사용해 곡물 등 사료를 생산한다. 이렇게 생산된 사료로 사육된 소가 도축, 포장, 유통, 조리되는 전 과정에서 물이 사용된다.
이처럼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제품을 제조하기 위해 투입되는 물의 총량을 ‘가상수(Virtual Water)’라고 한다. 이러한 가상수가 어떻게 사용되고 어디로 가는지를 분석한 것이 ‘물 발자국(Water Footprint)’이다.
물수지(Water Budget)는 한 국가 내에서 수자원 총량을 산출할 때 국제무역을 통해 수출입하는 가상수까지 고려해 계산한 것이다. 이 때문에 식량을 수입하는 경우, 식량을 생산하고 유통하며 소비할 때 사용되는 가상수 역시 수입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식량 생산 시 모든 요건을 고려하면 자급자족하지 않고 식량을 수입하는 경우, 수천에서 수만 배 이상의 수자원이 더 필요한 셈이다.
일본의 가상 투입수의 총 수입량은 연간 약 640억㎥로 우리나라 연간 농업용수량인 154억㎥(2018년 기준)를 상회한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점은 가상 투입수의 총 수입량 중 약 60%를 미국에서 수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중서부의 곡창지대는 대수층의 지하수를 이용해 대규모로 곡물을 생산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 지하수는 빙하기에 축적된 희석수로, 지표에서 공급된 수자원이 아니며, 244억㎥ 중 농업용수로 연간 154억㎥가 사용되고 73%의 농수산물이 미국에서 수입돼 식량을 대체하고 있다.
기후변화 시대에 수자원에 대해 세계적인 관점으로, 과학적인 물관리 기술이 필요한 때다.
[『워터저널』 2023년 12월호에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