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간 이해 대립으로 물관리 체계 개편 지연

스페셜 리포트  새는 4조원, 물 관리 이대로 좋은가?

Part 02  물 관리 정책 전환해야 할 시기

 

부처간 이해 대립으로 물관리 체계 개편 지연

중앙부처 집중된 관리로 지역간 불균형 심화…서비스질도 저하
국제적인 물정책·산업발전 대처할 수 있는 행정체제 마련 시급

 

   
▲ 제종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 열린우리당 의원)
지구상에 생존하는 생물 몸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화합물도 물이므로 주기적으로 물을 공급받아야만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인류도 물이 없었다면 발전과 번영을 거듭하지 못했을 것이다. 강을 중심으로 문명이 발생하고, 문화를 꽃피운 것도 물이 가까이 있어 가능하였던 것이다.

물이 지구 표면의 71%를 덮고 있다. 이 물의 양은 자그마치 약 1조4천억 톤이나 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 물의 극히 일부만 이용할 수 있을 뿐이다. 지구표면 물의 대부분은 바닷물(鹽水)이기 때문이다. 

 물은 생명이다

우리가 생활하는데 직접 이용할 수 있는 민물(淡水)은 전체 지구상의 물의 1%도 채 되지 않는다. 실제로는 이보다 많은 약 2.5%의 민물을 가지고 있지만 이 중 약 69%는 극지방의 빙하 또는 고산지대의 만년설 형태이고, 약 30%는 지하수로, 0.9%는 토양 및 대기 중에 존재하고 단지 담수자원의 0.3% 만이 하천이나 호소에 존재한다.
결국 우리가 쓸 수 있는 하천이나 호소에 있는 물은 지구에 있는 총 물량의 오직 0.0075% 뿐이다. 지구촌의 60억 인구가 지구 전체 물의 0.0075%만 존재하는 희소한 민물을 먹고 쓰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인구와 산업 활동이 늘어나면서 물이 오염되어 사용할 수 있는 물은 점점 줄어들고 있어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민물의 사용량은 지난 30년 사이에 세 배 이상 증가하였다고 한다. 민물의 사용처가 다양하고 개인당 소비도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인구의 증가도 크게 한몫 한다. 1950년에 25억 명이던 인구가 불과 40년이 지난 1990년에는 두 배가 넘는 53억 명이 되었고, 2050년에는 100억 명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물의 소비 추세와 인구 증가 추세에 따르면 물의 소요량은 급격히 증가할 것이 틀림없지만 이용할 수 있는 물은 지나친 이용에 따른 고갈과 잘못된 관리에 의한 오염으로 수자원이 감소하고 있어 이를 극복하는 것이 당면한 문제이다. 또한 세계 50개국을 대상으로 한 1인당 민물 이용 가능량의 추이도 1950년에 5만68㎥, 1990년에 2만8천662㎥, 2025년에 2만4천795㎥으로 각국의 민물 이용 가능량이 감소하고 있다.

특히 마실 물이 가장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안전한 물의 공급은 인류의 미래가 담겨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상수원의 수량은 줄고 수질은 악화되며 사용량은 증가하는 문제뿐만 아니라 물의 이용 권리와 관리에 따른 다양한 제한 때문에 많은 갈등이 유발되기도 한다. 21세기에 국가 간 분쟁도 수자원 확보로 인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도 마실 물의 확보가 국가 유지에 필수적인 과제임을 확인하게 한다. 마실 물의 안정적인 공급과 안정성을 확보하고 해결하는데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들므로 관리 체제의 효율성으로 개선하는 노력은 어느 국가나 최우선적으로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국제적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깊은 인식을 하고 있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1992년에 개최된 물과 환경에 관한 세계회의에서는 “담수는 생명유지, 개발, 환경에 필수적이며, 그 양이 유한하고 오염에 취약한 자원이다.”라고 하였다. 같은 해에 브라질의 리오데자네이루에서 개최된 UN 환경개발회의에서는 “담수자원은 지구 수권의 기본 성분이며, 모든 지구 생태계의 필수적인 요소”라고 하였다. 또한 UN은 밀레니엄 선언을 통해 “2015년까지 안전한 물을 마실 수 없는 사람의 비율을 절반으로 줄이고 수자원을 고갈시키는 개발을 멈추자.”고 천명한 바 있다. 2002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세계 정상회의(World Summit on Sustainable Development)에서는 빈곤 타파, 농업, 에너지, 건강, 생물다양성과 생태계 보전에 물의 역할이 중요함을 강조하였다. UN은 위기에 처한 수자원을 보호하고 관리하기 위한 경각심을 기르고 실천을 장려하기 위하여 2003년을 ‘세계 물의 해(International Year of Freshwater)’로 선언하였다. 국내에서도 같은 시기에 주제발표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다양한 노력들을 하였다.

상·하류간 물 분쟁 심화

오늘의 주제가 비록 상수도에 관한 것이라 하여도 통합관리라는 주제어가 함께 있는 한 담수자원의 관리, 즉 우리나라의 전체 수자원에 관한 토론으로 봐야 한다. 왜냐하면 상수도는 마실 물을 의미하고, 마실 물의 관리는 궁극적으로 담수자원 수량과 수질의 관리이기 때문이다.

현행 상수도 사업의 문제점은 △물 관리 기능의 분실에 의한 정책조정 기능의 취약 △행정구역 단위의 관리로 수계 내 유역차원의 통합관리 곤란 △수도업무의 이원화로 용수공급 체계의 혼선 △업무 중복에 따른 행정 낭비 및 서비스 질 저하 △중앙부처에 집중된 관리와 지역 간의 불균형 심화 △상·하류 간, 물기관 간 분쟁의 심화 △부처 간 이해대립으로 물 관리체계 개편 지연 △광역 상수도 수수로 인한 상수원보호구역 해제 문제 △국제적인 물 정책, 산업발전에 대처할 수 있는 행정체제 마련 시급 등으로, 근본원인은 모든 수자원 관리가 이원화되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통합관리가 전혀 되지 않고 있어 예산과 노력의 낭비가 이루어진다는 것인데 위의 지적이 모두 사실이라면 발표자가 분석한대로 기구의 이원화 해결이 상수도뿐 아니라 수자원 전체 문제를 개선하는 방안이라는 점에는 동의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토론 과정에서 충분히 들어 나지 않은 두 가지 의문에 직면하게 된다. 하나는 “예산낭비는 왜 일어나는가?” 그리고 “우리나라는 정말로 물 부족 국가인가?” 이다.

얼핏보면 이 두 의문이 위의 문제점과 서로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예산 낭비는 문제 해결을 위한 당위성을 제공해 주기 때문이고, 이원화의 근본은 해당 기관이 물 정책을 주도하려는 명분을 어디서 찾고 있는가 하는 궁금증에 해답을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일단 주제 발표자는 수자원의 장래 수요 예측을 과다하게 하였다는 것인데 이로 인한 중복 투자가 심각하여 상수도의 평균 가동율은 광역상수도인 경우 48.4%이고, 지방상수도는 54.8%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시간당 최대 물 사용량을 감안한 적정 가동율을 80∼85%로 보더라도 25∼30%는 과잉투자 했다는 결론이 나온다는 것이다.

이는 광역상수도에서 1조5천억 원, 지방상수도에서 2조5천억 원으로 총 4조 원 정도의 예산이 과잉 투자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환경부 전체 1년 예산이 약 3조 원(2006년도 예산 기준)임을 감안하면 관리체계를 구조적으로 개선해야 할 당위성으로 충분하고도 남는 것이다.

또한 물 부족 국가라고 하면서 국민들에게 수자원의 확보에 적극적인 예산 투자의 필요성을 내세우고 있으나 이것이 사실이 아니라면 구조의 이원화 유지를 위한 전략적인 왜곡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발표자가 언급한 민물 수요관리정책으로 인한 물 사용량의 감소 추세(1997년 409L→ 2003년 359L)의 미반영은 추세를 감안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하지 않은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게 한다. 그래야만 물 부족 국가의 위치가 유지될 것이기 때문인데 그렇다면 우리나라가 정말 물 부족 국가인지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 문제를 정확히 따져 봐야하는 이유는 물 부족 국가라는 인식과 그 자료가 중앙 및 지방정부 상수도 및 수자원 확보 시설에 과잉 투자를 유도하였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물 부족 국가

‘대한민국은 UN이 정한 물 부족 국갗라는 것은 우리 국민이라면 다 아는 물 부족 캠페인의 선전문구가 되었다. 그리고 한국수자원공사의 댐 건설 논지가 되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물 부족 국가로의 분류는 강우량과 국토의 면적 그리고 인구수로만 계산한 산술적인 수치에 근거한다는 것인데, 물 가용량을 인구수로 나눈 것이므로 우리나라나 영국, 벨기에 등 국토 면적에 비해 인구가 많은 나라는 물 부족 국가가 되고, 아프리카의 사막국가들은 인구가 적어 물 풍족 국가로 분류된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는 1인당 물 사용량이 384톤에 불과한 물 기근 국가인 이스라엘이 농산물을 수출하는 농업국가이고, 물 풍족 국가인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에서는 물이 없어 생명을 잃기도 한다. 

물 부족 국가라는 말의 어원은 다음의 두 가지에서 기인한다. 첫 번째가 UN에서 지정한 물 부족 국가, 두 번째가 수자원 장기 종합계획 보고서에 의한 물 부족 국가이다. UN에서 지정한 물 부족 국가라는 개념은 국가별로 1인당 이용 가능량을 일정한 기준치로 water scarcity, water stress 등으로 분류하였다. 이 기준에 의하면 한국은 water stress에 해당하는데 water stress를 ‘물 부족국갗의 의미로 해석하여 사용하는 것이다.

한국은 지난 1998년 이후 국민 1인당 물 사용량이 매년 감소하고 있으며, 중수도 및 절수기의 설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즉, 수자원 인프라와 사회안정망 확충으로 물 쇼크에 대한 대응력이 큰 한국이 water stress로 분류된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 이것도 유엔이 한국을 물 부족 국가로 정한 사실에 의한 것이 아니며, 국제인구행동연구소(PAI: Population Action International)라는 곳에서 정한 분류체계를 인용한 것이고, 그 내용도 이해 정도에 따라 앞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달리 해석될 수 있다.

두 번째로 수자원 관련 최상위 계획인 수자원 장기 종합계획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이 2006년부터 물 부족을 겪는다고 밝히고 있다. 이 보고서의 용수부족 전망은 과다 수요예측으로 여러 논란을 일으키고 있으며, 30년 중에 최악의 가뭄이 발생할 때를 가정하여 판단한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물 부족 국가가 아니며, 2006년에도 30년만의 최악의 가뭄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역시 물 부족 국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국제기구 또는 연구소에 제공하는 자료나 국내에서 사용하는 자료의 정확도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새감 깨닫게 하는 대목이다.

자세히 검토한 결과에 따르면 문제되는 자료가 많으나 문제제기 수준에서 이 정도에서 그치기로 하자. 그러나 상수도원의 통합관리의 최대의 걸림돌인 이원화의 문제도 근본적으로 정확한 자료 부족과 국제적인 패러다임 변화에 대한 이해 부족 그리고 이에 따른 정확한 정책 대안 제시 능력 부족으로 기인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수자원 관리의 한 이정표가 되었던 국제인구행동연구소에서 제시한 분류 기준인 ‘water stress’가 물 관리체계의 비효율성에 기인한 것은 아닌지 곰곰이 따져봐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한다.

수자원 관리, 다시 생각하자

마실 물의 확보와 공급에 대한 통합관리는 전 국민이 이해당사자가 되는 사안이므로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 그리고 통합관리를 하는 한 모든 이해당사자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 내의 정책의 마련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정확한 자료가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더 나아가 급변하는 환경변화와 민물 사용의 다변화는 이 문제를 더 복잡하게 한다.

   
▲ 마실 물은 국민의 보건과 직결되고 관리에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만큼 현 수자원 관리체계에 대한 재검토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실 물은 국민의 보건과 직결되고 관리에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만큼 현 수자원 관리체계에 대한 재검토는 반드시 필요하다. 여러 전문가들이 언급하는 바와 같이 수자원 관리의 이원화가 지역간, 부처간의 다양한 갈등도 양산하고 있고, 예산의 낭비도 천문학적인 만큼 그 검토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수자원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전반적인 방안 마련은 △지금까지 이용된 수자원 관련 자료들의 정확성에 대한 검토 △이원화에 따른 전체 재정적인 문제 파악 △수자원 장기 종합계획 검토 및 재수립 △정부 부서의 조직 일원화 검토와 단계적 구조 조정 △한국수자원공사 위상 검토 △현실적으로 가능한 부분부터 법·제도 검토 등과 같은 주제에 대해서 검토하고 진행할 것을 제안한다.

수자원에 관한 한 최상위 계획인 수자원 장기 종합계획의 재수립을 2006년 말까지로 하고,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자료와 이원화 문제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자료의 검토와 재정적인 효과를 파악하고, 부서의 일원화 방안 또는 이원화 극복 방안이 제안되어야 한다. 우선 국회에서는 수량, 수질, 수자원 관리에 대한 정부 부서의 일원화에 대한 장단점과 법안 재개정에 대한 토론을 주제하고 진행할 것을 제안한다.

전체적인 방안을 검토할 때에는 물 관리에 대한 패러다임의 변화-수자원과 관련한 생태계의 보전과 마시는 물의 안전성 및 안정성 확보와 전 국민에게 균형적인 혜택 등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 즉, 수량의 확보보다는 생태계 보호를 통한 수질의 보전과 마시는 물의 안전성에 집중해야 하며, 이에 정책 전환이 필요한 시기라고 하겠다.

전체 기구나 부서에 대해서도 검토가 되겠지만 현시점에서는 수질과 수자원 관리에 관련된 분야가 우선 일원화가 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 일차적인 단계로 실질적인 수자원관리 임무를 가지고 있는 건설교통부 산하의 한국수자원공사의 임무를 재검토하고, 환경부의 지휘와 감독을 받을 수 있는 체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향후 기후 예측에 대해서는 우리나라가 위치한 북반구의 동북아시아 지역은 기온 상승과 함께 강수량이 증가할 것이라는 것이 기상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우리나라가 가물 가능성은 낮다고 할 수 있다.

현재의 강우가 효과적으로 관리되도록 내륙습지 확보와 복원과 삼림 보전 그리고 우수를 보관하는 장치 건설 등으로 정책을 세워 나아가면 물부족국가에 대한 지나친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그렇지만 홍수와 해일 그리고 태풍에 의한 물난리에 대비가 시급하다.

결국 상수도 통합관리 등과 함께 우리나라 전체 물 관리에 있어서 오랜 국가의 의무이자 정치의 요체라고 할 수 있는 치산치수(治山治水)의 의미를 되새겨 보아야 할 시점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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