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미국·일본의 노후 상하수도시설 관리 및 방재 사례


“‘토털 워터 솔루션’ 토대로 통합 물관리 실현”

(Total Water Solution)                                                 

폐수·빗물 등 수자원, 식수로 재이용 통해 지역경제·환경 효율 향상 가능
물 인프라 재정비 앞서 교체 비용 지불 주체·방법 등 책임소재 규명이 우선


미국수도협회(AWWA) 사무총장
 Part 01. AWWA의 통합 물관리 방안

2017년 미국 물 인프라 평가결과 ‘D+’

전 세계적으로 깨끗하고 안전한 식수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물 관련 인프라의 통합관리 방안이 강조되는 가운데, ‘토털 워터 솔루션(Total Water Solution)’이 새로운 물관리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본격적인 토털 워터 솔루션에 대한 설명에 앞서 미국의 전반적인 물관리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미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학회인 ‘미국토목학회(ASCE)’는 4년에 한 번씩 ‘인프라 평가 보고서(Infrastructure Report Card)’를 통해 자국 내 각종 인프라의 관리 실태를 점검하고 이에 대한 점수를 매겨 발표해 오고 있다. 올해 ASCE가 발표한 미국의 인프라 관리 종합 점수는 ‘D+’로 저조한 점수를 기록했다.

종합 점수는 말 그대로 각 세부 분야의 점수를 합산하여 산출한 결과로, 세부 분야에 대한 평가는 △철도(B) △항구(C+) △다리(C+) △고형폐기물(C+) △에너지(D+) △독성폐기물(D+) △하수(D+) △식수(D) △댐(D) △제방(D) △국립공원(D+) △학교(D+) △내륙수로(D) △항공(D) △교통(D-) 등으로 나타났다.

노후 수도 인프라 교체 자금 마련 시급

특히 식수 분야는 평가 결과에서 미국 환경청(EPA)이 명시한 수질기준에 부합하는 높은 수준의 식수 수질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매년 국민들의 연간 물 사용량이 줄어들고 있어 국가 전체의 물 수요가 하락 추세에 있으며, 연평균 약 24만 건의 수도관 누수가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노후 인프라의 재정비가 식수 인프라 분야의 핵심 과제로 선정됐으며, 이를 위한 재원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반면, 하수 분야의 경우 인프라 평가 점수가 지난해 D에서 D+로 한 단계 올랐으나, 여전히 하위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다. 또 EPA 하수 수질기준을 충족하고는 있으나, 매년 약 2만3천∼7만5천 건의 하수 범람이 발생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

마침 오는 2032년까지 약 5천600만 개의 새로운 하수관(연결관)이 추가로 설치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관련 분야의 성장이 기대되며, 관심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가 장려되고 있다. 식수 분야와 마찬가지로 재원 마련 방안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물 공급자 많지만 서비스는 한정적

미국은 현재 5만3천여 곳의 지역사회에서 자체적 ‘워터 시스템(Water system)’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에게 식수를 공급하는 물산업 유틸리티(utility) 기업은 그 성격에 따라 민간 유틸리티 기업과 정부 산하로 운영되는 공공 유틸리티 기업으로 나뉜다.

흔히 전기·수도·가스 등 대규모 유틸리티(공익사업)의 경우, 소규모 유틸리티에 비해 다양하고 복잡한 유지·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상당수의 인력이 필요하다. 반면 소규모 유틸리티는 매우 영세한 규모의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곳이 많으며, 고객 한 명당 소유하게 되는 인프라가 더 많으므로 시스템의 복잡성이 동반된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현재 8%의 공공 유틸리티 기업이 전체 중 82%에 달하는 인구에 식수를 제공하고, 나머지 82%의 민간 유틸리티 기업이 나머지 8% 인구에 식수를 제공하는, 매우 극단적이면서도 기형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즉 미국에는 다수의 유틸리티 기업이 존재하고는 있으나 국민에게 제공되는 식수 서비스는 매우 한정된 범위임을 알 수 있다.

 
물 인프라 교체에 25년간 1조원 소요

한편, 미국수도협회(AWWA)에서는 매년 ‘물산업 관련 보고서’를 발행하고 있다. 지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3년간 물관리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은 5가지 사항으로 △노후 수자원 및 하·폐수 인프라의 교체·재정비 △자본 투자 유도를 위한 금융 조달(수도요금) △물공급의 장기적 가용성 △물관리 시스템 및 수자원 서비스에 대한 공공의 이해 △수자원의 가치에 대한 대중의 인식 등이 꼽혔다.

이 가운데서도 특히 ‘노후 수자원 인프라 교체’에 대한 문제가 매년 1순위 사항으로 지목되고 있어 국가적 차원의 프로젝트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그러나 수자원 인프라에 대한 투자는 비단 오늘날의 일만은 아니다. 대표적 수자원 인프라인 급수 본관(Water mains)의 경우, 1870년대부터 인프라 프로젝트가 시작되어 1940년대에 들어서는 투자 규모가 2∼3배 급증해 현재까지 약 77년간 비슷한 투자 수준을 보이고 있다.

최근 AWWA는 향후 노후 수자원 인프라의 복구·복원 작업에 필요한 소요 시간 및 비용을 계산한 결과, 약 25년 간 총 1조 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기존 인프라에 대한 재정비를 비롯하여 새로운 설비·기술을 도입하는 데 요구되는 비용이 총 1조 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각종 파이프나 식수관 등 상수 분야에만 해당할 뿐 하·폐수 부문은 제외된 결과이다. 하·폐수 분야 역시 상수 분야와 비슷한 규모의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플린트시, 수도관 부식…식수서 납 검출

한때 미시간주 플린트(Flint) 지역에서는 식수에서 납(Pb) 성분이 검출되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원래 플린트시는 인근 대도시인 디트로이트(Detroit) 수도국을 통해 휴론(Huron) 호수로부터 식수를 공급받던 도시였다. 그러나 디트로이트 수도국이 수도요금을 지속적으로 올리자, 플린트시는 재정 압박에 상수도 공급원을 도시 내 플린트강으로 바꿨다.

그러나 상수원이 바뀐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수돗물에서 냄새가 나고 색깔과 맛이 변했다는 등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에 당국이 조사한 결과, 수돗물에서 납 성분이 검출된 것이 확인됐으며, 상수도관이 노후화되면서 생겨난 부식이 주원인으로 밝혀졌다.

▲ 최근 미시간주 플린트(Flint) 지역에서는 수돗물에서 납(Pb) 성분이 검출되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바 있는데 당국이 조사한 결과, 상수도관이 노후화되면서 생겨난 부식이 주원인으로 밝혀졌다.

▲ 플린트시 수돗물에서 납이 검출됨에 따라 시민들이 수돗물 사용을 기피, 마트에서 생수를 구입하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

이 사건은 사후 복원 과정에서도 큰 어려움을 겪었다. 납 성분이 검출됐다는 것보다 부식이 상당 수준까지 진행된 수도관을 통해 가정으로 식수가 공급되었다는 사실이 사람들에게 더 큰 충격을 주었기 때문이다.

플린트시의 식수오염 사태는 인프라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 사건이었다. 현재 플린트시의 수도시설은 상당 부분 개선됐으나 인프라 관리는 곧 지역사회의 위생·환경 수준 및 주민의 건강과 직결되는 중요 요소로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감시체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후 유틸리티 자본투자 프로젝트가 주목받는 계기가 됐다.

수도관 소유·교체 책임 소재 규명 필요

그러나 프로젝트 착수에 앞서 수자원을 모든 사람들에게 안전하고 공평하게 공급하기 위해서는 수도관의 책임 소재를 규명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수도관은 일반적으로 중앙 도시부터 각각의 가정으로 제공된다. 이에 가정에서 사용하는 수도관은 가구주 소유이며, 교체에 대한 책임 역시 각 가정에 있다.

그러나 문제는 중앙 수도서비스의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수도관에서 납이 발견되는 심각한 사태에도 불구하고, 플린트시 수도공사가 지역 내 설치된 수도관의 개수와 사용 양상에 대한 분명한 통계 하나 내놓지 못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 전역에서 납이 검출된 수도관의 개수를 대략적으로 추산한 결과 총 610만여 개로 집계됐으며, 이로 인해 약 1천500만∼2천200만 명의 사람들이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인구 중 약 7%에 달하는 수치이다. 미국 수자원 당국은 특히 미시간주에서 약 338만 개로 납 수도관이 가장 많이 발견됐으며, 그 중에서도 플린트시가 가장 피해가 심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미국인들의 수도관에 대한 신뢰도는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워터 시스템에 적용되는 공학 못지 않게 공공의 이해와 신뢰 또한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향후 수도관 교체 비용의 지불주체, 지불방법 등이 사태 해결의 관건일 것으로 판단된다.

일반 대중에 물관리 중요성 교육·홍보

미국 수자원 당국은 지역사회가 납 수도관 교체사업의 모든 비용을 100% 부담하고, 가구·수도공사 등 다양한 금융 메커니즘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AWWA에서는 납 수도관 교체의 국내외 성공사례를 홍보하고 지역 내 수도관 현황, 납의 위험성 등 다양한 교육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같은 활발한 교육·홍보활동 덕분에 현재는 물관리 시스템에 대해 이해하고 보다 개선된 시스템의 필요성에 대해 인식하는 일반 대중들이 많이 늘었다. 수도관 부식이 지닌 문제와 심각성을 인식하고 교체 필요성을 느끼면서 돕겠다는 의식이 생긴 것이다. 이것이 바로 AWWA가 강조하고 싶은 ‘통합 물관리’ 방안이다.

통합 물관리 방안은 식수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수자원 전반과 연계될 수 있으며, 전체적인 맥락에서 수자원에 대한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는 개념이다. 따라서 이는 강이나 개울, 저수지 등과 같은 원수(原水) 지역에서부터 해당되며, 지역의 경제·안전성·환경 등 여러 사회요소와도 연결된다.

원수 지역만 고려하는 것은 과거의 전통 물관리 방식이며, 통합 물관리가 강조되는 오늘날에는 모든 수자원이 원수가 될 수 있다. 하·폐수는 물론 빗물 등도 집수(集水)하여 특정 공정을 거쳐 식수로 충분히 활용 가능하다. 이처럼 재이용된 물은 지역사회의 경제·보건·안전·환경 전반의 질을 향상시킨다.

 
안전·청정한 수자원 파트너십 진행

현재 AWWA에서는 통합 물관리 방안을 실현하기 위한 ‘토탈 워터 솔루션’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연관 프로그램 중 하나로 ‘안전하고 청정한 물에 대한 파트너십’은 식수처리 시스템을 최적화하여 수요자에게 제공되는 식수의 수질을 향상시키고 유틸리티 기업이 수질을 보존하고 공중 보건을 보호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에서 ‘최적화’는 수자원 유통 시스템의 최적화를 의미한다.

이를 위해 유관기관 간 다양한 파트너십이 요구되는데, 대표적 구성원으로 공공·민간 유틸리티 기업, 언론, 연구원, 설문조사 기관 등이 있다. 현재 파트너십에 참여하고 있는 60%가량의 구성원이 식수·하수관리를 담당하는 수자원공사로, 파트너십을 통해 공공과 민간 유틸리티 기업 간 파트너십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한편, AWWA의 경우 하수·물재이용·빗물 관련 표준 등 물과 관련된 표준과 동시에 지역사회의 인프라 재투자 프로젝트에 대한 타당성 검사를 위한 툴(Tool)을 제공하고 있으며, 벤치마킹에 대한 도움도 주고 있다. 그러나 보다 지속 가능한 인프라를 구축해 나가기 위해서는 기후변화, 자금조달, 플랜트 건설 등 다각적인 요소를 고려한 ‘통합 물관리 방안’의 설계가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

[『워터저널』 2017년 6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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