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물관리일원화 위한 상수도 선진화 방안
 

“물관리일원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수량·수질 관리업무 이원화로 유역별 최적의 물공급체계 구축 어려워
상수도 선진화는 기술적인 선진화 못지 않게 네트워크 선진화도 중요
물관리 일원화에 대한 국민 관심 적어…일원화 시 이득 등 홍보 필요


 Part 05. [전문가 토론] 합리적 물관리일원화 위한 상수도 정책방향

대한상하수도학회(회장 오현제)·한국물환경학회(회장 염익태)·한국지하수토양환경학회(회장 박재우)는 지난 8월 11일 오후 1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실에서 ‘합리적 물관리 일원화를 위한 상수도 선진화 방안’ 특별 공동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현인환 단국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전문가 토론에서는 △조희송 환경부 수도정책과장 △최영준 서울시 서울물연구원 부장 △백선재 한국환경공단 상수도처장 △김성한 K-water 융합연구원장 △이강근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최지용 서울대 그린바이오과학기술원 교수 등 상하수도·물환경·지하수 분야 전문가 6명이 패널로 참여하여 ‘합리적 물관리 일원화를 위한 상수도 정책방향’을 주제로 통합 물관리를 통한 물이용의 효율화 방안, 기후변화에 따른 실질적 취수원 다변화와 안정적인 수도 공급대책 등을 논의했다. 이날 토론 내용을 요약했다.

▲ 지난 8월 1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대한상하수도학회·한국물환경학회·한국지하수토양환경학회 공동 주최로 열린 ‘합리적 물관리 일원화를 위한 상수도 선진화 방안’ 특별 공동 심포지엄의 전문가 토론회 모습.

▲ 현인환
단국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좌장)
“물관리일원화 논의, 9월말까지 지연”

■ 현인환 교수(좌장)  오늘의 심포지엄은 기획 당시 환경부로 물관리 일원화가 이뤄졌을 것이라는 가정 하에 상수도·지하수·하천환경의 관리 방향을 설정하고 구체적인 관리방안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그러나 행사 준비 도중에 물관리 일원화에 대한 논의가 9월 말까지 지연됐다.

현재 우리나라의 물관리 체계는 수량은 국토부, 수질은 환경부가 관리하는 형태로 분리되어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이원화 체계는 부처 간 업무 중복으로 인한 비효율성, 과잉 투자로 인한 재원 낭비 등 다양한 문제점을 유발한다. 정부가 이와 같은 비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해 물관리 일원화 추진을 서두르고 있지만 현재 야당의 반대에 부딪혀 난항을 겪고 있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현대에는 풍부한 물보다 깨끗한 물에 대한 국민들의 수요가 압도적으로 높다. 또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과 홍수 등 재해의 빈도도 잦아지고 있어, 수량과 수질, 재해예방 등 다양한 물이용 측면을 고려한 통합관리가 절실하다.

이에 물관리 일원화는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되는 국가적 과제이다. 하루빨리 한 부처에서 수량·수질의 통합관리를 담당토록 함으로써 효율적인 물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국민에게 양질의 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 조희송
환경부 수도정책과장
“보령댐 공급 부하…일차적 지자체 책임”

■ 조희송 과장  해마다 심화되는 가뭄으로 보령댐의 저수율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2014년 연평균 저수율이 33%를 기록한 이래 2015년 32%, 2016년 31%, 올해 가뭄 기간에는 8%까지 떨어졌다.

여름에 장맛비가 적지 않게 내렸는데도 현재 보령댐 저수율은 예년 대비 40%도 안 되는 실정이다. 게다가 올해 보령댐은 백제보 하류의 도수로를 통해 하루 10만㎥씩 금강 물을 공급받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물부족 사태가 발생했다.

보령댐의 물공급에 부하가 걸린 것이라고 판단된다. 1998년 가동 당시 충남도 8개 시·군 지자체의 지방상수도 정수장은 총 27개였으나, 현재는 6개밖에 남아 있지 않다. 보령댐이 설치된 이후 각 지자체가 지방상수도 정수장을 폐쇄한 것이다. 따라서 보령댐 물공급 부하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은 이들 지자체에 있다.

지자체는 관할구역에 내리는 빗물을 잘 활용하여 생활용수를 주민들에게 공급할 책임이 있다. 사용 가능한 소규모 취수원을 최대한 확보하고 광역상수도를 충분히 비축하여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한데, 관리가 어렵다는 이유로 소규모 취수원을 폐쇄하고 새로운 취수원을 개발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2차적인 책임은 환경부에 있다. 지자체가 지방상수도 정수장을 폐쇄하고 상수원보호구역을 해지하려면 지자체가 수도정비기본계획에 반영을 해서 환경부 승인을 받아야 하므로, 이는 사실상 환경부가 승인한 결과이다. 이제 와서 어느 쪽의 잘잘못을 따지는 데 급급하기보다 단시간에 이를 효과적으로 정상화시킬 방안에 대해 고심해야 할 때이다.

“유역별 최적의 물공급체계 구축 필요”

한편, 해마다 가뭄으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는 가운데, 이제는 대규모 댐을 개발할 만한 지역이 그리 많지 않다. 앞으로는 대규모 댐을 새로 개발하기보다는 지역별 맞춤형으로 취수원 다변화가 이뤄져야 한다. 이에 가장 근본적인 대책은 각 수계 유역별 최적의 물공급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물론 이것이 단기적으로 실현 가능한 대책은 아니지만, 먼저 단위 유역별 중·장기 물 수요량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어떻게 공급하는 것이 최상의 방안일지를 고민해야 한다. 현재의 수자원 관리 여건 하에서 물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연구와 분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강 유역별로 최적의 물공급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수량·수질 업무가 국토부와 환경부로 이원화되어서는 절대 추진될 수 없다. 하루빨리 환경부로 일원화를 추진하여 하천의 수량과 수질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광역상수도와 지방상수도 간의 업무 중복을 조정해 예산 절감과 효율성을 극대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물관리 일원화가 이뤄진 후에는 환경부가 단위 유역별 수질정비기본계획을 통합하여 장기적인 안목에서 재수립하는 것이 국내 제한된 수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판단된다. 한국환경공단과 K-water 등 유관기관에서 역할을 충실히 담당해야 하며, 관련 전문가, 지역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 논의를 통해 최종안을 확정해야 한다.

▲ 이날 토론회에서 조희송 환경부 수도정책과장이 물부족(가뭄) 대응 관점에서 물관리 일원화의 필요성을 보령댐 저수 상황을 예로 들면서 설명하고 있는 모습.

▲ 최영준
서울시 서울물연구원 부장
“보유시설·자원 운영·유지관리 중요”

■ 최영준 부장  역사적·경제적 발전단계를 살펴보면, 1960∼1980년대에는 양적인 성장과 생산량이 중요한 지표였다. 즉 수량이 수질보다 훨씬 중요한 요소였다. 그러나 현재는 상수도 보급률이 거의 100%에 육박하여 양적인 격차는 많이 줄어들었다. 이제는 이미 보유한 시설과 자원의 효율적인 운영과 유지관리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다시 말해 질적 개선이 필요하다.

산업화 이전 시대에 수질보다 수량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룬 이유는 당시 수질문제가 그리 심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한강은 조류로 인해 원수의 수질이 크게 위협받는 실정이다. 인구증가, 도시화, 기후변화 등 각종 요인으로 수질문제는 매년 심화되고 있다. 이에 수질에 대한 통합관리의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으며, 수자원의 개발보다는 보전·복원에 대한 중점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

기술적 차원에서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Big data), 인공지능(AI) 등과의 접목도 필요하다. 이 기술들의 일차적 목표는 효율 증대이며, 기술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 요소는 연결성이다. 그러나 기술 간 연결이 효율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통합적인 구조와 관리가 전제되어야 하므로 물관리 일원화가 요구된다.

“일원화 위해 반대입장 설득도 필요”

한편, 지난 2015년 3년째 극심한 가뭄이 이어지자 한강의 저수율이 10%로까지 떨어졌다. 당시 잠실 수중보(水中洑)의 물은 수중보를 간신히 넘어설 정도였다. 한강 상류로부터 흘러드는 물의 양이 줄어들자 한강 하류 일대에는 짙은 녹조가 발생했다.

수질이 악화되다 보니 정수처리를 위해 많은 약품과 동력이 필요했다. 당시 서울물연구원에서는 원수에 대한 비용을 지불했는데, 원수의 수질이 악화된 만큼 이에 대한 보장을 요구하고 싶었다. 대가는 수량을 관리하는 쪽에 지불하면 되지만, 수질과 관련한 문제에 대해서는 누구와 논의해야 할지 굉장히 난처했던 경험이 있다.

이에 물관리 일원화는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고 판단되며, 일원화를 반대하는 이들을 꾸준히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설득의 방법에는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권위에 의존하는 것이다. 그러나 물관리 일원화 문제는 대통령이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두 번째는 상대가 과거에 했던 말이나 행동을 근거로 드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국토부나 환경부의 입장차이가 워낙 확실한 데다 견고해서 무리가 있다.

마지막은 숫자와 데이터 등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다. 물관리 일원화와 관련한 근거는 대부분 합리성과 당위성에 근거한 주관적인 견해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물관리 일원화에 대한 담론부터 정량적이고 계량적인 분석과 연구를 바탕으로 보다 많은 사람들을 이해시키고 설득시키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면서 효과적일 것이라고 판단된다.

▲ 백선재
한국환경공단 상수도처장
“지역간 상수도 관리 여건 격차 심각”

■ 백선재 처장  국내 물관리 여건이 급변하는 가운데, 상수도 분야의 가장 큰 문제는 지방상수도의 기능 수축이다. 국내 총 취수량은 10년 전에 비해 약 10% 감소했으며, 향후 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댐 취수량은 15∼16%로 증가했다. 이는 국내 상수도의 원수 확보체계가 일원화·획일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충남도의 8개 시·군의 문제도 같은 맥락이다. 충남도는 한때 통합물관리를 실천하는 상당히 선도적인 지자체였다. 그러나 현재는 상수원 폐쇄, 지방상수도 정수장 폐쇄 등의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특히 지방상수도가 없다는 것은 단순히 가뭄이나 홍수 등 재난 대응에 취약함은 물론, 지방하천과 지역의 물환경이 악화되는 데 방아쇠 역할을 한다.

다음으로 지역 간 상수도 관리 여건의 격차이다. 특히 군·면지역과 특·광역시 간의 격차가 심각하다. 군·면지역 공무원 1인당 관로의 관리 길이는 14㎞인 반면, 특·광역시는 2㎞가 채 되지 않는다. 정수장 관리 규모 역시 특·광역시는 1인당 3만7천㎥ 정도인 반면, 군·면지역은 3천700㎥로 약 10배 차이가 난다.

재정 자립도 격차도 상당하다. 군·면 지역의 연간 예산 이월금액(재정을 메꾸는 용도)은 7천억 원에 달하는 반면, 특·광역시의 경우 약 100억 원 정도를 투입하고 있다. 결국 상수도 문제는 지방상수도의 문제이다. 지방상수도의 기능 활성화가 국가 물관리 일원화의 일차적 목표가 되어야 한다.

“지방상수도 재원 확보방안 논의 필요”

한편, 우리나라의 하·폐수 재이용률은 「하수도법」에 ‘하수 재이용’ 조항을 추가한 이래로 급격히 증가해 2015년 기준 14%를 기록했다. 그러나 사실상 이는 하천유지용수, 하수처리장의 장내용수가 급증한 것이다. 장내용수를 많이 사용하면 하수처리장 평가 시 가산점을 부여받기 때문이다.

이는 곧 우리나라가 실질적인 수자원 다변화가 어려운 구조임을 나타낸다. 앞선 주제발표에서 김형수 교수가 수도 취수원으로 지하수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크게 동감한다. 우리나라는 규모의 경제로 물공급이 이뤄지다 보니 수자원 다변화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게다가 수돗물 음용률은 선진국에 비해 10배 낮은 수준으로, 국민들의 수돗물에 대한 불신이 상당히 높다. 이를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이 조속히 요구된다.

한편, 일반적으로 기업의 3대 요소로 인력, 자본, 플랜트를 꼽는다. 상수도 분야 역시 지속 가능한 발전을 달성하기 위해 이와 같은 3대 요소가 충족되어야 한다. 현재 시설 확충 차원에서 정부가 상하수도 시설의 현대화사업, 고도정수처리시설 설치사업 등을 추진 중이며, 앞으로는 지방상수도의 자본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인력을 전문화하는 방안 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특히 지방상수도의 재원 확보 방안에 대해 전문가들과의 심층적인 논의가 요구된다. 전력이나 석유 등의 분야에서는 수익이 큰 지자체에서 수익이 적은 지자체에 일정 부분을 지원하는 운영체계가 마련되어 있다. 상수도 분야에서도 이와 같은 사례를 벤치마킹하여 적용해 볼 수 있다.

▲ 김성한
K-water 융합연구원장
“수공, 지역밀착형 통합물관리 추구”

■ 김성한 원장  OECD 국가 중 물관리 여건이 가장 열악한 우리나라는 국가 특성에 맞는 통합물관리가 필요하다. 이에 K-water는 3대 권역인 한강 권역, 금강·영산강·섬진강 권역, 낙동강 권역을 중심으로 각 권역별 특성과 현안을 고려한 현장중심의 지역밀착형 통합물관리를 실현하고자 노력 중이다.

‘통합물관리’란 물을 최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물관리 이해당사자 간의 소통과 물기술의 고도화를 기반으로 기존에 개별적으로 관리하던 수량·수질·생태·환경 등을 권역단위로 통합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홍수기에 전체 강우의 약 3분의 2가 집중되고 하천유량변동이 심한 우리나라는 수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어려운 편에 속한다. 게다가 최근 이상기후로 가뭄이 심화되면서 운문댐과 보령댐을 식수원으로 둔 주민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기도 했다. 이에 가뭄 해결책으로 바닷물을 이용하여 하루 약 10㎥의 물을 확보할 수 있는 해수담수화 사업을 검토하기도 했으나 재정적 측면에서 장벽이 존재한다.

나아가 우리나라 물관리는 이제 개발의 시대에서 운영·관리 시대로 접어들었다. 수량 확보를 위한 대규모 댐 건설이 더 이상 필요치 않게 되면서 수량과 수질을 지금처럼 따로 관리하는 것은 물관리의 비효율성만 키울 뿐이다. 따라서 조속히 물관리 일원화를 통한 통합 및 연계운영이 이뤄져야 한다.

“상수도의 네트워크 선진화 필요”

또한 우리나라는 전국 162개 수도사업자 중 급수인구 30만 명 미만의 소규모 수도사업자가 약 80%에 달한다. 이들을 위한 인센티브 제도 및 적절한 규제, 교육 및 훈련 등 마땅한 지원체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상수도 선진화는 기술적인 선진화 못지 않게 네트워크 선진화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상수도 선진화에 대한 지자체 공무원들의 인식을 개선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되어야 하며, 이에 K-water는 현재 ‘지방상수도 현대화사업’을 추진 중이다. 상수도가 노후되면서 관로의 빈틈으로 수돗물이 새어나가거나 오염물질이 유입될 수 있고 녹물, 냄새 등이 발생할 수 있어 안정적인 물 공급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다. K-water는 낡은 상수도관을 정비하여 누수를 줄일 뿐만 아니라 단위 급수구역별 블록 시스템을 구축하여 체계적인 관망관리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물을 정치적 이슈로 대하는 태도를 경계해야 한다. 정치적 의도를 버리고 물을 그 자체로 바라볼 때 진정한 통합물관리가 가능해질 것으로 사료된다. 성철 스님 말씀처럼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일 뿐이다.

“겨울철 수막재배로 지하수 고갈 우려”

▲ 이강근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 이강근 교수 오염토양을 정화하지 않고는 지하수 오염을 막을 수 없고 지하수가 오염되어 있는 한 토양오염의 확산을 피할 수 없으므로 이 두 문제는 함께 다뤄져야 한다. 이러한 인식 하에 공감대를 형성한 ㈔대한지하수환경학회와 ㈔한국토양환경학회는 2000년 5월 두 학회를 통합하여 한국지하수토양환경학회를 설립했다.

학회 통합으로 학문 간 벽이 허물어지자 토양과 지하수의 양 경계에 있던 문제들도 해결되기 시작했다. 물관리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현재 저마다 컨트롤 타워(control tower)를 하나씩 가진 채 자기 입맛에 맞는 수단으로 수질관리를 하다보니 잘 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컨트롤 타워는 통합하되 수단은 다양화될 수 있도록 물관리 일원화가 이뤄져야 한다.

다음으로 상수원보호구역을 보면 땅 위의 집만 철거하고 사람만 안 살면 되는 줄 안다. 그런데 국내 농가 대부분이 겨울철에도 15℃의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지하수를 비닐하우스 지붕에 분사하여 물이 방출하는 열을 비닐하우스 보온에 이용하는 수막재배를 하고 있다.

이때 사용되는 지하수량이 많은 데다 재사용이 거의 불가능해 사용 후 농수로를 통해 하천으로 방류되기 때문에 지하수 고갈이 우려되는 실정이다. 게다가 수막재배에 이용되어 오염된 물은 별다른 조치 없이 하천으로 유입되어 수질을 오염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

“RPS와 같은 제도로 취수원 다각화”
 
더구나 지하수 수위가 낮아지면 오염 농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데, 갈수기의 하천 흐름이 기저 유출에 기인한다는 점을 상기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그런데도 기저 유출로 하천에 유입되는 지하수의 오염물질 농도를 정확히 파악한 자료조차 없는 상황이다.

아울러 기후변화 심화로 가뭄, 지진, 태풍, 해일 등 자연재해가 점차 빈번해지는 가운데 더 이상 취수원의 절대적인 안전도 보장할 수 없게 되었다. 이에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 제도(RPS)처럼 수도사업자가 의무적으로 지표수 이외의 취수원을 통해 일정량의 물을 확보하도록 관련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 제도는 일정량 이상의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사업자에게 총 발전량의 일정비율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해 공급하도록 의무화한 제도이다.

일반적으로 가뭄이 들면 상습 가뭄 피해지역이나 대체수원을 확보하기 곤란한 농지를 중심으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관정을 개발·설치한다. 그런데 평소에는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몇 년 뒤 다시 쓰려고 하면 관리 소홀로 방치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아까운 예산만 낭비되고 있는 실정이다. 즉, 이런 부문에 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 시스템과 같은 제도를 도입하여 일거양득의 효과를 노려야 한다.

▲ 최지용
서울대 그린바이오과학기술원 교수
“물관리 일원화 대한 국민 관심 적어”

■ 최지용 교수  최근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두고 국민의 찬반 논쟁이 뜨거운 것과 비교해 물관리 일원화에 대한 관심은 대체적으로 적은 편이다. 전기세와 달리 수도세는 워낙 저렴하다 보니 인상된다고 하더라도 크게 타격이 없고 가뭄이 들면 땅을 파서라도 지하수를 공급해주기 때문에 물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물관리 일원화가 정치적으로 흘러가면서 향후 국민의 의견이 보다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되는 바, 환경부는 수도세·안전·건강을 중심으로 국민의 관심을 유도해야 한다. 특히 물관리 일원화가 이뤄졌을 때 얻을 수 있는 이득을 홍보해야 한다.

일례로 올해 극심한 가뭄에 시달린 충청남도는 물이 부족해서 물 문제를 겪은 것이 아니다. 보령댐을 수원으로 둔 충남 서부권의 광역상수도 의존도는 무려 90%로, 지난 20년 동안 지자체는 보령댐을 도와줄 지방상수도를 개발하기는커녕 도리어 폐쇄하는 정책을 추진해왔다. 충남 서부권의 왜곡된 물공급 체계가 물부족을 초래한 것이다.

외부 수원에서 물을 가져다 쓰면서 지역의 수자원은 말살시키는 이러한 현상은 충남 서부권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이원화된 물관리 체계가 빚어낸 문제로 환경부로의 일원화를 통해 물관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 있다.

“OECD, 회원국에 통합물관리 권고”

한편, 지난해 12월 OECD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수질과 수량을 통합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회원국에 권고했다. 현재 OECD 35개 회원국 중 영국,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 등 23개국이 환경부서를 중심으로 통합물관리를 하고 있다.

수량 위주의 개발을 일정 수준 달성한 선진 국가를 중심으로 수질 및 환경 중심의 물관리로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EU의 경우 단순히 수량과 수질을 통합관리하는 것을 넘어 인간과 수생태계가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목표로 정책을 추진 중이다.

그간 대형 댐 건설 등 개발 위주로 집중 투자해 온 우리나라는 현재 물부족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한 상태이며, 수질과 물순환 부문에서도 상당히 선도적으로 나아가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시대적 추세에 맞게 단순 개발이 아닌 수질과 수생태계 보전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여 수자원의 효율적 배분 및 환경을 고려하는 통합물관리로 조속히 나아가야 한다. 그 과정에서 선진국의 통합물관리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 ‘합리적 물관리 일원화를 위한 상수도 선진화 방안’ 특별 공동 심포지엄 전문가 토론회에 참석한 대다수 전문가들은 “물관리 일원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사항”이라면서 조속히 환경부로 일원화를 촉구했다.

[『워터저널』 2017년 10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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