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Ⅰ. 통합물관리 시대, 탄소중립 실현방안
 

“상하수도 시스템 탄소중립 위한 평가·정책 필요”

각 공정별 직·간접적 탄소배출량 정량화 후 구체적인 저감 목표 설정 시급
목표 달성 여부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 통해 적극적인 피드백 시행 중요

 

▲ 김 두 일
단국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
Part 01. 2050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상하수도 분야의 정책과 기술

CO₂농도, 60년간 약 100ppm 증가

기후변화 시계는 계속해서 빨라지고 있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지구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다. 미국의 찰스 킬링(Charles David Keeling) 박사가 1958년부터 하와이 마우나로아산 관측소에서 매일 이산화탄소를 측정한 결과를 보면 1960년 310〜320ppm에서 2020년 405〜415ppm 수준으로 60년 동안 약 100ppm가량 증가했다. 2020년 11월 23일자 KBS 뉴스도 이산화탄소 농도가 410ppm을 넘어섰다는 내용을 보도한 적이 있다.

2020년 만료 예정인 교토의정서를 대체해 2021년부터 적용될 기후변화 대응을 담은 파리기후변화협약이 지난 2016년 11월 발효됐다. 기존 선진국만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있었던 교토의정서와 달리 파리협약은 195개 당사국 모두에게 구속력 있는 첫 기후합의라는 데 의의가 있다. 당사국들은 유엔(UN) 기후변화협약 중심 시장 이외에도 당사국 간 자발적 협력도 인정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국제 탄소시장 메커니즘 설립에 합의했으며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제로(0)로 만드는 데에도 합의했다.

이에 발맞춰 세계 주요 국가들은 2050년 감축목표와 목표 달성을 위한 핵심전략 세우기에 돌입했다. 그 결과 EU와 영국은 2050년까지 1990년 배출량 대비 80%, 독일은 80〜95%, 프랑스는 75%를 감축하겠다고 밝혔고, 미국과 캐나다는 2005년 배출량 대비 80%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주요 핵심전략으로는 에너지 수요관리, 재생에너지 확대, CCS 기술 확대, 에너지 부문 탈탄소화 등을 설정했다.

 
‘능동적 대응’으로 패러다임 전환

탄소중립(Carbon Neutral)은 인간 활동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을 최대한 줄이고, 남은 온실가스는 흡수·제거해 실질적인 탄소 배출량을 0(중립, Zero)이 되게 하자는 개념이다. 배출되는 탄소와 흡수·제거되는 탄소량을 같게 만들어 탄소 순배출량을 제로(0)가 되도록 하는 것이므로 통칭 ‘넷제로(Net-Zero)’라고도 한다.

 
탄소중립에 대한 관심이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정부도 2020년 관계부처 합동으로 ‘2050 탄소중립 추진체계’를 마련했다. 비전은 ‘적응적(Adaptive) 감축’에서 ‘능동적(Proactive) 대응’으로 탄소중립과 경제성장, 삶의질 향상을 동시에 달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전략은 △경제구조 저탄소화 △신유망 저탄소산업 생태계 조성 △탄소중립 사회로의 공정 전환 △탄소중립 인프라 강화 네 가지다.

또한 10대 과제로 △에너지 전환 가속화 △고탄소 산업구조 혁신 △미래 모빌리티로 전환 △도시·국토 저탄소화 △신유망 산업 육성 △혁신 생태계 저변 구축 △순환경제 활성화 △취약 산업·계층 보호 △지역 중심의 탄소중립 실현 △탄소중립 사회에 대한 국민의식 제고에 ‘탄소가격 시그널 강화 + 탄소중립 분야 투자 확대 기반 구축’ 등을 설정했다.

 
환경부, 물관리 분야 탄소중립 추진

이에 따라 환경부는 올해 업무계획 발표에서 물관리 분야 6대 추진 정책의 하나로 ‘물관리 분야 탄소중립 추진’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추진전략으로는 △물절약과 물재이용 활성화 △물흐름 전 과정에서 탄소저감 △물 관련 신재생에너지 육성 및 탄소상쇄(핵심) 등을 명시했다.

물절약과 물재이용 활성화는 물 사용을 줄여 에너지 저감과 기후위기 적응을 동시에 달성하는 것이고, 물흐름 전 과정에서의 탄소저감은 물공급 과정에서 누수를 줄이고 공급·처리 과정의 에너지 사용을 최적화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재생에너지 육성 및 탄소 상쇄 부문은 필요한 에너지를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고 잔여 배출탄소는 상쇄하겠다는 것이다.

첫 번째 ‘물절약과 물재이용 활성화’ 부문에서는 물수요체계 강화, 물 수요·공급 통합관리, 빗물·유출지하수 재이용 활성화 체계 마련 등이, 두 번째 ‘물흐름 전 과정에서 탄소저감’ 부문에선 노후 상수도 정비, 노후 물환경 기초시설 정비 등이, 세 번째 ‘신재생에너지 육성 및 탄소 상쇄’ 부문에서는 수상태양광 확대, 탄소저감형 수변생태벨트 조성, 물환경 기초시설 신재생에너지 개발, 친환경 수열에너지 활성화 등이 세부 과제로 추진되고 있다.

WaCCliM 통해 ‘ECAM’ 시스템 개발

한편 탄소중립 기술 관련 국외사례로, 독일 GIZ(Deutsche Gesellschaft fur Internationale Zusammenarbeit)와 국제물협회(IWA)는 상하수도 시스템에서 탄소 배출량 저감을 위해 ‘WaCCliM(Water and Wastewater Companies for Climate Mitigation)’ 프로젝트를 진행, ‘ECAM(Energy Performance and Carbon Emissions Assessment and Monitoring)’을 개발했다. ECAM은 상하수도 시스템 전반에 걸친 온실가스 배출과 에너지 소비를 평가해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분야가 무엇인지 탐색하는 시스템으로서 수도사업자의 의사결정에 도움을 준다.

수도사업자는 ECAM 시스템을 활용해 취수, 정수처리, 배·급수 등 상수도 공급 과정에서 온실가스 발생량을 산정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에너지 효율을 개선해 온실가스 약 40%를, 수자원 효율을 개선해 온실가스를 50%까지 감축 가능하다.

또한 하수집수부터 하수처리, 하수배출에 이르는 과정에서 자원을 효율적으로 회수·재활용해 최대 20%의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으며, 하수에 있는 수열이나 메탄 발효를 통해 에너지를 회수하면 최대 90%까지도 감축 가능하다.

 
실제 멕시코와 태국에서 WaCCliM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적용한 사례가 있다. 멕시코 수자원위원회(CONAGUA)와 환경자원부(SEMARNAT)의 프로젝트 공동 진행 결과, 하·폐수처리시설 통합으로 처리용량을 기존 48%에서 81%로 늘렸고, 이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존 대비 40%(연간 2천500톤) 줄였다. 또한 펌프설비 개선, 바이오가스 확보, 에너지 생산 개선을 통해 투자비용의 2〜3%를 회수했다.

태국에서는 천연자연환경부(MNRE)와 수관리청(WMA)이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상수도 공급 과정에서 펌프 운영을 최적화하고 하수도시스템을 정비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존 대비 47.5%(연간 400톤) 줄이는 성과를 거뒀다.

탄소중립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

이처럼 물사용과 에너지, 탄소배출량은 서로 상관관계가 있어 물 분야 또한 탄소배출에 영향을 주고 있다. 상하수도 시스템에서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방법은 △펌프 운영 최적화 등 수도시설 운영으로 에너지 효율 향상 △물손실 저감, 물재이용, 빗물 사용 등 물효율 향상 △적절한 슬러지 처리를 통한 에너지 비용 저감 및 자원회수 △미처리 하수 저감 등으로 요약된다.

이제 우리나라도 상하수도 시스템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세부 실행방안을 만들어 체계적으로 시행해 나갈 필요가 있다. 실행방안은 총 다섯 단계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첫 번째가 동기부여와 공감대 형성, 두 번째가 현 상수도시스템에 대한 평가, 세 번째가 구체적인 달성 목표 및 실행 계획 수립, 네 번째가 탄소 저감을 위한 조치 실행, 다섯 번째가 목표 달성 여부에 대한 모니터링과 피드백이다.

 
우선 정부의 2050년 장기저탄소발전전략, 관련 부처 업무추진계획 등을 통해 탄소중립의 필요성과 목표에 대한 공감대는 충분히 형성되고 있다고 판단되며, 이로써 탄소중립을 위한 발걸음이 시작됐다고 생각할 수 있다. 국가별 탄소배출량 규제와 탄소배출권 거래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탄소중립은 간과할 수 없는 목표로 자리 잡았다.

이제 현재 시스템을 평가해 해당 시스템이 얼마나 많은 탄소를 배출하고 있는지를 평가해야 한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환경성적표지(저탄소제품 인증) 등을 이용한다면 상수도시스템에서도 탄소배출량을 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된다. 상수도시스템 각 공정별 직·간접적 탄소배출량 산정을 통해 현재 배출량을 정량화할 필요가 있다. 이때 ‘ECAM’ 같은 방식을 활용할 수 있다. 
 
상수도 스마트 관리체계 구축과 연결

탄소배출량이 정확히 산정된 후에는 국가적 도전과제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탄소배출량 목표치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 상수도시스템의 3대 기본 목표인 안정적 수량, 안전한 수질, 적정 수압 달성을 전제로 해 현재 추진 중인 정부사업의 요소기술을 확장하고, 탄소저감을 위해 떠오르는 신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

그 다음은 탄소저감을 위한 조치 시행이다. 상수도 스마트 관리체계 구축사업의 핵심 요소기술들은 궁극적으로 탄소저감을 위한 핵심 요소기술과도 연결된다. 그린뉴딜과 맞물려 추진되고 있는 상수도시스템 스마트화, 상수도 자산관리 등은 상수도 관리의 효율성을 높임과 동시에 탄소저감의 핵심기술이 될 수 있다.

관련 실증연구로서 대한상하수도학회지에 실린 ‘소독능을 고려한 송수펌프 최적운영기법 개발’ 연구결과에 따르면, 상수도시스템 전반의 전력사용량 중 80%는 정수생산 공정에서 사용되며, 그 중 약 75%는 취·송수 펌프 운전에 사용된다. 취·송수펌프 운영 시 예측된 물사용량에 대해 배수지의 여유용량, 최적 효율을 갖는 펌프의 우선사용 등의 방법을 이용해 취·송수 펌프 운영에 사용되는 전력량을 5% 이상 저감할 수 있다.

또한 ‘노후관로의 적정 교체를 활용한 생애주기에너지량 저감’ 연구에 따르면 상수도관로 매설, 유지관리, 폐기에 걸친 생애주기에서 상수도관로는 에너지를 사용, 즉 탄소를 배출하고 있다. 점진적으로 노후되는 상수도관로를 법정내용연수 기준이 아닌, 상수도관로 파손 경향에 따른 적정시기에 교체한다면, 상수도관로가 사용하고 있는 에너지량을 8% 이상 저감할 수 있다.

여러 이해관계자 간 유기적 협업 필요

끝으로 목표 달성 여부에 대한 모니터링과 피드백은 상당히 중요하다. 현재 추진 중인 스마트 상수도시스템 구축 사업과 연계한다면 상수도시스템 전반에 걸친 탄소배출량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설정한 탄소배출량 저감 목표 달성 여부를 지속 확인하고 미진한 부분에 대해 적극적인 피드백을 시행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상수도 시스템에서도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다.

 
2050년 탄소중립, 말 그대로 앞으로 3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추구해야 하는 목표인 만큼 달성하기까지 기나긴 노력의 여정이 예상된다. 이런 때일수록 ‘호시우보(虎視牛步)’ 자세가 필요하다. 호랑이같이 예리하고 무섭게 사물을 보고 소같이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뜻으로 모든 일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술단체 등 연구자, 산업계 및 관련 분야 종사자, 수도사업자, 정부정책 결정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유기적으로 협업해 상수도가 당면한 기후위기에 슬기롭게 대처하고 탄소중립이라는 국가적 도전과제를 달성하기 위한 정확한 평가체계와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탄소중립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기존 상수도시스템이 개선될 때 비로소 물산업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

[『워터저널』 2021년 8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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