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7주년 특집] Ⅲ. 초순수 생산기술 국산화·상용화 시급하다


“한국형 초순수 산업 생태계 구축 필요”

초순수 생산기술 국산화 위한 플랫폼 센터 구축 통해 토털 솔루션 제공
기업의 자생력·경쟁력 강화하고 해외 수출기반 확보 통해 산업 육성 가능


▲ 임 재 림
K-water연구원 스마트워터연구소 연구위원
Part 01. 고순도 공업용수 국산화 및 상용화 추진전략

고순도 공업용수란 초순수(Ultra Pure Water, UPW)를 일컫는 것으로 전기전도도, 입자수, 생균수 등을 극히 낮은 수준으로 억제해 이론 순수에 근접시킨 고순도 용수다. 초순수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제약, 화학, 발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기 때문에 플랜트도 용도에 따라 20〜30여 개 수처리 공정의 조합(전처리, 순수처리, 초순수처리)으로 구성돼 있다.

산업별 고순도 공업용수 수질 현황 및 용도를 보면, 반도체 산업에서는 세정, 약품 희석 및 조립, 화학 산업에서는 냉각수, 공정수, 보일러수, 제철 산업에서는 냉각수나 제품 세척 등에 초순수를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이 중 반도체 산업에서 특히 좋은 초순수 수질이 요구되는데, 세정과 약품 희석 등에 사용되는 초순수 수질기준은 18.2메가옴(㏁)·㎝를, 조립에 사용되는 초순수 수질기준은 17.5㏁·㎝를 초과하는 수준이다.

 
세계 초순수 시장 규모 23조원 전망

한편, 2018〜2024년 고순도 공업용수 국내외 시장 현황을 살펴보면 국내 초순수 시장은 지속되는 ‘코로나19’에도 연평균 성장률(CAGR)이 5.3%로 세계 시장(3.0%)보다 더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오는 2024년 세계 초순수 시장 규모는 23조1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며 이 중 국내 시장은 1조3천400억 원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적으로 보면 발전 부문의 초순수 시장 규모가 43.5%로 가장 클 것으로 전망되는 반면, 국내의 경우에는 반도체, LCD 등 관련 산업 발달로 미세전자(microelectronics) 분야에서 시장 규모가 65.5%로 가장 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아시아 국가, 특히 중국이나 대만, 한국이 전 세계 반도체 제조 능력의 약 80%를 차지하기 때문에 최근 5년간 미세전자 관련 물시장 성장률(CAGR)은 거의 7%에 달한다. 아울러 반도체 발전에 따라 더 엄격한 순도의 초순수를 요구하고 있어 초순수나 폐수 시스템 확장 등 증설시장이 계속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별 고순도 공업용수의 지식재산권 현황을 보면, 일본이 290건으로 약 56%를 차지하고 이어 미국(16.8%), PCT(12.9%), 유럽(5.1%), 한국(4.9%) 순으로 점유하고 있다. 또 특허 관점에서 보면 일본이 가장 많은 고순도 공업용수에 대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일본계 쿠리타(Kurita)와 오르가노(Organo), 노무라(Nomura) 3개 기업이 각각 200건, 69건, 73건으로 전체의 약 66%를 차지하고 있어 고순도 공업용수 생산 관련된 기술의 국산화가 시급함을 알 수 있다.

 
소부장 및 설계·시공·운영기술 개발 시급

한편, 국내 고순도 공업용수 산업 생태계를 살펴보면 반도체용 초순수 플랜트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일본의 3개 기업이 반도체용 초순수 플랜트를 설계하고 국내업체는 단순 시공에만 참여하고 있어 일본의 소부장(소재·부품·장비)에 의존적이다. 아울러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도 전략물자에 해당하는 한외여과(UF), 열교환기, 자동밸브의 수입 기간이 지연되면 반도체 제조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우려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일본 기술의존성이 매우 높은 초순수 생산을 위한 소부장 및 설계·시공·운영기술 개발이 시급하다. 고순도 공업용수 생산시설 단위공정의 해외 기술 의존도를 봐도 초순수 플랜트에 적용되는 규격 제품들은 닛또덴코, 아사히, 도레이, 쿠리타, 다우(DOW), 쓰리엠(3M), 에보쿠아, 제네럴 일렉트릭(GE) 등 대부분 일본이나 선진외국 기업의 제품이 적용되고 있다. 반면 국산제품은 성능확인이 미비한 탓에 현장 실적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대기업이 참여하는 산업 생태계 필요

기술의 대외 의존도를 탈피하기 위한 대응방안은 크게 네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는 중앙 핵심소재의 신속한 연구개발(N-LAB), 또 현장에서 즉시 적용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N-Facility), 그리고 산·학·연 연계의 현장 기술지원(N-Team)을 위한 중앙정부 차원의 ‘3N 전략’ 적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둘째는 개별기업의 초순수 실증플랜트 구축은 예산, 내부검증 등의 문제로 비효율적일 수 있어 국가 주도로 일정 규모 이상의 테스트베드 구축을 통해 소재·부품·장비 검증을 적절히 평가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초순수는 반도체 제품 수율에 직결되기 때문에 부품이나 공정의 신뢰도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제품의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셋째로, 제품 표준화를 통해 시장 진입의 문턱을 낮출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핵심 요소기술은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개발하고, 이를 시스템화하고 적용하는 것은 사용자인 대기업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한국형 초순수 산업 생태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초순수 생산공정 국산화 기술개발 추진

초순수 생산은 수십 개의 단위 공정이 긴밀하게 결합된 시스템으로 몇 개의 단위공정 국산화만으로 최종 생산수의 품질을 보장할 수 없다. 여기에는 장애물(Hurdle)이 존재한다. 높은 장애물을 넘기 위해서는 도움닫기를 하기 위한 구름판이 필요하듯, 초순수 기술 상용화라는 장애물을 넘기 위해서도 기반 구축 작업이 필요하다.

그 중 첫째는 R&D 예산, 표준화 등 국가 차원의 지원 체계를 마련하는 일이다. 또 아무리 높은 장애물이라도 우리가 실력을 키워 뛰어넘을 수 있듯 초순수 시스템의 종합적 엔지니어링 기술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세 번째는 허들 자체의 높이를 낮추는 것이다. 즉 수요처와 장기간 검증 평가를 통해 신뢰성을 확보하면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환경부는 환경기술개발사업으로 올해부터 2025년까지 5년간 총 480억 원(정부출연금 300억 원, 민간 180억 원)을 투입해 고순도 공업용수의 생산공정 국산화 기술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세부사업별 과제로는 1과제에서 고순도 공업용수용 자외선 산화장치를 개발하고, 2과제에서 용존산소 제거용 탈기막 국산화를, 3과제에서 고순도 공업용수 설계·시공·운영 국산화 기술을 개발하고 4과제에서는 고순도 공업용수 공정 및 수질 성능평가 기술개발, 5과제에서 반도체 폐수를 이용한 고순도 공업용수 원수확보 기술개발을 수행한다.

2천400㎥/일 실증 플랜트 건설 예정

이 중 3세부 과제인 고순도 공업용수 설계, 시공, 운영 국산화 기술개발 과제의 비전은 반도체용 고순도 공업용수 생산기술의 자립화이다. 따라서 연구의 목표는 고순도 공업용수의 설계, 시공, 운영기술의 국산화 및 사업화 기반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 연구는 올해부터 2025년까지 5년 동안 수행되고 K-water가 주관연구기관으로 참여하고 한성크린텍, 진성이엔씨, 프라임텍 외 6개 참여기업과 GIST, 국민대, 부경대 3개 위탁기관이 공동으로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주관연구기관인 K-water는 미국 재료시험협회(ASTM)가 정한 고순도 공업용수(ASTM D5127 E1.3)의 생산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운영 최적화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하고, 한성크린텍은 2천400㎥/일 규모 국산화 플랜트를 구축하며, 진성이엔씨는 고순도 공업용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최적 배관 설계와 시공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주요 연구내용이다.

K-water는 고순도 공업용수 실증 플랜트를 하루 생산량 2천400㎥ 규모로 SK실트론 구미 2공장에 건설할 예정으로, 1단계로 2022년 6월까지 준공하고 2단계로 2023년 12월까지 구축할 예정이다. 1단계에서는 3천500㎥/일 규모의 전처리, 3천㎥/일 규모의 순수처리, 1천200㎥/일 규모의 초순수처리 시설을 구축하고, 2단계에서는 개발된 국산 핵심 공정뿐만 아니라 국산 운영 프로그램을 탑재한 1천200㎥/일의 초순수 처리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다.

과제 추진 로드맵을 보면, 1단계가 초순수 플랜트를 구축하는 것이고 2단계가 플랜트를 운영하는 것이다. 따라서 2022년 상반기까지 요소기술을 개발해 1단계 플랜트 구축을 완료하고, 2023년 12월까지 통합운영프로그램을 개발하고 2단계 플랜트를 구축하고자 한다. 또 2024년까지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기반의 운영 플랫폼을 구축하고 2025년에 플랜트에 대한 성능 평가와 상용화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선순환 체계 구축으로 기술자립 가능
 
상용화 전략과 과제를 좀 더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초순수 플랫폼 센터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초순수 플랫폼 센터는 초순수 기술의 자립화, 성숙화 및 관련 산업 육성을 위한 동반 성장 플랫폼이다. 즉 초순수의 공급 시설과 실증 파일럿, 분석인증센터, R&D센터 등 기술 국산화를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토털 솔루션(Total Solution)을 제공할 수 있고 한국형 초순수 산업의 생태계가 마련될 수 있다.

나아가 기술개발과 인증, 상용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체계 구축을 통해 기술자립을 달성할 수 있고 기업의 자생력과 경쟁력 강화, 해외 수출기반 확보를 통해 산업을 육성할 수 있다. 아울러 반도체 폐수의 재이용 기술 향상과 초순수 중앙 공급 등을 통해 탄소를 저감할 수 있기 때문에 탄소중립(Net-Zero)에도 기여할 수 있으며, 마지막으로 테스트베드 운영, 기술 인증 등을 통해 초순수 산업의 등대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기업이 동반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워터저널』 2021년 12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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