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안전한 도시 물관리 둘 다 잡아야”

화석연료 에너지 없이 당장 선진국 수준 물관리 기술에 도달하기 역부족
하수도 전문가들, 탄소배출량 저감과 에너지·자원 회수 전략 과제 제안

Part 02. 탄소 중립형 미래 스마트 하수도 시설

환경부, ‘2050 탄소중립’ 선언

박 준 홍 연세대학교 건설환경공학과 교수
박 준 홍 연세대학교 건설환경공학과 교수

환경부는 2020년 10월 국가비전으로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이를 위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발표했다.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내용으로는 대부분 온실가스 저감 부문에 집중되어 있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 대응에는 적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이에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하수도 분야를 포함한 물관리 부문이다.

국가 전체 탄소 배출량 중 하수도 분야는 약 0.7%, 가축분뇨 및 산업폐수 분야는 약 1%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른 탄소 중립 방안으로는 공공하수도 시설에 대한 에너지 다소비 시설에서 재생산 시설로의 정책 전환, 하수슬러지의 바이오 가스화에 대한 에너지 자립률 제고 기술 집중, 공공하수처리시설의 음식폐기물과 분뇨를 포함한 고농도 폐수의 에너지 및 자원 생산 기지화 등이 있다.

축산분뇨 부문은 많은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지만, 현재 타 고농도 하·폐수보다 가축분뇨의 자원회수형 처리시설의 보급이 부족하고 기술개발도 상대적으로 미흡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축산분뇨 부문은 많은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지만, 현재 타 고농도 하·폐수보다 가축분뇨의 자원회수형 처리시설의 보급이 부족하고 기술개발도 상대적으로 미흡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중 많은 에너지를 뽑을 수 있는 자원으로는 축산 분뇨 부문이지만, 현재 타 고농도 하·폐수보다 가축분뇨의 자원회수형 처리시설의 보급이 부족하고 기술개발도 상대적으로 미흡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우분(牛糞)을 포함한 가축분뇨의 자원회수형 처리시설의 보급 및 확장과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실용적인 기술 개발이 요구된다.

 

탄소중립과 안전한 도시 물관리 둘 다 이뤄야

물관리 분야는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실현함과 동시에 국민들이 원하는 수질 확보와 안전한 도시 물관리를 이루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여기서 깰 수 없는 원칙이 수질 개선을 위한 에너지 투입 증가다. 화석연료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고서는 당장의 수질 개선과 미량오염물질 제거 등을 시행해 선진국 수준의 물관리 기술에 도달하기 힘들다.

그러나 자연 생태계를 모방해 통합한 탄소중립 지향 시스템이 탄소중립과 안전한 도시 물관리를 모두 확보할 적합한 모델이 될 수 있다. 사람이나 동물과 같은 개체에서 ATP를 얻기 위해 포도당을 분해한다. 2개의 ATP를 먼저 사용해 포도당이 분해되면 복잡한 과정들을 거쳐 결국 38개의 ATP를 얻을 수 있다. 얻는 이익이 많다면 복잡한 과정을 거치더라도 이를 실현할 가치가 있는 셈이다. 물관리 분야의 탄소중립 또한 마찬가지다.

다음 단계인 사후평가도 중요하다. 평가 시 잘못된 결과에 책임을 묻기보다 과거 진행했던 정책이나 기술에서 놓치거나 잘 안된 부분들을 다시 한 번 복기하고 환류해야 한다. 환류는 생명체가 잘하는 부분으로 에너지를 외부에서 가지고 오지 않고 폐기물을 만들지 않아도 지속가능한 것이다.

LA의 경우 역삼투압(RO) 공정으로 처리한 물을 자연으로 보낸 다음, 다시 그 물을 수거해 공급하고 있다. 이는 자연계 물순환과 인공계 물순환을 연계한 물중립 및 탄소중립 시스템으로 기존 우리나라 시스템보다 약 10〜20배의 에너지가 소모된다. [사진출처 = 미국 내무부(U.S. Department of the Interior)]
LA의 경우 역삼투압(RO) 공정으로 처리한 물을 자연으로 보낸 다음, 다시 그 물을 수거해 공급하고 있다. 이는 자연계 물순환과 인공계 물순환을 연계한 물중립 및 탄소중립 시스템으로 기존 우리나라 시스템보다 약 10〜20배의 에너지가 소모된다. [사진출처 = 미국 내무부(U.S. Department of the Interior)]

LA의 경우 역삼투압(RO) 공정으로 처리한 물을 자연으로 보낸 다음, 다시 그 물을 수거해 사람들에게 공급하고 있다. 이는 자연계 물순환과 인공계 물순환을 연계한 물중립 및 탄소중립 시스템으로 기존 우리나라 시스템보다 약 10〜20배의 에너지가 소모된다. 그럼에도 해당 지역의 사람들이 수용할 수 있을 정도의 물환경을 조성해 관광자원이 살아나고 지역경제가 활발해졌다. 시카고의 터널-저수지 계획(Tunnel and Reservoir Plan) 또한 도심 수해 방지와 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이뤘다. 이러한 선례들은 향후 해당 지역의 더 강한 환경정책이 나올 수 있는 배경이 되는 것이다.

물관리 시스템, 지역 분산화 전환 필요

우리나라의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서는 국가 통합물관리 4대 주요방향을 고려해야 하는데, 그 첫 번째가 국가 및 유역 계획 시 기후위기 적응 우선권 확보다. 상수원 수질과 생태계를 보호하며, 홍수 등 수해 및 자연재해를 막기 위해선 필수적이다. 두 번째는 물관리 시스템을 지역 분산화로 바꿔야 한다. 분산화 시 온실가스 저감, RE100, 물재이용, 자원순환 등의 효과를 누릴 수 있으며, 수송에너지의 확연한 감소를 기대할 수 있다.

세 번째는 유역 물관리에 자연기반해법(NBS)을 활용해 방재, 오염정화, 물이용, 탄소흡수원 관리 등을 시행해야 한다. 마지막 네 번째는 국민 의견을 반영한 정책을 추진해 효과를 먼저 입증하고 점차 사업을 확대해나가는 전략을 세워야한다.

하수도 전문가들이 제시한 탄소중립 추진 방안은 2단계로 나눌 수 있다. 1단계는 2030년까지 상하수도 분야 40% 이상의 온실가스 감축 및 상하수도 시설의 에너지자립률 50% 달성을 목표로 지속가능한 경제성장과 삶의질 향상이 가능한 신(新)상하수도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2단계는 2050년까지 향후 수질관리 강화를 위하여 고도처리를 포함한 신규 상하수도 시설의 에너지자립률 100%를 의무화해 탄소중립 달성을 계획하고 있다. 이 중 고도처리 부분은 많은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하수도 분야의 경제성 제고가 필요하다.

유역 하수도 통합관리 시스템 구축 제안

하수도 전문가들은 탄소중립 구현을 위한 탄소배출량 저감 전략 및 에너지·자원회수 전략의 주요 과제들도 제안해 환경부에 제출했다. 탄소배출량 저감 전략으로는 수도 전(全)과정의 온실가스 배출량 인벤토리를 개선하고 한국형 하수도시설 온실가스 저감 컨설팅 기술 개발 및 보급을 제안했다. 또한 대상 지역의 탄력적 물공급을 위해 물수요 특성 곡선 및 중수도 포함 용도별 물사용 원단위 기준을 제시할 수 있는 수요 주도형 도시물관리 의사결정 패러다임 도입 전환을 제시했다.

화장실 소변 분리 전환 제도 개혁과 자연정화 연계 하수처리 방안도 내세웠다. 생활하수 속 질소의 약 80% 가량을 차지하는 소변을 분리 처리 의무화할 시, 현재 하수량에 비해 적은 양의 처리로도 효과적인 질소 저감 방법이 된다. 종말하수처리장에 유입되는 질소부하를 현저히 감소시켜 시설의 운영관리비를 절감하거나 확충 없이 질소 방류수 기준을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자연정화 연계 하수처리로는 녹조 예방을 위해 유역 단위의 상·하류 간 수질 오염 정화능력의 상호관계 진단과 이에 필요한 이동식 수처리 적정기술 개발 및 시험사업을 진행해야 한다. 아울러 소·중·대규모 하수도시설을 통합적으로 계획, 운영 및 관리할 수 있도록 유역 하수도 통합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활용해야 한다.

또한 월류 발생 관거 유형별 유역 하수관거 정비와 유연한 수질제도 개선을 제안했다. 미처리 오염물질이 다량 함유되어 수질오염의 원인이 되는 월류수의 대책마련 방안 및 확산사업이 요구되며, 지역과 시설 규모 및 특성을 고려한 유연한 수질 규제 제도를 개선해야한다. 신재생에너지를 연계한 대체 수자원 활용을 극대화해 물절약과 탄소중립을 동시에 추진하는 기술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음을 명시했다.

도시 하수관거 활용한 하수열 활용사업 제시

에너지 회수 전략으로는 바이오가스 전력화를 연소방식에서 전기화학적 연료전지(Fuel Cell) 발전으로 전환하는 방안과 바이오가스 반류수 처리의 저에너지 기술 국산화 및 보급, 에너지 회수 공정에 유입되는 유기물량 극대화 기술 개발 등이 담겨있다.

자원회수 전략으로는 도시에 있는 하수관거를 활용한 하수열 활용사업을 제시했다. 하수열은 수질과 무관하게 수량과 수온에 따라 에너지를 회수할 수 있으며, 기존 하수도 시설 변경이 적어 재정 부담이 적다. 관거에서 회수된 수열 에너지는 해당 하수관거 주변 도시, 농촌, 하수처리장 등에 공급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정책적으로 신재생에너지로 인정해주지 않고 있는 법제적 문제와 보완해야할 기술적인 문제가 있다. 두 가지 문제만 해결된다면 실현 가능성이 높은 사업이다.

아울러 축산분뇨에서 바이오가스 대신 젖산을 생산해 바이오플라스틱을 만드는 방법을 제시했다. 전국의 가축 분뇨를 모두 젖산으로 만들어 자원을 회수한다면 시설비와 운영비를 제외해 1년에 약 7조 원의 순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돼 농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권장해야 한다. 이처럼 오염발생원 관리가 선순환으로 흘러갈 수 있는 정책들을 추진해야 한다.

[『워터저널』 2022년 5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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