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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03. 누구를 위한 물관리인가
2018년 08월 01일 (수) 09:37:15 워터저널 webmaster@waterjournal.co.kr

 특 집  통합물관리 추진 방향과 전문가 정책제언(상)

“행정과 규제 분리된 통합물관리 추구”

중앙정부 주도의 전형적 탑다운 방식 물관리에서 바텀업 방식으로 전환해야
프랑스 유역위원회, 지방정부와 사용자 투표로 위원장 선정…정부 개입 차단

   

▲ 박 성 제
미래자원연구원 본부장

Part 03. 누구를 위한 물관리인가

 정부 주도 물관리에서 벗어나야

물관리 거버넌스 유형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우리나라는 칠레, 이스라엘과 더불어 중앙정부가 물관리를 주도하는 대표적인 나라에 해당하며, 이와 반대로 지방정부가 물관리를 주도하는 나라로는 미국, 캐나다, 벨기에, 호주 등이 있다. 이 두 유형의 혼합 형태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협력하여 물관리를 추진하는 나라로는 프랑스, 멕시코, 스페인 등이 있다.

물관리에 있어 중앙정부의 역할이 크고 지방(유역)의 역할이 작은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비효율성이 높은 편에 속한다. OECD 물관리 거버넌스 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재정·능력·정책·행정·정보·책임·목적 격차 등 7개 기준에서 모두 격차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개선이 시급한 우리나라의 물관리 거버넌스는 한마디로 낙제점이다. 하지만 이제 통합물관리가 되었으니 차차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계 물관리 트렌드를 보면 정부 주도 물관리 시스템에서 시장 주도, 시장 주도에서 거버넌스 주도로 넘어갔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여전히 정부 주도에 머물러 있다. 시장 주도라는 것은 수요와 공급에 있어 자유경쟁 원칙이 적용될 때 시장경제가 있는 것인데, 우리나라는 물관리에 자유경쟁이 있던 적이 없다. 따라서 이제는 통합물관리를 통해 시장이 주도하고 거버넌스가 주도하는 물관리 시스템으로 나아가야 한다. 

4차 산업시대 대비한 물관리 필요

   
 

우리나라 물관리 조직은 많은 논란 속에서 변천을 거듭해 왔다. 19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수량과 방재 업무는 건설부가, 수질 업무는 보건사회부가 담당했다. 1980년대에 들어서며 수질 업무 중 음용수 분야는 그대로 보사부가 맡고, 수질환경 분야만 환경청으로 넘어갔다. 이처럼 지속적인 조직 개편 끝에 환경부가 수량과 수질 업무를 주도하게 되었다.   

이제 통합물관리를 통해 그간의 물관리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대체로 문제가 해소된 지하수·댐·상하수도 관리 분야와 달리 수리권·유역·하천 관리 분야는 여전히 골칫거리로 남아있다.

유역관리만 하더라도 주무 관리기관의 이분화로 인한 정책 추진의 일관성을 확보하기 어렵고, 하천관리 역시 현재 진행 중인 하천복원사업이 일관성 없이 분산된 상태로 추진되고 있다. 통합물관리 방향을 설정할 때 이런 부분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더구나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했다.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4차 산업시대에서는 모든 것이 컴퓨터로 진행되기 때문에 사람의 손으로 할 수 있는 사항이 그렇게 많지 않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합의(consensus)이다. 아무리 컴퓨터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사람의 이해관계가 상충하면 무용지물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통합물관리가 이뤄져야 한다.

프랑스, 「수도법」 2차례 개정하며 발전

   
▲ 통합물관리는 지방의 역할이 강화된 진정한 유역 물관리가 도입되어야 하며, 유역 민주주의와 유역의회를 기반으로 한 유역 거버넌스가 실현되어야 한다. 사진은 전북 동진강 수로.

그간 환경부는 해외 각 국에서도 환경부가 주도적으로 물관리를 하고 있으니 우리도 그래야 한다고 주장해 왔으나 이는 속살은 보지 못하고 겉으로 드러난 것만 본 것으로, 실체에 대한 접근이 부족했다.

한국의 물관리 통합화 과정을 보면 1994년도에 건설교통부의 광역상수도, 공업용수를 제외한 상수도 업무와 보건사회부의 수돗물 수질기준 업무가 환경처로 이관되었다. 이때 수질 부분이 환경처로 넘어가며 수질과 수량 업무가 분리되어졌다.

1995년에는 당정 차원에서 가뭄에 대응하고 OECD 권고안을 수용하기 위해 환경부로의 물관리 일원화를 추진했으나 건교부와 환경부 간 갈등으로 무산되었다. 물관리 일원화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1996년에도 ‘세계 물의날(3월 22일)’을 맞아 환경부 중심으로 물관리 업무를 일원화하려고 했으나 역시 진전이 없었다. 이런 식으로 물관리 일원화를 향한 움직임은 꾸준히 있었으나 모두 보류되거나 무산되었다.

물관리 선진국인 프랑스의 경우를 보면 1960년대 심각했던 수질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역을 6개로 나눠 관리하기 시작했고 「수도법」을 여러 번 개정하며 발전해 왔다. 1964년에 「수도법(1차)」을 제정한 이래로 1992년과 2006년에 두 차례에 걸쳐 법을 개정했고, 2016년에는 수질과 수량뿐만 아니라 생물다양성 개념까지 통합한  「생물다양성법(Biodiver-sity Law)」을 만들었다. 또한 2002년에 「지역민주주의법(Local Democracy Act)」을 제정하는 등 지방에 대한 권리도 강화해 왔다.

행정부와 규제기구의 철저한 분리

   
 

프랑스의 면적은 약 64만㎢로, 우리나라(10만㎢)보다 6배나 크지만 인구는 비슷하다. 프랑스는 물리적으로 국토를 6개 유역으로 나눠 물관리를 했는데, 따지고 보면 프랑스의 유역 한 개가 우리나라 전체 국토와 맞먹는다. 따라서 프랑스의 통합물관리 과정을 벤치마킹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프랑스의 통합물관리 성공 요인은 행정부와 분리된 규제기구 설립에 있다. 지금 환경부에서는 규제와 실행을 함께 할 수 있다고 여기는데 이는 잘못된 것으로 반드시 분리되어져야 한다. 행정부와 규제기구를 어떻게 분리하느냐는 일본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하천법」 제24조를 보면 ‘국토교통부 장관은 유역종합치수계획을 수립하거나 변경하기 전에 지역주민 등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유역관리협의회를 구성·운영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일본의 「하천법」 16조 2의 5항을 보면 ‘하천정비계획 수립 시 전문가 및 이행당사자의 의견을 청취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일본 전문가들은 이 법률 개정으로 일본의 하천관리가 개선되었다고 말한다. 

   
▲ 일본의 「하천법」 16조 2의 5항을 보면 ‘하천정비계획 수립 시 전문가 및 이행당사자의 의견을 청취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일본 전문가들은 이 법률 개정으로 일본의 하천관리가 개선되었다고 말한다. 사진은 후쿠오카 시내를 관통하는 무로가와(室見川).

전형적인 탑다운 방식으로 하천관리

우리나라의 하천관리는 탑다운(Top-down) 방식을 따른다. 「하천법」 제87조를 보면 ‘중앙하천관리위원회의 위원장 및 부위원장은 고위공무원단에 속하는 일반직 공무원으로서 국토교통부에 근무하는 자 중에서 국토교통부장관이 지명하는 자가 되고, 위원은 관계 행정기관의 공무원과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 중에서 국토교통부 장관이 임명 또는 위촉하는 자가 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또 지방하천관리위원회의 위원장의 경우 ‘해당 시·도 소속 3급 이상 또는 이에 상당하는 공무원 중에서 시·도지사가 지명하는 자가 되고, 부위원장은 위원 중 위원장이 지명하는 자가 되며, 위원은 관계 행정기관의 공무원과 제4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 중에서 해당 시·도지사가 임명 또는 위촉한다’고 되어 있다.  

게다가 수계관리위원회 구성은 더욱 심각한 탑다운 방식에 해당한다. 예를 들어 「낙동강수계 물관리 및 주민지원 등에 관한 법률」을 보면 ‘수계관리위원회는 환경부 차관을 위원장으로 한다’고 되어 있고, 이 위원회 규정에 관한 법률을 보면 ‘실무위원회의 위원장은 낙동강유역환경청장이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유역위원회 구성 시 정부 개입 차단

   
 

또한 우리나라의 「물관리기본법」을 보면 ‘국가물관리위원회 위원장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사람으로 한다’고 되어 있고, 유역물관리위원회 위원장은 ‘국가물관리위원회 위원장의 공동 추천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사람으로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위원장을 정부가 지명하고 위원 선정에도 중앙정부가 적극 개입한다. 또 위원회 구성은 법률도 규정하고 있지만 구성비율에 대한 규정은 따로 없다.

반면, 바텀업(Bottom-up) 방식의 프랑스는 유역위원회 위원을 3개 카테고리로 나눠 구성한다. 도, 시, 군 정부 대표자로 구성된 지방정부가 40%, 수용가, 전문가, NGO 등으로 구성된 물 사용자가 40%, 환경부 등 중앙정부가 20%를 차지한다. 이 세 카테고리가 손을 잡지 않으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구조인 것이다. 이러한 위원 선정 시 중앙정부의 개입이 전혀 없다.

위원장 선정 역시 카테고리1인 지방정부와 카테고리2인 사용자 투표로 결정하기 때문에 정부의 개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이처럼 프랑스 유역위원회는 명실상부한 유역 내 물관리 자치기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행정부와 독립적으로 구성되어 운영되고 있다. 진정한 유역관리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유역관리에 있어 전형적인 탑다운 방식을 따르는 우리나라의 모델이 프랑스여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국민 위한 통합물관리 되어야

   
 

우리도 통합물관리가 되면 탑다운 방식에서 바텀업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환경부가 쓴 약을 먹어야 하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인 것이다. 그런데 환경부는 이것도 모르고 프랑스 환경부가 물관리를 담당하니 우리도 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속은 모르고 겉만 보고 있으니 법이 통과됐다 하더라도 진정한 통합물관리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따라서 지방의 역할이 강화된 진정한 유역 물관리가 도입되어야 하며, 유역 민주주의와 유역의회를 기반으로 한 유역 거버넌스가 실현되어야 한다. 또 유역통합 물관리계획을 수립해 실행하고, 통합적인 관점에서 수량과 수질의 통합화를 추진해야 한다. 이때 수량과 수질의 통합화란 토목공학과와 환경공학과의 통합 또는 수자원학회와 환경공학회의 통합 등에 대해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물관리 행정과 규제가 반드시 분리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프랑스처럼 중앙정부가 규제를 하고 지방정부가 실행을 하는 쪽으로 분리하는 것도 좋고, 유역위원회에서 거버넌스를 구성해 규제를 담당하고 환경부가 실행을 하는 것도 좋다.

어떤 식으로든 행정과 규제가 분리되어야지, 환경부가 이 둘을 같이 하면 망하는 물관리의 지름길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환경부를 위한 통합물관리가 아닌 국민을 위한 통합물관리가 되어야 한다.

 [『워터저널』 2018년 8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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