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초순수 플랫폼센터 구축해 기술자립 달성해야”
초순수 자립화 위한 R&D·성능 인증·수질분석 등 수행 가능 기능 전무
플랫폼센터, 인프라 활용한 연구개발 및 이론·실무 겸비한 전문인력 배출

Part 04. 초순수 미래 전략을 위한 플랫폼센터 역할

전 주 호 K-water 대체수자원처 초순수육성부 부장
전 주 호K-water 대체수자원처 초순수육성부 부장

4차 산업혁명으로 디지털 전환이 본격화되면서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이에 반도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주요국들의 각축(角逐)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의 약 20%를 점유하며, 세계 2위에 등극해 있지만,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에 따라 반도체 관련 국내 기술의 해외 의존 과다라는 위기를 체감하기도 했다. 정부는 지난해 5월 ‘K반도체 전략’을 발표하는 등 확고한 생존 의지를 지속적으로 표명하고 있다.

초순수는 반도체 산업의 필수재로 대체품이 없어 공급의 차질이 빚어질 경우 국가 산업의 대규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핵심 소재이다. 글로벌 물산업 조사기관인 GWI(Global Water Intelligence)에 따르면 세계 초순수 시장은 2018년 19조5천억 원 규모에서 2024년 23조4천억 원으로 증가해, 연평균 3% 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 초순수 시장은 2018년 1조 원 규모에서 2024년 1조4천억 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연평균 성장률은 세계 시장보다 더 높은 5.3%로 전망된다. 향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공장 확장까지 고려한다면 2040년에는 2조3천억 원까지 시장 규모가 증대될 것으로 전망돼 그 중요성은 더욱 가중될 것이다.

국내 물산업 도태 우려…국가적 지원 필요

세계를 선도하는 해외 물기업들은 초순수 토털 솔루션 역량 확보에 집중하며, 투자 계획과 기업 간 인수·합병을 체결하는 등 시장 선점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최근 물시장의 글로벌화로 세계적 물기업인 베올리아(Veolia)와 수에즈(Suez)가 합병해 거대 물기업이 탄생했으며, 일본의 쿠리타(Kurita)도 미국의 물기업과 합병해 사업을 확장하고 있어 국내 시장 잠식 대비 및 물산업 주도권 선점을 위한 국가 차원의 경쟁력 확보가 필요한 시점이다.

반면, 국내 초순수 시장은 일본 등 해외 기업의 의존도가 매우 높은 상황으로, 설계 분야의 경우 일본기업이 국내 시장의 100%를 점유하고 있다. 소재·부품·장비 분야는 일본·미국·유럽 등이 주도하고 있으며, 시공·운영 분야는 베올리아, 쿠리타와 같은 다국적기업이 주도하고 있고 국내 기업은 일부분에만 참여하고 있어 기술자립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러한 국내 초순수 산업의 생태계 특성으로 국내 기업은 선도 기업과의 기술교류(Feed-back)가 이뤄지지 않아 개발된 기술에 대한 성능확인 및 현장 적용이 어려워 고립되고 있는 실정이다. 

초순수, 육성 위한 특별법 시행 및 국정과제에 포함

이에 정부는 초순수 분야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기술자립 및 산업 육성을 위한 특별법 시행 및 국정과제 내 포함 등 적극적인 지원 의지를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 환경부는 올해 ‘통합물관리 비전 선포’를 통해 초순수 생산 기반을 토대로 국내 물산업 생태계의 질적 변화를 유도할 것을 약속했으며, ‘녹색산업 육성 전략 로드맵’에도 초순수를 포함시켰다.

또한 환경부 국정과제 이행 계획 중 ‘기후위기에 강한 물 환경과 자연 생태계 조성’ 분야 내 초순수 플랫폼센터 구축을 포함시켰으며, 2025년까지 반도체용 초순수 생산기술 국산화와 이후 소재·부품·장비의 20개 품목을 육성키로 했다. 아울러 국제 사회 첨단산업의 주도권 경쟁 심화에 대응하고자 지난 8월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시행하며 국가 지원에 대한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이와 함께 초순수 기술의 개발·검증·현장 적용을 위해 산·학·연의 공동 연구가 가능한 초기 국가 주도의 연착륙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국가 초순수 R&D(실증플랜트)’ 사업을 추진 중이다. 국가 초순수 R&D 사업은 초순수 생산 주요공정의 국산화를 목표로 환경부, K-water 및 국내 기업 중심으로 지난해 3월부터 2025년까지 5년 간 48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추진 중에 있다. 

초순수 R&D 사업, 설계 100%·시공 60% 국산화 기대

5개의 세부 과제로 구성된 초순수 R&D 사업을 통해 설계는 100%, 시공은 60%의 국산화를 이루고 운영기술 개발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고자 한다. R&D 사업 과제에는 △초 저농도 유기물 제거용 자외선 산화장치 국산화 △초 저농도 용존산소(DO) 제거용 탈기막 국산화 △고순도 공업용수 설계·시공·운영 통합 국산화 △고순도 공업용수 공정 및 수질 성능평가 △반도체 폐수를 이용한 고순도 공업용수 원수 확보 등의 기술개발이 포함된다.

특히 설계·시공·운영 통합 국산화 기술개발은 K-water, GIST(광주과학기술원) 및 프라임텍 등 12개의 산·학·연이 협력하여 추진하는 과제로, 과제 중 가장 큰 예산인 338억 원이 투입되며, 총 4년에 걸쳐 진행된다. 

경북 구미에 위치한 반도체 웨이퍼 생산 기업인 SK실트론과 협의해 초순수 국산화를 검증할 수 있는 2천400㎥/일 규모의 실증플랜트를 설치 중이다. 이 실증플랜트는 총 두 단계에 걸쳐 진행되며, 1단계에는 1천200㎥/일 규모로 외국산 기자재로 구축, 2단계에는 동일한 규모로 국산 기자재를 사용하여 자립화하여 초순수 기술의 국산화가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환경부는 2021년 11월 17일 경북 구미의 SK실트론 생산공장에서 K-water, 한국환경산업기술원과 함께 ‘고순도 공업용수(초순수) 실증플랜트 착공식’을 개최했다. 오른쪽 사진은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지난 7월 26일 SK실트론 구미2 공장을 방문, 초순수 생산 공장 시설을 둘러보며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 = 환경부]

초순수 산업 생태계 마련 위한 플랫폼센터  

국가 초순수 R&D 사업의 후속으로 다양한 소재·부품·장비에 대한 실증을 위해 지속적으로 활용 가능한 대규모 초순수 종합 플랫폼이 요구되고 있다. 이미 일본 등 초순수 기술 강국들은 국가 차원의 초순수 플랫폼센터를 구축 및 운영하여 선진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일본 수처리 종합회사인 쿠리타(Kurita)의 경우 현재 쿠리타 글로벌 테크놀로지 센터(Kurita Global Technology Center)인 쿠리타 이노베이션 허브(Kurita Innovation Hub)를 운영 중이다. 이 센터에서는 다양한 수요자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연구 및 교육이 진행되며, 기술개발부터 신제품 상용화까지 통합적으로 수행하여 세계적 입지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이 외에도 이스라엘, 싱가포르, 미국 등에서 국가 차원의 다양한 물산업 육성을 위한 사업들이 이뤄지고 있다.

반도체의 집적도 증가에 따라 점점 높은 순도의 초순수 개발을 위한 플랫폼센터 구축이 필요하다. 사진은 일본 초순수 분석센터.

이에 우리나라도 초순수의 설계·운영부터 소·부·장(소재·부품·장비)의 성능인증까지 토털 솔루션을 담당할 초순수 플랫폼센터 구축을 기획했다. 국가 초순수 플랫폼센터는 튼튼한 기업과 우수한 인재가 이끄는 초순수 기술자립 달성이라는 비전 하에 초순수 지속적 개발 모멘텀 확보 및 초순수 산업 글로벌 허브 기능 도약이라는 목표로 수립됐다. 초순수 플랫폼센터를 통한 기술자립 달성 전략으로는 △초순수 선도 기술 확보 △전문교육기관 연계 인력양성 △기업 밸류업(Value-Up) 총력 지원 △ 견고한 소·부·장 생태계 구축이 포함된다. 

초순수 플랫폼센터는 초순수 기술 국산화를 위한 인프라 구축으로 초순수 산업 생태계를 마련하기 위해 초순수 분석, 성능인증, 가늠터(테스트베드) 등 기술자립을 실현하기 위한 토탈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5개 시설로 구축할 예정이다. 세부 시설로는 △소·부·장 실증플랜트 △분석·검증센터 △초순수 공정플랜트 △폐수 재이용 시설 △교육연구센터가 구축된다. 이를 통해 밸류 체인(Value-Chain) 마련 및 국산 기술 자립화를 위한 허브 기능을 수행할 것이다. 

국내 기술 성능검증 제도화로 신뢰성 확보 기대

초순수 플랫폼센터에는 5가지의 역할이 포함돼 있다. 첫 번째는 미래 첨단기술의 필수재로서의 초순수에 대한 기술확보 추진이다.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반도체의 집적도는 갈수록 증가하여 그에 따른 초순수의 수질 기준도 고순도로 점점 까다로워지고 있다. 이에 고순도의 초순수를 분석할 수 있는 극미량 물질 분석 능력이 확보돼야 한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는 초순수 수질에 대한 분석 기술 및 장비가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클린룸 및 분석장비와 같은 수질시험 분석 인프라를 구축해 초순수 수질의 분석능력을 확보하여 기술 경쟁력을 제고시킬 계획이다.

두 번째는 기술검증 및 신뢰성 확보의 기회를 국내 초순수 기업에게 제공하는 것으로, 국내에서 개발된 기술 및 장비의 실용화를 위해 성능검증 및 실적이 필요하다. 플랫폼센터 내 오픈 플랫폼을 통해 국내에서 개발된 소재·부품·장비 및 공정설계를 실증하여 기술의 신뢰성을 확보하고, 공정별 성능시험 및 성능평가 기준 마련으로 엔지니어링 기술의 향상과 인증역량의 확보를 기대할 수 있다. 이러한 성능검증 체계 및 절차의 제도화와 실증플랜트를 활용한 실적 확보로 국산 제품의 신뢰성이 확보되고 국내 기술의 사용이 촉진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초순수 물기업 육성 및 해외진출 지원

세 번째로, 초순수 플랫폼센터의 인프라를 활용한 지속적인 연구개발이다. 초순수 배관과 같이 아직 연구가 미미한 분야를 지속적으로 발굴 및 연구개발하여 초순수 분야의 발전을 도모할 것이다. 

네 번째로, 전문교육기관과 연계하여 이론·실무·실습을 모두 겸비한 세계 최고 수준의 프로그램·인프라를 제공해 전문인력을 지속적으로 배출할 것이다. 세부계획으로는 KAIST 초순수 전문교육 과정을 개설(2022년)한 후, 석·박사 과정 개설과 운영 지원으로 초순수 생산 공정기술 등 분야 특화 전문가를 양성(2023년〜)할 계획이다. 또한 2030년부터 플랫폼센터 내 교육센터를 구축해 교육 프로그램 개발, 실습 과정 시 필요한 시설을 지원하는 등의 교육 지원이 이루어질 계획이다.

다섯 번째는 초순수 분야 물기업 육성 및 해외진출 지원이다. 국내 물기업은 초순수 플랫폼센터를 통해 R&D 연구개발과 개발된 기술의 성능검증 및 실증으로 신뢰성을 확인 받아 판로 개척을 추진할 수 있다. 또한 정부 및 공공기관으로부터는 성장 지원을 받고 반도체 기업 투자기관으로부터 투자유치를 받아 물기업을 육성토록 적극 지원하며 향후에는 해외 진출까지 지원토록 할 계획이다.

[『워터저널』 2022년 12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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